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별 Dec 04. 2023

전 남자 친구가 사준 10년 된 운동화를 드디어 버렸다

보라색 운동화

유별아, 우리 운동화 맞추자.


20대 후반, 그때 당시 사귀었던 남자친구한테 운동화 선물을 받았었다.

보라색 나이키 운동화.


운동화를 선물 받긴 했지만 나는 작은 키를 보완하고자 구두를 신고 다녔기에 보라색 나이키 운동화는 10년 동안 30번 이내로 신었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내 눈에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새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사할 때마다 챙겨 다니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다른 남자(?)랑 결혼한 후, 신혼집에도 전 남자 친구한테 받은 운동화를 들고 왔다는 것이다. 

좀 찜찜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신을만한 해 보여서 버리는 것도 좀 아까웠다. 

결국 내가 생각해 낸 건 예의상(^^) 신혼집에는 두지 않고, 헬스장에서 러닝화로 사용하기로 했다. 



헬스장 등록 후 5회 정도 PT를 받았는데, 헬스장 트레이너가 물어본다.

  트레이너: "회원님, 신발 미끄러우시죠?"

  나: "네, 살짝 미끄럽네요. 좀 오래돼서 그런가 봐요."

  트레이너: "얼마나 되셨는데요?"

  나: "10년 정도 된 거 같아요. 몇 번 안 신어서 아깝길래 그냥 신고 있어요."

  트레이너: "아~ 그러셨구나. 그런데 회원님, 신발은 오래되면 삭는 게 있어서 미끄럽기도 하고 안전상 위험하니 새로 사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역시 트레이너의 눈은 다르던가.

나는 별생각 없었는데, 전문가의 눈에는 내가 운동하다 넘어질까 불안해 보였나 보다. 


며칠 후 나는 트레이너의 조언 덕에 보라색 나이키 운동화를 10년 만에 버렸다.

이제 20대 때 내가 연애할 때 당시 주고받던 선물은 더 이상 없다.

나는 곧 검은색 나이키 운동화를 하나 장만했다.


과거의 연애와 연관된 물건은 이제 모두 안녕~~ 엉~~


어이쿠! 내 귀걸이함을 보니 20대 초반 대학생 때 받은 귀걸이 선물이 아직도 있는 걸 발견했다.
내가 이걸 왜 안 버렸지?
아! 14K 금이라 안 버렸었구나. 허허허.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남편에게 꾸준히 해주는 단 한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