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별 Oct 22. 2020

밥 짓는 건 밥솥이지 내가 아니야

조급함으로 행복이 멀어진다 느낄 때

아~ 이것만 해결되면 맘이 편해질 거 같은데.
언제 끝이 날까.


나에겐 조급함과 조바심이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성격 상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성급함이 있었고, 힘들고 불편한 건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일이 발생하면 그걸 빨리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나를 몰아세우곤 했다.



한동안 마음이 무겁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

모든 일들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그런 내가 안쓰럽고 딱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 곧 마무리될 거야. 난 최선을 다할 테니까'

'그래. 지금 이 순간 지나고 나면 편해질 테니 조금만 참자.'


하지만 나의 다독임은 오히려 나를 더 힘겹게 했다.
'왜 빨리 해결 안 되는 거지? 왜 변하지?'

라는 생각들이 매일매일 나를 옥죄어 왔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

 "나는 행복하면 안 돼?"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마음의 갑갑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마음속 외침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 머릿속을 탁! 치는 말이 떠올랐다.

"넌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을 왜 조급함, 조바심으로 망치는 거야?
여유를 가져봐."

 

'아차! 그렇구나.'


타이머가 있는 밥솥에 밥을 올려놓고 "빨리 밥 돼라!"라고 재촉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밥이 된다. 나는 밥통에 잘 씻은 쌀과 일정량의 물을 넣어준 뒤 취사 버튼만 눌러주면 끝이다. 그다음부터는 밥솥이 할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그냥 기다리면 된다. 맛난 흰쌀밥을 먹을 생각을 하며 즐겁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나는 작동 중인 밥솥을 움켜잡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불안하게 기다리던 여유롭게 기다리던 밥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밥맛은 동일한데 말이다.


나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이유가 조바심 때문에 생기는 불안함이라는 걸 인지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움켜쥐고 변화시키려는 욕심도 있었음을 인정했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나에겐 여유로움이 없었다.
업무 성장도 빨리 하고 싶어 번 아웃될 때까지 달리고 달렸다.
계획표를 짤 때 최대한 빡빡하게 시간을 짰었다.
그 결과 나는 정말 번아웃이 되었고,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짜증 나는 상태로 나를 채찍질했다.


이제 나에게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내면 그다음부턴 움켜쥐지 않고 내려놓고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처음엔 여유로움이 익숙지 않아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여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간 조급함보다 여유로움을 즐길 날이 오겠지 싶다.
행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왼발 '사랑합니다' 오른발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