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우고 아기를 키우고 싶지만
육아휴직 마지막 한 달을 어떻게 보내지 고민하다 제주에서 3주 살이를 결정했다. 마침 남편과 한 달의 시간이 겹치니 남들 다 해 본 제주살이 이 참에 해보자 싶었다. 돌 잔치를 마치자마자 새벽 3시 우리는 바리바리 짐을 싸 차에 꾸역꾸역 넣고 집을 나섰다.
자는 아기를 들쳐 업고 마치 야반도주하듯, 우린 작은 차 안을 가득채운 짐들과 떠났다. 처음으로 비행기가 아닌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지라 설레임과 두려움이 동시에 가득한 출발이었다.
제주 살이를 결정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아이와의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내보고 싶었다. 지난 1년은 내게 엄마로 자라게해준 보통과는 다른 의미있는 시간으로 그걸 기념하고 싶기도했고.
돌잔치에서도 1년의 시간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제주 숙소에 도착하여 창 밖을 바라보니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푸르른 숲이 내게 고생했어라며 토닥이는 것 마냥 난 제주에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첫 바다, 처음 만지는 흙, 처음 듣는 새소리, 풀잎을 만지는 아이를 바라보며 자연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새삼 느낀다. 제주 볕에 피부가 까맣게 그을리긴 했지만 아기의 표정이 활짝 폈다. 우리의 얼굴도 덩달아 웃음 꽃이 떠나질 않는다.
집에서만 있었던게 미안할 정도로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제주에서 아이를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지만 이런 여유와 낭만의 삶은 이번 달로 끝이다. 집에서 아이를 키울 땐 지치고 힘든 일이라 느껴졌는데 왜일까 둘 다 일을 쉬다보니 오히려 힘이 나고 육아가 즐겁고 행복하다.
일이 아닌 삶 자체를 경험하는 시간이랄까.
지금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마음이 한 켠에 가득하나 다른 한 켠은 복직을 준비하는 마음에 분주하다.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36개월 가정 보육하며 아이 곁에 더 머무르고 싶지만, 이젠 떠날 시간이다.
사실 난 일을 좋아하는 나도 있음을 고백한다. 복직이 설레기도 한다.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프로젝트들, 딜을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다시 맛보고 싶다.
하지만 죄책감, 미안함도 함께 서려있는 모순된 감정이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거라 생각한다.
제주 자연이 알려주는 느림의 가치, 함께 있음의 소중함은 내게 좋은 엄마의 기준은 남이 아닌 나에게 있음을 깨닫게 한다.
새벽 3시 마지막 육아를 불태우기 위해 떠났던 발걸음 처럼, 앞으로 일과 육아의 사이에 완벽하진 않아도 열정적인 내가 서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