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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팅김이사 Dec 26. 2024

벼랑 끝에 내몰려 본 적 있나요

그래서 언제까지 돈 줄 거야!?!


수업 중에 전화를 받았고 이건 생전 처음 겪어보는 독촉이었다. 실제 추심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피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사람들이 연락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돈을 빌린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선입금을 받을 때가 많다. 광고비를 먼저 태워야 하거나 하는 업의 특성 때문이다. 보통은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는데 바쁘다는 말에 일을 먼저 맡은 게 잘못이었다. 그렇게 받은 돈을 하청업체에 주고 웹디자인, CI/BI 디자인 등에 돈을 지불한 상태였다.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그리고 그 소문은 어디서 났는지 나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에 하나둘 일을 끊기 시작했다. 이미 받은 돈(전체 금액의 30~40% 정도)은 모두 지불한 상태였기에 환불을 요구한다고 해서 줄 수 있는 돈은 없었다. 하지만 소개를 받아 온 고객에게 그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일을 중지시켰다. 그런다고 내가 돈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




살면서 대출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서울에 빌라 하나 살 때 은행에서 처음 대출을 받아봤었고 이후에는 대출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빌린 적도 없는 돈이, 심지어 내 통장에 들어오지도 않은 돈 4700만 원이 나와 아내의 빚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좋았던 신용은 바닥을 쳤기에 대출을 받아서 돈을 갚아야겠다는 선택지가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사기로 고소를 하고 채무부존재 소송을 했지만 법은 나더러 그건 '사업에 투자'한 거라 말했다. 


'투자라니..'

채무부존재 소송에 졌기에 상대측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도 했다. 투자라지 않는가.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에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지인들은 이런 나를 보고 '병신'이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아내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자신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어본 나는 이런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도 알고 있었다.


길을 가다 독사에 물렸다고 사라지는 독사를 쫓아 죽여봐야 무엇을 하겠는가. 그 사이에 독이 펴져 더 빨리 죽을 뿐이다. 차라리 응급차가 올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지금 나에겐 독사를 쫓는 일이 아니라 치료를 하고 다시 일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이 최우선인 걸 안다.


하지만 삶의 고비는 한 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한 번에 터졌다.


서울의 빌라가 경매로 날아가 버렸다. 
타던 차는 사고가 나서 폐차를 했다. 걸어서 출근하느라 감기가 2달간 안 낫고 있다.
없던 빚이 생기면서 신용이 바닥을 기게 되었다. 
신용카드를 못쓰게 되어 광고비 지출을 못하게 되었다. 
구글 계정 해킹으로 1만 유튜브 채널이 삭제되었다.
빌리지도 않은 돈을 추심당하게 되었다.


그동안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했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안 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을 금액을 제때 주지 못하고 욕까지 얻어먹는 상황에서 나의 자존심은 긁히고 갈려져 사라지고 있었다. 


그놈의 자존심..


이 모든 게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이제야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삶이 나를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달까?


자존심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할 게 많이 보였고, 무언가를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의외로 해야 할게 많았다. 그동안 인생을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손발이 멀쩡하고 머릿속에는 지식이 남아있지 않는가. 집이 사라지고 차가 사라지고 빚은 늘어났지만 나에겐 지식과 희망이 있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 아직은 터널 속이지만 언젠가 탈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p.s 독촉 전화를 건 사람이 볼 수 있기에 그 부분은 약간 각색을 했습니다. 이 글 보고 다시 전화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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