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말 그대로 지옥 같았던 10일이었습니다. 새끼를 두고 나오는 어미의 마음을 아실까요. 매일 보던 내 새끼를 하루 3~4시간 밖에 못 보는 아픔. 그 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날도 많죠. 매일 볼 때는 몰랐는데, 어쩜 이렇게 매일 훌쩍 커 있는지. 이 순간을 놓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타 들어갔습니다.
매일 밤 찢어지는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눈물을 삼키는 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일을 포기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복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날, 휴직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회사에 고했어요. 동료의 배신감, 신뢰를 잃건 말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아기를 보고 싶고,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죠.
휴직 번복에 예상했듯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휴직은 저의 당연한 권리죠. 하지만 더 무서운 현실이 있단 것을 깨닫는데 까지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름하야 ‘경력단절’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죠. 어려운 상황에 처한 회사는 다시 발생하는 공백을 견딜 수 없고, 제 자리를 남겨놓기까지의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몰랐던 저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겁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하지 못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실태를 아시나요. 2023년 기준, 기혼 여성 6명 중 1명이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중 42%는 육아가 주요 사안입니다.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 아버지 육아휴직 사용률을 유치하는 등의 목표가 있지만 여전히 문화적 문제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옆나라 일본을 볼까요. 일본 여성의 약 3분의 2가 첫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고, 대부분 수년간 복직하지 못합니다. 특히 일본은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 부담이 집중되는 경향이 크죠.
그렇다면 선진국 미국은요? 출산 후 2주 이내 복직 여성 비율이 25%에 달하며, 복직 여성 중 43%는 결국 경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 워킹맘들도 있죠. 육아와 일을 동시에 감당하는 워킹맘들의 삶은 단순히 ‘버틴다’로 요약할 수 없는, 복잡하고 깊이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일과 육아의 병행이 아닌 균형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많은 워킹맘들이 말하는 건 ‘균형’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반복 조정’이죠. 육아에 집중하면 일에 죄책감, 일에 집중하면 육아에 미안함이 따라붙습니다. 결국 완벽함이 아닌, 적당한 타협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이들의 생존 전략입니다.
두 번째, 워킹맘의 ‘자기 시간’은 없습니다. 출근 전 아기 돌보기, 퇴근 후 아기 돌보기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요. 워킹맘의 ‘자기 시간’은 가장 먼저 삭제됩니다. 결국 소진의 지름길로 가죠.
세 번째, 커리어를 포기하는 대신 ‘타협된 업무’에 머무릅니다. 승진을 포기하거나, 안정적인 포지션에 머무르거나, 파트타임 전환 등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야망을 접는 일’이 타협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옵니다.
네 번째, 워킹맘의 감정 노동. 아기 앞에선 미소를, 상사 앞에선 단단함을.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괜찮은 척하는 워킹맘들의 감정 노동.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결국 일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아기가 아빠랑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분리 불안은 엄마가 더 심했던 점, 일하며 아기 외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 결국 저를 타협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도 컸죠.
하지만 여전히 저는 모든 걸 포기하고 아기에게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짜증을 내던, 온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던, 제가 책임지고 키워야 할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이니까요. 경력단절이 되더라도 사랑에 머무르겠단 것은 타협에 견줄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경력단절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신화 속 얘기겠죠. 저 또한 순응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가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