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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Dec 08. 2020

엄마, 나도 딸은 처음이야

처음은 어렵다

tvN '응답하라 1988' 中-


“아빠 엄마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 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 인디. 긍께 우리 딸이 쪼까 봐줘.”


‘응답하라 1988’에서 아빠 성동일은 첫째와 셋째 사이에서 항상 양보만 해야 했던 서러운 둘째 딸 덕선이에게 생일 케이크를 내밀며 이렇게 속마음을 고백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 이듯이, 엄마도 엄마가 처음 이듯이, 나 역시도 딸은 처음이다.
나도 딸 역할에 미숙하다.


중학생 때 시험 보기 전 날 나는 졸음을 못 참고 잠들어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험 당일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대뜸 엄마한테 가서 깨워주지 않았다고 짜증을 냈었다. 그 날 엄마는 나의 시험 점수가 나오기까지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사실 알람 소리 못 들은 건 나였는데.


유치원 때 집 근처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는데 엄마는 손도 안대는 거였다. “엄마 왜 안 먹어?” “응 엄마는 배불러” 그리고 그 케이크는 나 혼자 다 먹었다. 엄마도 달달한 케이크 좋아할 나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 엄마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다(나는 삼십 대 중반의 미혼이며 친구들을 만나면 카페 가서 달달한 케이크 먹는 걸 즐긴다).


나는 대학교 등록금을 부모님이 온전히 다 대주셨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생각 좀 할 겸 해외에도 나갔다 왔다. 돈이 필요할 때 엄빠 찬스를 쓰곤 했다.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다. 그때 부모님이 힘든 시기였음을.


혼자 나와 산 뒤로 집안 행사나 명절이 아니면 회사일이 바쁘다고, 약속이 있다고, 좀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집에 잘 내려가지도 않고 전화도 잘 안 드리게 되었다. 어쩌다 집에 가는 날이면 아빠는 "못 보던 반찬들이 많이 나왔네~ 자주 좀 와. 아빠도 맛있는 것 좀 먹자."라고 농담을 던지시곤 했다.



커가면서 느끼는 걸까. 나도 미숙한 딸이었음을.
그리고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건 부모님이라는 걸.


엄마는 항상 말했다. “더 좋은 거 못해줘서 미안해. 우리 딸.”

엄마는 엄마가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고도 미안해했다.


“엄마. 나도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나도 딸이 처음이라 많이 미숙했어. 엄마 마음 잘 몰라줘서 미안해. 사랑해.”



모두가 처음이다. 엄마도 처음. 아빠도 처음. 딸도 처음. 아들도 처음. 처음이기에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는다.
처음이기에 당연히 겪는 과정일 거다.
아빠 엄마와 아들 딸은 아마도 이 미숙한 과정을 거치며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성장해나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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