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보내는 일상
자랑 자랑 웡이 자랑
우리 애기 좀 재워주소
- 웡이자랑 [제주민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짖는 강아지 소리, 청보리 밭의 풀벌레 소리, 나무에 매달린 꿩 소리를 배경삼아 아기를 재운다. 칭얼대던 아기는 이내 조용해졌다.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내 마음의 소리가 가득 차올랐다. 제주의 바람이 내 몸과 아기의 몸을 쓸고 지나가고, 포대기에서 곤히 잠든 아기는 세상 편안하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하나 둘 조명을 켜는 오징어 배 그리고 저 멀리 포대기를 하고 아기를 재운 엄마. 지난 1년간 아기를 낳고, 품고, 키우는 동안 일하는 나는 잠시 지워졌다. 하지만 이제 일하는 엄마, 워킹맘이 다시 내 삶을 덮을 차례이다.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나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아직도 젖을 찾는 아기를 두고 나서야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내 발목을 잡는다. 일터가 익숙한듯 낯설게 느껴지고, 아기와 떨어질 시간에 두렵고 미안하다.
나는 좋은 엄마일까? 일하는 엄마는 욕심이 많은걸까? 와 같은 흔들리는 마음이 나를 뒤흔든다. 자연과 하나가 된 아기는 어느때보다 행복해보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있으니 아기도 우리도 더욱 행복하다. 손에 들린 장난감도 없고, 자극적인 색깔도 없지만 바람이 흔드는 나뭇잎, 파도만으로도 아기는 웃는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있는것만으로도 아기에겐 풍부한 자극이 된다.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과 오직 아기만 키우며 살고 싶은 '욕심'사이의 균열은 아무리 방법을 찾아도 메꾸어지지가 않는다. 결국 나는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해 돌아가야만한다.
조금은 도망치듯, 그러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수밖에.
제주에서 배운 건, 모든 걸 완벽히 해내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 속에 마음을 두는 것이라는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제주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의 방향을 다시 가늠하게 하는 시간이다.
일도 육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나를 보듬어 준 자연에게 보답할 일은 다시 힘내서 돌아가는 것.
아기를 등에 업고 걸었던 그 길은 지도에도, 핸드폰에도 어떤 기록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제주의 바람을, 제주의 소리를, 제주의 내음을. 그 날의 제주가 우리 둘을 얼마나 평화롭게 감싸주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