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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거지 11번 할 때 남편은 한 번도 안 한 이유

부지런한 사람의 비애

by 유별
오빠는 빵을 한 조각씩 떨어뜨려놓는 헨델과 그레텔 같아.
오빠가 움직일 때마다 집안에 흔적을 남기거든.


찐 신혼생활로 이제 합친 지 3주 차.


남편과 나의 가장 큰 다른 성향은

나는 바로바로 치우는 깔끔한 성격이고,

남편은 한 번에 몰아서 치우는 여유로운 성격이다.


연애시절엔 남편(당시엔 남자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래도 남자 혼자 사는 거치곤 정리가 좀 되어 있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도착하기 1시간 전에 청소를 해놨기에 그래 보였던 거였다.

나는 평상시에도 정리가 잘 되어있을 거라 착각을 하고 있었을 뿐.


물론 중간중간 의심은 들었다.

설거지통에 설거지거리가 들어있다거나,

귀이개라던가 바나나껍질이 쓰레기통이 아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거나,

분리수거함 박스가 가득 차 있는 걸 보았을 때.


사실 연애 때는 내 집이 아니니 잔소리할 것도 없었고,

나도 남편(당시 남자친구) 집을 청소해 주는 우렁각시 스타일은 딱히 아니어서 넘어갔는데,

이게 웬걸!!!!!

같이 살고 나니 남편과 나의 정리정돈 스타일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벽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나면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 반면,

남편은 설거지 통에만 넣는 스타일이었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깔끔하게 이불정돈과 잠옷을 정리하며 시작하는 반면,

남편은 입던 옷을 홀랑 바닥에 던져놓으면서 시작했고,


내가 부엌 아일랜드를 깨끗이 정리해 놓으면,

남편은 자전거 헬멧과 장갑 등등의 용품을 올려놓아 다시 그의 흔적을 남겼다.


내가 보기엔 바로바로 치우지 않은 남편은 게을러 보인다.

하지만 남편은 나를 보면 깔끔한 것에 유난 떠는 성격으로 보겠지?

사람은 상대적인 거니까.


앞으로 남은 여생 잘 살려면 서로 잘 맞춰 나가긴 해야 하긴 할 거다.

파이팅 해야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느끼는 '남편의 게으름에 대한 분노 게이지'는 우선 풀고 파이팅을 해야겠다.


"으아아아아아아~~~~~~~~~~~~~

나도 게을러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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