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산적자 May 14. 2019

몸이 안 좋은 회사원을 위한 글

혹은 의지가 없어도 도움이 될 글


<부상>


2018년은 아픔의 해였다. 모든 것은 허리 부상에서 시작됐다. 방구석에서 책만 읽을 줄 알았던 독서모임 멤버들과 갔던 비오는 날의 한산한 워터파크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마지막 코스로 갔던 자이언트 웨이브에서 역동작으로 파도에 휩쓸렸고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 몸을 뱀처럼 꼬았던 나는 허리를 다쳤다. 다행히 큰 충돌은 피했으나 나의 허리는 그 때부터 욱신거렸다.


허리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은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다는 말이다. 이는 업무와 나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통증에 익숙한 인간 종합 병원인 나로서도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렸다. 오른쪽을 처음 다쳤는데 왼쪽으로, 위로 아래로 오가는 통증에 무너졌다. 어쩔 수 없이 매일 물리 치료 받으러 회사 근처의 병원에 가야했다.






<물리 치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근육통은 물리치료 받는다고 낫는게 아니었다. 도수 치료를 받아야 나을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의사는 나에게 그런 처방은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MRI를 찍어봐야 한다면서 당시 '라이프'라는 드라마로 인해 논란이 되던 과잉진료를 나에게 시전하려고 했다. 눈치가 빠른 나는, 다른 병원에 가서 CT로도 충분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CT 결과 내 허리는 약간 일자일 뿐 디스크나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치료가 아닌 운동을 해야했다.


다만 회사가 문제였다. 당시 해야할 일이 많은 3년차 대리였고, 팀장은 언제나 나와 티격태격하면서 지내는, 서로를 위하면서 일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회사라는 공간이 그러하듯 개인의 안녕보단 업무의 처리가 우선이었다. 매일 병원에 다니기 2-3주 정도 됐을 때 병원에 다녀온다고 하자 팀장이 묻는다.






<팀장과의 대화>


아직 아픈가?

네, 허리가 쉽게 낫질 않습니다.

회사일이 많은데 매번 그렇게 외출하면 업무에 지장은 없나?

그래서 매일 야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업무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건데 말이야.

그런 일 없도록 처리하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라.






<운동한다, 더러워서, 그리고 변화>


아픈 것도 서러운데 눈치까지 주니 www.saram... 아니다. 오늘은 회사 생활의 애환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회사 외부에서 다쳤고, 그 부상이 회사 업무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는 평소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자잘한 부상을 안고 살아왔고, 건강이 활동에 제약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작년 부상을 계기로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몸이 망가지기 전의 완전체로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기까진 못가겠지만,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퇴근길에 있는 필라테스 센터에 다녔다. 그룹 수업은 내가 따라가다 부상이 이어질 것 같았다. 개인 PT로 끊었고, 지속해서 몸의 중심부(코어)를 가다듬고, 지구력을 올리면서 수행 능력을 올려갔다. 고비용의 PT를 매일 받을 순 없기에 주2회 정도로 한정했다. 나머지 날엔 배운 자세를 통해 홈트레이닝을 병행했다. 본격적으로 필라테스를 한지 반년 정도가 지난 후, 등산을 4-5시간 해도 알이 배기지 않는 정도까지 올라갔다. 지구력을 회복하고 나니, 업무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운동으로 쌓은 지구력을 회사에 발휘해야 했다는 것이 슬프지만, 나는 이전보다 많은 양의, 그리고 보다 도전적인 업무를 이전보다 끈기있게 처리할 수 있었다.


건강하면 감내할 수 있는 일의 난이도와 강도가 달라진다. 이건 개인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회사를 위해서 좋은 일 해서 뭣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회사 안에서만 일할 수 없다. 조직이 성장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역량은 성장해야 한다. 나에겐 체력의 상승이 업무 역량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왜냐하면 이전에 할 수 없던 일을, 이전엔 가능하지 않던 페이스로 처리했다. 이전 같았으면 '아~ 힘들다, 여기까지 하자' 했던 일을 '허벅지 타오르는 것도 견디는데 이것 쯤이야' 하면서 참고 처리할 수 있었다.


운동과 업무는 같은 방식으로 발전이 일어난다. 운동할 때, 이전에 하던 동작과 횟수로만 근육이 붙지 않듯이, 업무에도 이전보다는 정교한 디테일과 집요함이 더해져야 근육이 붙는다. 이런 업무 근육은 회사를 위하는 것만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퇴사에 관해 다룬 책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언젠가 회사에서 나올 순간을 위해서 열심히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퇴사를 졸업처럼 여긴다면 지금의 회사는 최고의 학교가 된다."
<퇴사학교> by 장수한







<자신을 위한 운동>


나도 여러분도 자이언티의 노래 가사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한 삶을 누리고, 이 건강함이 회사에서의 역량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픈 것보단 건강한 게 낫다. 기분도, 의료비용 지출도,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물론 병원가면 잠시 퇴근하는 기분이 들지만 다시 들어와야 하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야근도 해야 한다. 나는 서럽지 않기 위해서 건강해지기로 했고, 운동을 계기로 개인적인 삶의 질과 업무 퍼포먼스가 동시에 올라갔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가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우리의 회사 이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전 05화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당신을 위한 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