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쓰다 : 문제 은행

문제로 가득 찬 그곳

회사는 문제로 가득하다. 미리 챙기고, 아무리 문제가 없게 처리하려 해도 문제가 생긴다. 한때 일에 문제가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해보였다. 누군가 제대로 안해서 이런것 같고, 일이 그냥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요즘엔 그러려니 한다. 일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STX가 법정관리 들어가서 원자재 실은 배가 어느 이름 모를 해역에 한달 동안이나 서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한진해운이 그렇게 개판치고 법정관리 들어갈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문제가 없게 하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 회사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신입사원 시절엔 문제가 있으면 그냥 그런대로 처리를 했다. 그런데 요즘엔 문제가 반복해서 생기면 의심부터 해본다. 나부터 체크하고 상대방을 체크하고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체크한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 업무들을 찾아서 수술대에 올린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라는 그럴싸한 제목을 갖고 있는 품의나 제안을 올리면 심사를 하게 된다. 그러면 프로세스는 개선되고 모두가 정해진 업무 플로우대로 흘러간다. 그래도 문제는 언젠가 생길 것이다.

회사에 있으면서 생기는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내성이다. 그리고 이전에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처리했는지 데이터 베이스를 갖고 있다. 그리고 풀어나갈 자신감이 생긴다. 요즘엔 문제를 분석하고 풀어가는 맛이 조금 있다. 나는 아직 추진력이 부족해서 김성모 작가에게 한번쯤 찾아가서 배워야겠단 생각이 든다.

문제은행 속에서 나름대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식을 연마해보자. 회사를 나오더라도 인생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이 풀어야 할 문제도 있고, 팀장에게 토스해야 할 문제도 있다. 회사에서의 문제는 정답이 없다. 스스로의 답이 있을 뿐이다. 답을 찾는 과정을 즐기자.

문제가 생겼을 때 짜증만 내지 말고 분석해보면 왜 그런지 보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줄일 수 있는건 생각하고 바로 움직이는 실행력이란걸 깨닫고 있다. 이런 반응, 저런 반응 고민하지 말고 전화기를 들던지 메일을 보내자. 그러면 생각했던 반응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 일단 움직이면 문제는 풀린다. 오늘도 나는 문제가 없으면 더 어색한 그곳에서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퇴근했다. 지진이 회사에 조금의 균열을 내서 쉬었으면 좋겠단 철없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