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필요한 단어 : 통제감

내 시간은 내가 쓰겠소이다

by 생산적생산자

우리 직장인은 회사의 부품이다. 부품이지만 인간이기에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 그러면 인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자율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자율성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파편화된 업무와 비인간적인 기준의 집합체인 회사에서 우리는 인간답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그 답이 통제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기록과 생산자적 삶에 큰 뽐뿌를 넣으신 <메모 습관의 힘> 저자 신정철님이 회사에서 일이 힘든 이유는 시간의 통제감 상실 때문이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제주도로 가고 싶어 배를 띄웠는데 그저 바람에 휘둘리다보니 대마도에 도착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이 정도로 결과가 심하게 다르진 않겠지만, 통제감은 배를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를 위해서 우린 무엇을 해야할지 살펴보겠다.


"계획을 세워라"

당신은 주간, 일간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가?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가? 개인적으로 세우지 않고도 일해보고, 세우고도 일해본 사람으로서 큰 차이를 느낀다. 세워봤자 그대로 하지 못할거란 그 믿음 때문에 당신의 계획을 더 망칠 수 있다. 계획에 대한 우리의 패배의식은 초등학교 방학 시간표가 가장 먼저 체험시켜줬고, 이젠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그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주간, 일간 계획은 일에 대한 설계도다. 설계도가 없이 지어진 건물과 아닌 건물의 차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로 크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계획은 어디로 가야할지 설정하는 큰 지도이다.


계획을 세우면 중간에 다른 일이 끼어들어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계획이 시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시 업무로 돌아왔을 때 '뭐하고 있었지?'하는 멍한 상태를 짧게 만들어 준다. 일간 업무에 대한 계획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어제 일한 내역을 보면서 간단히 리뷰한 이후에 챙긴다. 나는 '오늘 할일'이란 항목으로 노트에 2줄 정도의 할일을 채워 나간다. 간단하게 단어로 표기해놓으면 된다. 그리고 파란색으로 박스 처리를 해놓는다. 눈에 잘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처리된 업무는 붉은색으로 줄을 그으며 완료했다는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주간 계획표는 매주 금요일에 세운다. 시간을 놓쳐서 월요일에 세울 때도 많다. 주간계획표는 한 주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도구다. 주간 할일과 문제되는 사안, 그리고 진행상황을 체크하면서 '오늘 할일'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업무를 진행한다. 그리고 한주가 끝날 때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나는 학점 기준으로 A~F까지 부과한다. C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A+이 나오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만큼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의 뜻대로 흘러가는 주간은 별로 없다. 그러나 스스로 피드백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고, 이것은 개인의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주간 계획표는 이전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다. 파일로 묶어 놓으면 어떤 업무를 어느 기간 동안 진행했는지 알 수 있다. 주간 계획은 한주의 항해 지도이고, 방향을 알고 있으므로 그 일들을 처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마음가짐"

이건 아주 일반론적인 의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므로 말하겠다. 우리의 마음은 아주 간사하다. 주어진 일을 하기 싫은 일, 혹은 자신의 일이 아닌 일로 평가 해버리면 극도로 하기 싫고, 또 미루는 상태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기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일에 대해 막연히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미루는 것은 일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큰 경우가 많다. 일단 자신에게 떨어진 일은 합리적으로, 혹은 비합리적으로 떨어졌더라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처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자. 아니면 팀원과의 협의를 통해 다른 사람이 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다.


일단 맡은 일은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만이라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몸은 바쁘게 움직이고, 머리도 핑핑 돌아가지만 마음의 여유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이런 여유는 마음가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내가 맡은 업무도 외면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외면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온전히 내가 처리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일은 많았지만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믿음과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업무라는 파도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 맞서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존 밀턴이 말한 한 구절을 인용한다. "마음은 스스로의 터전이니, 그 안에선 천국도 지옥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이건 자신의 마음에 대한 통제감이다.




"일에 대한 측정"

회사가 힘든가? 왜 힘든가? 일이 많아서 힘든가? 어느 정도로 일이 많은가? 여기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시간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 측정의 시작은 기록이다. 자신이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지 혹은 적게 하는지 알려면 적어봐야 알 수 있다. 파악하는 방법은 계획을 세우고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파악하면 된다. 나는 뽀모도로라는 25분 일하고 5분 쉬는 시간 관리 기법을 활용중이다. 지나치게 자주 쉰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으나 생산성 측면에선 오래 앉아 있다가 퍼지는 것보다 훨씬 낫다. 집중력을 갖고 단기간 집중하고, 쉬는 사이클이라 생산성이 훨씬 높다. 뽀모도로의 몇 단위가 자신의 업무에 들어가는지 파악하면 자신의 일에 대한 측정을 할 수 있다. 시간별로 끊어서 기록하는 방법도 있으나 지나치게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뽀모도로는 시작할 때 시간만 적어두고 그 안에 무슨 일을 했는지 적어두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방법보단 에너지 소모가 적다.


그리고 직급이 낮을수록 잡무가 많다. 그런 사소한 것도 일이냐고 생각하는 상사가 많다. 상사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엄살이냐고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드는 것은 모두 일이다. 일 이란걸 증명할 수 있으려면 이 업무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자신이 자주 하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도 있고, 적게 들어가는 일도 있다. 일에 대한 소요시간 파악은 하루 할일이나 주간 계획을 세울 때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해준다.



"거절하기"

'바빠?'라는 질문에 '네'라고 말하는게 쉽지 않은 사회이고 조직이다. 하지만 할 일이 명확하게 보이고 시간이 부족할게 예상된다면 바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할 일도 없는데 정치적으로 바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조직을 좀먹는 존재이자 회사의 암적인 존재다. 회사 일을 하다보면 이런 정치적 행위가 정상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 바쁠 때 바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면 편해진다. 내가 여유가 있을 때는 아니라고해야 한다. 여유가 안되는데 업무를 맡는 것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온다. 시간에 쫓기며 해야 할 일도 처리하지 못하고, 맡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일단 거절하고 생각하라. 그리고 무슨 일인지, 바쁜 일인지 물어보고 받아들이도록 하라. 거절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거절에 대한 노하우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다.



지금까지 통제감을 획득하는 4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고 더 좋은 방법이 많을 것이다. 직장은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직장에서 통제감을 획득한다면 나머지 삶의 분야에서도 통제감을 갖기 쉬울 것이다. 직장이란 곳이 그렇다. 하는 일에 만족하기 어려운 곳이고 여유를 갖기 어려운 곳이다. 만약 우리가 통제감을 얻는다면 만족감과 여유를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과 시간을 100프로 컨트롤 할 순 없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통제 가능한 영역을 넓히려는 우리의 노력은 주위 사람들에겐 역풍같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역풍에 익숙해지고 나면 상대방도 이해할 것이고 서로의 순풍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로 동참시킨다면 직장이라는 곳도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서로의 순풍으로 항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리란 기대를 해본다.


자신만의 통제감 획득 방법이 있다면 공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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