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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자 May 07. 2019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당신을 위한 글

쉬었다 합시다


<회사 이야기>


월요일 회사, 오후 2-3시가 됐다. 이대리는 오늘도 일을 열심히 한다. 이 대리는 할 일은 많은데 아직 주말의 달콤함에서 회사라는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놀다가 일하려니 일은 안 되고 할 일은 많고, 더군다나 일이 하나씩 쏟아진다. (여기에 대한 글을 적으려니 벌써 월요병이 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적어야 한다. 나는 내일 오전만 하면 민방위 훈련이다. 오전 근무만으로 월요병이 찾아오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머릿 속에서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메모를 해놓더라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일이 쏟아진다.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이대리의 머릿 속은 교통 체증이 심해 엉망이 된 교차로 같다. 누가 먼저 가야할지 모르고, 파란불인지 빨간불인지도 헷갈린다. 결국 교통 정체로 엉망이 된다. 오른쪽 머리가 띵해온다. 편두통이 이런 것일까? 점점 눈으로 뭔가를 보는 게 힘들어질 정도이다.





<나만의 장소로 (공간의 분리)>

이대리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만의 장소로 들어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에너지를 회복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일한다. 오늘의 글은 회사에서 필요한 휴식에 대해 다룰 것이다. 공간의 분리, 시각 정보 차단의 필요성, 그리고 적극적인 휴식의 필요성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컴퓨터 책상 앞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휴식의 철학을 풀어내려 한다. 출근하기 전에 이 글을 보신다면 월요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휴식엔 공간의 분리가 필요하다. 회사 책상 외에 휴식할 공간이 있는가? 회사 책상에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다. 언제 상사가 부를지도 모르고, 내가 싫어하는 박과장이 이대리 하면서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 찰나 전화가 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상에 앉아 있다는 사실 만으로 압박에 시달린다. 아무리 눈치 보지 않는 이대리라고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 편하게 쉬기는 힘들다. 공간별로 목적이 있고 책상은 일하는 공간이다. 대부분 얼마 쉬지 못하고 새로 들어온 메일을 보거나 할일을 챙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은 공간의 변화가 필요한 존재다. 한 공간에 계속 있을 경우, 동료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농도도 문제고 변화 없는 시각적 자극에 정신이 힘들 가능성이 높다. 주말 원룸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보면 안다. 변하지 않는 공간이 주는 무료함과 지리멸렬함이 어떤 고통인지 말이다. 공간의 이동은 기분과 신체 에너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쉬려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이대리는 회사 가장 후미진 곳에 가서 눈 감고 있는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다. 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를 말하는데 스마트폰을 보는 건 뇌를 계속 자극하면서 정보를 넣는 과정이다. 그러면 부하가 걸린 뇌에 더 큰 부하가 걸린다. 되도록 시각적 자극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년 전 라섹 수술을 하고 난 후, 1시간 마다 10분 정도씩 쉬어주라는 말을 들었다. 말을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에 1시간 마다 쉬었다. 눈 감고 있으라는 말도 잘 들었다. 그렇게 쉬니깐 눈의 피로도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줄었다. 시각 자극의 차단은 생각 이상으로 심신의 안정에 좋았다. 조용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포기한다. 


일도 하나의 관계다. 쉴틈 없이 하면 질리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좋다는 상대방에겐 질릴 확률이 높다. 일에도 밀당이 필요하다. 일의 경우엔 대부분 내가 질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완급 조절이 필요하고 휴식이 필요하다. 사랑에 빠지는 건 함께 있는 순간이 아니라 떨어져 있을 때라고 한다. 일도 떨어져 있을 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 멀리해보자.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멀리서 볼 땐 희극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적극적 휴식의 의미>


이런 (다른 공간에서 눈감고 쉬는) 휴식은 적극적인 재충전이다. 마라톤을 할 때 풀코스를 전력질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페이스가 다르고, 분배하는 체력의 덩어리도 다르다. 무조건 회사가 요구하는 페이스에 따라갈 순 없다. 어쩔 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어쩔 땐 낙오할 때도 있다. 회사가 완벽하지 않듯이 우리도 완벽할 수 없고 숨쉴 틈이 필요하다.


일이 많을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 운동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피로도 관리를 하듯 지식 노동자의 정신 에너지도 관리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이어지다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 폭탄이 터지면 언제나 무기력해지는 번아웃이 올 수 있다. 


피로도 관리를 위해선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머리가 아플 것 같을 때 빠르게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전엔 머리가 아파와도 '조금 있으면 괜찮겠지, 그래도 할일을 해야지' 하면서 일했는데 요즘은 조금 아프면 쉰다. 두통은 심해져서 다음날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날까지 아프면 회사에도 손해다.  




<각자의 솔루션이 필요>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인지와 함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스스로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시각 정보를 차단하거나 육체를 사용하는 운동을 하면 그런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이게 스트레스 받을 때 눈 감고 쉬고, 운동하러 가서 땀흘리는 이유이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정신적 에너지 관리도 잘할 수 있다. 회사는 알아서 쉬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식을 잘 알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글을 적으면서 감기가 올 것 같다. 오늘도 힘들게 출근한 당신의 날이 원하는대로 흘러가고, 적극적인 휴식으로 에너지가 충만한 하루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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