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별 May 03. 2023

하는 일은 똑같은데 너는 왜 500만 원 더 받아?

내가 깔아놓은 아스팔트

500만 원 더 올립시다!


요즘 회사에서 리셉션&비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지원자도 없고, 지원을 하더라도 당일 면접포기자도 많았고, 무엇보다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친구들이 없었다.

이렇게 채용이 미뤄지고 어렵다는 사실을 대표님께 말씀드리니 결국 '연봉'을 인상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

지금보다 500만 원 높게.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일하는 애, 이전에 일하던 애, 모두 억울하겠다"



얼마 전에 다른 회사에 있는 팀장이 7년을 다니던 회사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퇴사하면서 그 자리에 올 사람을 뽑는데, 나한테 하는 말이

"새로 뽑는 사람 연봉을 보니 정말... 저 호구였던 거 같아요"였다.

그전에 또 다른 회사에 있는 후배 역시 그 아래 직원을 채용하는데, 자신이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연봉이 높다면서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었다.

나 역시 이전 직장에서 초창기 멤버로 개고생 했었는데,

내가 퇴사하면서 나 다음으로 오는 사람은 더 높은 연봉으로 채용공고를 낸 걸 보고 진짜 억울했었다.

진심으로 억울해서 정말 울화가 치밀어 올라올 정도였다.


지금 직장에서도 초반에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우리 부서 세팅을 했었다.

3명이 일할 걸 혼자 다 해냈었다.

그 뒤로 새롭게 채용한 사람은 나보다 일을 덜하면서 내가 처음 입사할 때보다 높은 급여를 받았다.

물론 경력직이었고, 그 당시 내가 받던 연봉보다는 낮았지만 나는 너무 억울했다.

그 사람은 내가 깔아 놓은 아스팔트 위에서 너무 쉽게 일하는 거 같아서.



요즘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많다.

처음에 시작하는 사람들은 힘들다.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것도 많고, 혼자서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나는 '앞사람의 억울함'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씌어 있었다. (특히 회사에서.)

"나는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내가 해놓은 것부터 시작하니 쉽게 하잖아!

나는 너무 억울해!!!!"


나는 이 마음을 어떻게 풀고 이해시켜야 할까 요리 저리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억울한 논리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내가 살아온 이 세상도 앞서서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점점 편하게 살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도 억울한 마음이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일제강점시기를 겪은 세대가 독립을 외쳤기에 내가 지금처럼 편하게 사는 건데, 그렇다면 그 당시 세대는 나한테 억울한 감정을 느낄까?

초기에 컴퓨터를 개발한 사람들은 아마 지금처럼 편안하게 쓰지 못하고 개발만 죽어라 했을 텐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한 행동을 억울해할까?

아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억울함에 사회는 더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내가 억울하다는 생각에 빠져있는다는 건 나의 성장에 스스로 방해물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사람이 나로 인해 편안해지는 꼴 보는 게 싫다면, 어떤 걸 성취해 놓고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으면 된다.

모래성처럼.

열심히 쌓아놓고 다시 밟아놓으면 된다.

그런데 남이 내 덕을 보는 게 억울해서 내가 열심히 쌓은 걸 무참히 무너뜨리면 그건 결국 내 손해가 아닐까?

내 노력, 내 시간, 내 에너지 그 모든 것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그냥 죽어버리는 거다.

결국은 내가 행하는 모든 건 '나를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를 나 스스로 인정해 주면 되는 거다.

타인으로부터 벗어나 '나'라는 사람이 내 세상의 주인공으로 내가 해낸 것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면 되는 거였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아직까지 내 인생에 있어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많이 인식하고 있음을 크게 느꼈다.

그리고 남 잘되는 꼴 보는 걸 배 아파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앞으로 나한테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도 나에게 꾸준히 얘기해 줘야겠다.

그리고 나는 '억울 기운 프레임'에서 벗어나도록 계속 노력해야겠다.


나는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산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짜 합리화와 진짜 긍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