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떻게 하시나요?
수업을 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다. 잠깐 숨을 고르고 수업을 마무리한 뒤 쉬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이 다 빠져나간 강의실에서 잠시 홀로 서있었다. 울고 싶었지만 감정이 메말라 버린 탓일까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괜찮은 건 또 아니었다.
'왜 삶이 이렇게 무너지게 된 걸까?'
이제 수입이 없는 2달이 찾아올 거고 마침 하던 부수입도 이번달로 중단이 되었다. 거기다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해 기간 이익 상실이라며 날아온 지급명령 통지서까지..
아내는 이걸 해결하기 전까지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라며 소리쳤다. 화가 날 법도 했다. 사업을 같이 하자며 꼬시던 그에게 속아 4700만 원을 나와 아내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했었고 그게 전부 빚이 되어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수업이 한창이던 10월 말부터 감기에 걸렸는데 그게 벌써 2달간 지속되었다. 몸이 좋지 않으니 무엇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무기력에 빠져 지내던 나날이 이어지다 오늘 갑자기 터져버렸다. 차가 없어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학원 강의를 마치면 도서관으로 가서 일을 한다. 마케팅을 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수입은 내지 못했다. 물론 가끔 수입이 생길 때가 있었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도 아니고 지속적이지도 않았다. 그런 시간을 이어오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그의 말에 현혹되어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4700만 원이란 돈이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이야. 한때는 몇 주간 집중해 상품을 판매하면 벌 수 있었던 돈인데 최근에는 그런 기반 상품과 광고비도 없을뿐더러, 자신감이 사라진 게 가장 컸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가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산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공감이 갔다. 아들이 있는 이상 나는 계속 이렇게 죽지 못해 살아갈 것 같았다. 나에겐 4살 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내 목표는 우리 가족이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누가 봐도 평범한 목표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나에게는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집에 들어갈 땐 아내와 아이가 잠에 들고 들어가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그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집을 나섰다. 아내의 눈치를 봐야 했고 아들은 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하루는 피로가 쌓였는지 감기가 심해졌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들어갔는데 마침 아들이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아빠 왜 왔어?'였다. 순간 충격을 받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그동안 바빠서 못 봐서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마음이 아플 시간도 없이 그동안 쌓인 피로로 잠에 빠졌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도망치듯 집을 나설 땐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