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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Mar 14. 2023

왜 나만 노력하는 거 같지?(feat. 부부생활)

너도 억울했니? 야 나도.


왜 나만 노력하는 거 같고, 남편은 편한 거 같지?


결혼한 지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연애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함께 뭔가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좀 더 깊은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의 대화 주제는 신혼집 구하기, 임신 계획인데 이전과 달리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주된 대화다.(참고로 우리 부부는 상황 상 아직 합치지 않은 상태이며, 각자의 직장 근처에서 따로 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특히 신혼집을 구함에 있어 위치, 금액, 주변 환경 등 고려하는 항목에 대한 우선순위가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데, 이런 의견 차 때문에 '집'이라는 주제만 나오면 서로 예민해지곤 한다.


우리는 이 주제로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얘길 해왔다.

하지만 대화를 할랍시면 서로 예민해지면서 종종 다투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의견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결정을 최대한 미루는 상황이 지속되기도 하였다.

이 과정 중에서 극명하게 차이 나는 성향이 있었는데, 나는 '계획에 맞게 빠른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극 J형(판단형)이고, 남편은 마감기한이 다 올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집중하는 극 P형(인식형)이라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나는 현실주의인 극 S형(감각형)인데, 남편은 이상주의인 극 N형(직관형) 이었다.

우리는 자석의 N과 S 극처럼 생각이 다름을, 암암리에 인지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얼마 전 남편과 2시간이나 기나긴 통화를 하면서 남편 또한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음을 털어놓았다.

내가 남편을 볼 땐 너무 앞선 걱정을 달고 살고, 게으른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크고, 남편이 나를 볼 땐 너무 서두르고 여유 없이 압박을 주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사실 초반에 나는 너무 억울했다.

나만 고민하고, 나만 희생하고, 나만 배려하고,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에 둘려쌓여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만 억울한 게 아니었다.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는 속상하고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

그 누구도 마음이 편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로 고민하고, 서로 희생하고, 서로 배려하고 있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나 스스로 억울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결국 나를 피해자로 만든 건 나였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글이 있었다.

"운명학에서 말하는 결혼이란 '나와 180도 반대편에 서있는 것들'과 손을 맞잡는 것이다.

나와 반대되는 극성의 사람을 만나 나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에 균형을 맞추어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남녀 두 사람이 생의 전반(사회적 경력, 자녀, 재정 등)에 걸쳐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로의 삶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궁합이 좋다'는 것은 결혼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결합시킴으로써 운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까지 상대방의 단점만 파고들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상대방의 장점과 나의 장점을 결합해서 최상의 조합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함을 인지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 혼자 노력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함께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차근차근 변화해 나가보자.


너도 억울했니? 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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