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들고 모두 모여, 대사리된장국>
우리 가족이 모처럼 집중하던 시간
여름해는 정말 길다. 시골 아이들의 여름해는 더욱더 길었다. 도시의 아이들처럼 학원도, 패스트푸드도 갈 수 없는 우리들의 여름방학이 그러했다. 우리는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 들로 나갔다. 진흙으로 소꿉놀이 하던 시기를 지난 우리들에게 여름철 대사리잡기는 꽤 재미는 놀이였다. 우리 동네 까만색 대사리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 살았다. 주로 그늘지고 구석인 자리나 수염 같은 이끼사이에 많이 붙어있었다. 언니들과 비닐봉지 한 장씩 들고 밑에서부터 위로 위로 일렬로 올라간다. 허리를 구부리고 줍다 보면 어느새 저수지 근처까지 가게 되는데 거기까지 경계선이었다. 어른들은 그 이상 가면 혼을 냈다. 수심이 깊어 아이들끼리 가서 놀다가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이 그렇게 하든 말든 밥만 먹으로 일하러 가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 동네친구들은 자주 가던데 우리는 차마 못 가봤다. 정말 우리가 어떻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줍는 중간중간 봉지에서 물을 적당히 조절해주어야 했다. 물이 전혀 없으면 죽을 것 같았고 너무 많으면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마다 한봉다리씩 들고 집으로 오면 공부 안 하고 주우러 다녔다고 한소리 듣지만 엄마는 그날 저녁 간식거리를 내주신다. 해감한 대사리(해감은 어떻게 하셨지?)에 집된장을 넣고 푹푹 끓인 대사리들. 저희들끼리 부딪치는 찰랑찰랑 거리를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바늘을 가지고 앉아 열심히 까먹었다. 맨질맨질하고 까만 대사리들 겉에 투명막이 있는데 흡사 우렁이 같았다. 그 사이로 바늘을 넣어 살을 푹 찔러 살살 꺼내면 밑에 구분구분했던 살들이 나온다. 마치 아이스크림 꼬다리 같은 그것은 초록색 내장이라 씁쓸하고 끝에 작은 알갱이들이 씹혔다. 그리고 대사리는 다음날 아빠의 해장국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 바닷고둥을 먹게 되었는데 맛은 비슷하지만 살이 훨씬 컸다. 그리고 내가 먹은 게 까맣고 자그마한 민물고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름방학 날 초등학생들의 자그마한 취미가 엄마의 한 끼 고민의 해결이 되고 아빠의 해장국이 되나니 이 얼마나 귀한 식재료인가.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모여 바늘 하나씩 들고 집중! 또 집중! 해서 먹다 보면 누가 한알이라도 더 먹나 대결이 벌어졌다. 바늘 하나 들고 마치 전사라도 된 듯 가족들은 그렇게 또 조용한 전쟁을 하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