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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자 May 12. 2019

백의 그림자 by 황정은

도시적 그림자가 짙었던 소설

백의 그림자 전반적 감상

이동진 작가가 강력 추천했다는 <백의 그림자>를 읽었다. 읽다보니 끝났다. 고전적이고 현대적인 로맨스라면 남녀 사이에 뭔가 일이 일어나야 하는데 말이다. 이제 뭔가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끝나버린다. 나는 연재 소설인지 알았다. 여운을 남기는 소설의 마무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곤 있지만 이건 아니잖아! 하면서 소설을 덮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반적 감상은 자극적 문장은 배제되어있고 무미건조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이 담긴 대화가 지속된다. 묘하게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내가 연애소설로 보기엔 너무 온도가 낮다. 끓지 않았다. 






작가 소개

젊은 소설가인데 왜 이렇게 중후한 느낌이 들까? 필체에서 여성적인 느낌은 나지만 시크하다. 시대도 옛날 같다. 전화를 사용하는 걸 보면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추구하는 작가로 보인다. 황정은 작가 인터뷰 찾아보면 은근 시크하다. 몸이 엄청(상상 이상으로) 안좋다가 낫고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2008년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문학동네, 2008)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현대문학상(반납), 이효석 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거의 모든 작품으로 상을 받아오고 있는 소설가이다. 나는 모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작가가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작품은 책 읽을 땐 기대 안됐는데 인터뷰 보니까 당긴다. 






그림자에 대한 고찰

그림자는 무슨 의미일까? 내가 원래 알고 있는 그림자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나 감정'이다. 하지만 소설 안에서의 그림자는 현대인의 우울이나 무기력, 무의지와 같은 부정적 요소들의 총체이다. 모임에서도 부정적인 요소들만 나왔다. 어떤 이들은 '한'이라고도 했다고 하고, '허무함, 무력감, 수동적 삶, 삶에 대한 의지' 등이 의견으로 나왔다.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그림자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메모에 적어 놓은건 '도시적 삶이 주는 황폐함이 개인의 어떤 부분이 되어 따라다닌다는 상징 같은게 아닐까'라고 적어뒀다. 질문하기 전에 적어본 내용인데 일정 부분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책 표지의 그림자는 우울한 기운을 나타내는 파란색이다. 거기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림자가 더 크다. 조심하자. 






일상에 대한 고찰과 그 의미

우리가 느끼는 일상의 대부분은 무미건조하고 쳐지는게 대부분이다. 혹은 이런 생각 못할 정도로 바쁘거나. 일상의 사전적 정의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사전적 정의에 근본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반복이란 행위 자체에서 나오는 지겨움은 어찌할 수 없다. 신도 (신이 있다면) 하나의 일을 반복하면 질릴 것이다. 항상 새로울 순 없는 것이다. 다만 같은 반복 안에서 자신이 발전해 나가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방향에서의 변화가 아닐까? 같은 반복을 대하는 내 수준이 높아져서 빠르게 처리하거나 더 잘 처리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충만함도 느낄 것이다. 권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서 오는 것이다. 권태롭지 않고 행복하려면 그 반복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일상을 더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조직적 규율이나 문화는 지탄받아야 하겠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밋밋함 속의 깨달음, 지속성에 대한 갈망

백의 그림자는 밋밋하지만 많은 깨달음을 준 소설이다. 읽을 땐 별 느낌이 없었는데 독서 모임에서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내 생각의 충돌과 그것의 융합을 느꼈다. 적은 노트를 읽어보니 당시 기억도 선명하게 나고,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다 알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어제의 내 생각과 오늘의 내 생각이 또 다른 것을 느끼고 그 생각들끼리의 대결을 지켜보는 맛이 있다. 앞으론 열심히 적어야겠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된 방향 혹은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방향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타인이 볼 땐 의미가 없을지 모르나 개인적으론 의미가 있다. 백의 그림자에 나온 마뜨로슈카 인형처럼 그 끝이 허무하진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지금의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생각들, 믿음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으면 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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