우울증의 평가 및 진단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힘든 날이 많았어요. 우리 아버지는 매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저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도 종종 있었어요. 아버지를 볼 때마다 겁이 나고 무섭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저에게 매우 통제적이고 엄할 때가 많았고, 저는 그런 아버지에게 비난과 처벌을 받을까 두려웠습니다. 어머니는 자기 기분에 따라 저에게 감정 표현을 많이 했어요. 기분이 좋을 때는 한 없이 친절하다가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이유 없이 저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기도 했어요. 때로는 아버지와 함께 저를 비난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저는 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어요. 부모님이 언제 기분이 좋고, 언제 기분이 나쁠지를 도저히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정적인 말들을 언제 들을지 알 수 없어 항상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렇기에 저에 대한 비난이나 거절 등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신호가 느껴지면 많이 민감해지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저는 부모님이 저에게 왜 그랬는지 너무 원망스럽고 화가 납니다. 누군가는 ‘부모님에게 저의 감정을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제가 감정을 표현하게 되면 더욱 비난과 벌을 받을까 봐 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향하는 저의 원망감과 분노감은 계속해서 쌓였던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다 보니까 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들이 많이 중요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혹시나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만 한 것 같아요. 만약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언제나 제가 참고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소심하고 예민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별 것 아닌 말과 태도에도 나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쉽게 상처 입고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어요.”
과거 다양한 환경적 경험 중에서 유년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은 우울증의 주요한 위험 인자입니다. 이러한 생활양식들이 점차 통일성을 가지게 되면서 예민해지고 민감해지면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편, 가족들 중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이른 나이에 우울증이 생기며 재발도 잘 되는 편입니다.
한 번씩 사람들이 ‘혈액 검사나 MRI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서 우울증을 진단하지 않아요?’라고 질문 하기도 하지만, 우울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울증과 관련된 과거력과 정신상태 검사를 통하여 우울 삽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우울증을 유발했던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는지, 발병 이후 현재까지의 경과와 과거의 치료 과정 등도 알아봅니다. 증상의 심각도와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합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의 정신상태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적은 모습은 에너지가 없으며 쳐져있습니다. 대화 중 손을 비틀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뽑기도 합니다. 대화를 하면 즉각 대답하지 못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바닥만 쳐다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50%에서는 우울증이 있어도 자신은 우울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이전에 비해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누워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수가 줄고 말의 속도가 느리며 목소리도 작습니다. 한 번씩 환청, 환시 등의 환각을 경험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과도한 죄책감, 죽음, 허무감, 벌 받는 느낌, 자존감의 손상 등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해도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 죽고 싶다는 생각, 그냥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기억력의 감소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집중력의 저하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2/3에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10-20%에서는 자살을 시도합니다. 너무 우울해서 움직이기 조차 힘든 사람들은 오히려 치료가 되면서 에너지를 회복하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우울증의 평가를 위해서는 증상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검사 척도(scale)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자가 검사 용으로 Beck 우울척도가 널리 사용되며, 해밀턴 (Hamilton) 우울척도를 이용하여 평가자가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검사 결과들을 통해 증상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심각한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울 삽화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거 조증 혹은 경조증 삽화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조울증과 우울증은 치료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혈액학적 검사나 영상학적 검사는 우울증 그 자체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아파서 생길 수 있는 기질성 기분장애를 배제하기 위해 이용합니다. 보통, 우울 증상으로 응급실에 방문하게 되면, 다른 응급 질환이 우울증을 유발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혈액학적 검사나, 영상학적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먼저 하게 됩니다. 신체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들 중에도 우울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들이 있으므로 약물에 의한 우울 삽화의 가능성도 꼭 살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