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내가 6년 전에 작성했었다고? 와~ 나 진짜 김 과장이었을 때 회사에 뼈를 갈아 넣었었구나! 하하하.
얼마 전 회사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면서, 6년 전 이직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단독으로 맡아 작성했던 내부규정 자료를 다시 검토하게 되었다.
당시 과장이었던 나는 회사에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던 규정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었고, 별첨자료 양식도 엑셀파일에 일일이 표를 그려가며 작성했었다.
참고자료도 관련 법규를 하나씩 찾아보고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지 체크해 나가며 애정을 다해 만들었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담당 업무가 바뀌어 당시 만들었던 자료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금번에 내부규정 재정비 TF Team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예전에 만들었던 파일을 열어보게 되었는데, 파일을 여는 순간 "내가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었다고? 와 진짜 이때 열정이 장난 아니었네!"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나는 김 과장이었던 시절, 내 일에 대한 애정이 정말 넘쳐났다.
그러다 보니 야근은 당연지사였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나는 내가 만든 모든 작성물들에 진심 어린 애정이 한가득이었던 거 같다.
김 과장이었던 시절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
당시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오라는 업무가 있었는데, '끝까지 마무리 잘하고 가자'라는 생각에 '1시간만... 1시간만... 쫌만 더...' 하다가 새벽 2시가 되었다.
그때가 업무의 한 95% 정도 마무리 되었던 시점이었는데, 어깨도 딱딱해지고 집에 가고 싶은 순간적인 충동이 빡!!!! 하고 강하게 올라왔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가겠다는 충동을 눌러주는 감정도 순식간에 올라왔는데, 당시 떠올랐던 머릿속 생각이 아직도 또렷하다.
"95%나 해왔다고!! 좀만 더 하면 되는데 집에 간다고? 앞으로 딱 1시간만 더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가자! 좀만 더 버텨봐 유별아!"
그리고 정말 새벽 3시까지 다시 초집중해서 업무를 100% 마무리하고 퇴근을 했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상사로부터 "대표님이 네가 만든 결과물에 엄청 만족해하고 놀라워하더라"라는 소식을 듣고 나의 그 독함에 엄지 척을 해줬었다.
얼마 전 읽어던 책에서 이런 글귀가 있었다.
"나는 워라밸도 연령대별로 조금씩 비중을 다르게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0대에는 일의 비중이 80% 정도 되는 게 제일 좋고, 30대에는 70%, 40대에는 60%, 50대에는 일과 삶이 5대 5 정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고 건사할 가족이 있으면 구조적으로도 일의 비중을 계속 높게 가져가기가 힘들어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커리어에 있어 결정적 시기가 있다. 그때는 한 번쯤 독하게 일에 매달려 끝장을 봐야 하나. 그때 네가 무엇을 배우고 익혀 너의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5년 뒤 너의 자리는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워런 버핏이 말했듯 최고의 투자는 바로 너 자신에게 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 - 딸아, 돈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中(박소연 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제 김 과장처럼 일을 하지는 못하겠다.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그때의 독함이 이제는 잘 올라오지 않는다.
다만 그때의 독함으로 인해 지금은 조금 더 여유롭고 수월하게 일하는 김부장이 되었음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