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의 엄마

금순이도 이별은 힘들어요.

by 록록록

24시간 붙어있던 아기와 하루 9시간의 이별을 시작했다. 분리된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동반할지는 예상치 못했다. 동물들도 새끼와 떨어지면 심각한 불안에 시달리는데 나라고 다를테냐.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엄마와 떨어져야하는 순간은 억겁의 시간같이 무거웠다. 그냥 눈물이 났고 무서웠다. 그런 시간을 내 새끼한테 줘야한다니. 어느 엄마가 홀랑 가볍게 출근할 수 있을 것인가.


복직을 한다니 지인들이 그런다. ‘너는 강하니까 잘해내겠지. 너라면 왠지 잘할 것 같아. 멋지다 현대여성’ 그렇다. 나는 굳세어라 금순이다. 내 살길 내가 개척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궂은 일에도 개의치 않는다. 힘들지만 쿨하게 떠나올 줄 알았던 내가 매일 밤마다 고통스런 마음에 몇일째 눈물이 쉬이 그치지 않는다.


출근 전 두어시간, 퇴근 후 두어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기는 자러가야 할 시간이다. 온전히 우리의 몫이던 9시간을 회사에 줘버리고 나니, 내가 볼 수 있는 아기의 하루는 너무나도 조그맣다. 왜 많은 엄마들이 이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라는 경력단절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약해서가 아니었다. 고통을 줄 수 없는 엄마이기 때문이었다.


일에 집중하다가도 문득 아기가 떠오르면 다시금 지옥불에 빠진 것 마냥 마음이 괴롭다. 아기를 보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불쑥 나온다. 죄책감에 빠져서 살아야만 아기에게 덜 미안해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 생각했다. 그러니 On&Off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회사에선 집 생각, 집에선 회사 생각.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생활이 지속되자 부정의 기운을 떨쳐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아빠와 하루를 보낸다. 아빠도 나를 돌봐주는 존재구나라는 안심을 할 수 있도록 우린 두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빠는 엄마보다 재밌게 놀아준다. 도파민이 뿜뿜 솟아나고, 웃음소리도 더욱 자주난다. 유일한 단점은 아빠에게는 젖이 없다는 것 말곤 하루를 같이 보내는 친구로써 더욱 재밌는 일이 많을 것이다.


금순이인 나는 남에게 의지하지 못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짐을 스스로 지고 가려하지 내려놓거나 나누질 못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육아의 고통은 내가 감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젠 좀 나도 자유로워져야 할 때라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남편을 좀 믿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24시간 동안 집에 있는다해서 내가 아기에게 엄청난 열성으로 놀아주었는가?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매일같이 피곤에 시달리는건 일하는 엄마나, 육아하는 엄마나 다를바가 없다. 아침 시간에는 출근 준비를 최소화 해놓고 아기에게 집중하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기분좋게 시작하자. 수유로 아침을 열고, 오늘 당도한 감사한 하루에 집중하자. 퇴근 후에는 아기에게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얘기해주고, 하루를 잘 살아간 고마움을 표현하자. 너도 나도 자신의 자리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를.


인정하자. 워킹맘은 시간이 부족한 것을.
100%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대신,
나머지 시간에 10,000%의 사랑을 부여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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