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기에게 쓰는 편지
아가야. 엄마가 되기 전의 1년은 그저 나이 들어감에 지나치지 않았다. 엄마로써의 첫 1년은 살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으로 시작해 매 순간 피, 땀, 눈물이 범벅되어 우왕좌왕한 말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태어났단 것만으로도 축복받던 그 날을 기점으로 너는 내내 충격을 선사했다.
처음 젖을 빨던 순간의 얼얼함을 나는 잊지 못한다. 잘 보이지도 않는 네가 냄새만으로 엄마를 찾고, 살기위해 엄청난 힘을 쏟아붓는 아기로부터 엄마는 이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커다랗고 무거운 마음에 짓눌렸다. 누군가는 울어도 괜찮다며 어느정도는 내버려두라 하지만.. 너의 울음에 엄마는 1초만에 반응했고,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네게 달려갔다.
분유수유 아기들과는 달리 수유텀도 짧고, 수유를 다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어 너의 새벽은 온전히 엄마의 감당이었다. 동이 트기 직전 우는 새가 있다는걸 엄마는 그 때 처음 알았단다. 그 새가 울고나면 머지않아 주황빛 해가 떠오른다. 시간 개념이 다 무너지는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아 아득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하루가 가고 너가 조금씩 크기 시작했다.
어느순간 정신 차려보니 너는 몸무게가 2배로 불어났고, 엄마에게 반응했고, 웃고, 짜증내며 자신을 표현하는 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걷고, 뛰어다니는 아기가 되었어. 참 신기하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감옥에 갇힌 것만 같다가 눈 깜짝하니 너가 커버렸어. 그렇게 너는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차차 시작하게 됐어.
엄마의 일기장에는 너를 두고 일을 나갈 수 없다는 수많은 고민과 번뇌가 적혀있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방법을 찾지 못했고, 엄마는 일터로 돌아가기로 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썼고 너를 돌봐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너를 낳는 조건이었지만)
너도 엄마랑 떨어지는게 고통이겠지만, 엄마 또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30분 가량 헬스장에 가는 것도 처음에 힘들었으니까. 우리가 서로 떨어진다는 사실에 초연해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마 초연해질 수 없을지도.
그치만 이건 알아줬음 좋겠다. 너를 사랑하는만큼, 엄마는 자신도 사랑한다고. 일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일하는 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물론 모든 걸 다 버리고 너를 택할 수 있을만큼 널 사랑하지만, 엄마를 놓으면 너가 훨훨 날아가는 날, 엄마는 아마 빈 껍데기만 남았을 것 같아 그러지 않기로 했다.
매 평일 9시간, 야근하는 날도 적지않게 있겠지. 출장가는 날도 더러 있겠지. 우리의 짧은 이별이 반복될수록 너에게도 엄마에게도 새로운 고통이 생겨나겠지. 이별이 아픈건 우리가 그만큼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거라는걸 기억하자.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단 사실을 절대 잊지말자.
너가 잠에 드는 모습, 밥을 먹는 모습, 즐겁게 노는 모습을 매 시간 눈에 담을 순 없는 것이 제일 아쉽고 슬프다. 대신 너와의 시간에 깊이를 더할게. 시간을 잘 쪼개어 우리 아기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할게. 그럴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함께할 수 있도록 엄마를 응원해줘.
우리. 잘 해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