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귀여운 질투 '나도 다양한 반찬 먹고 싶어요
아들은 이제 만 6개월, 남편은 528개월을 지나가고 있다.
얼마 전 남편과 살짝 티격태격하다가 남편이 귀여운 질투를 표현했다.
"유별아, 아들 맘마는 유기농에 재료도 직접 사러 다니면서 최선을 다해 이것저것 만들어주잖아. 좋긴 한데... 나도 다양한 반찬 먹고 싶었어. 나도 신경 써죵ㅠ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 아가는 내가 안 챙겨주면 못 먹는 만 6개월 아기고, 오빠는 혼자 챙겨먹을 수 있는 어른이잖아~ 아가한테 해주는 정성 보고 질투 났어?ㅋㅋㅋ"
밥솥도 없던 요리 문외한의 과거
사실 결혼 후에도 직장을 다니느라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 혼자 살 때도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거나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으로 끼니를 때웠다. 집에는 밥솥조차 없었다.
밑반찬을 만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고, 할 줄 모르기도 했다. 요리에 관심도 없었고 퇴근 후 지친 몸으로는 주방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유식이 깨운 나의 요리 DNA
그런데 출산 후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할 때가 되니 내 마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변에서는 시판 이유식을 많이 쓰지만, 첫 아기인 만큼 내 손으로 해먹이고 싶은 의지가 샘솟았다.
이유식 책 두 권을 펼쳐 공부하고,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며 이유식 만들기에 돌입했다. 한살림에서 유기농 쌀가루와 쌀을 사고, 마트에서 청경채와 애호박을 샀다. 소고기는 안심 투뿔로 구매했다.
주방에서 간만에 칼질 소리가 났다. 냄비에서 소고기가 끓고, 삶은 야채와 고기를 따로따로 갈아 큐브로 만들었다. 아가에게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이유식을 주려 최선을 다했는데... 이를 본 남편에게는 서운함과 질투심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유튜브 쇼츠가 만든 기적, 8가지 반찬
곰곰 생각해보니 냉장고가 너무 빈약했다. 난생처음 집반찬을 만들 결심을 했다. 냉장고가 풍요로워지는 만큼 남편의 마음도 채워지길 바라면서!
내가 가장 먼저 찾아본 건 유튜브 쇼츠였다. 진짜 유튜브 만세! 그렇게 8가지 반찬을 완성했다.
콩나물무침, 멸치조림, 감자조림, 미역줄거리볶음, 소시지야채볶음, 애호박부침, 두부부침, 코우슬로.
맛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든 내가 너무 멋져 보였다.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며 "아들 맘마보다 더 정성스럽게 반찬 만들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집밥을 좋아하는 남편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5일 후 반찬이 모두 떨어지자 이번엔 또 다른 반찬을 만들었다.
집반찬 2탄, 9개 완료!
시래기소고기된장국, 연근조림, 달걀장조림, 멸치조림, 두부조림, 콩나물무침, 고사리무침, 곤드레나물무침, 코우슬로.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는 것에 나도 놀랐다. 대장금까진 아니어도 소장금은 된 것 같았다.
아가가 조금씩 크면 밥도 함께 먹을 텐데, 미리 연습삼아 만든다고 생각하니 할 만했다. 역시 '엄마가 되어야 요리를 한다'는 말이 맞았다.
528개월 된 큰 아들과 6개월 된 작은 아들, 둘 다 잘 챙기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하는 재미를 발견한 나 자신이 가장 뿌듯하다.
냉장고가 풍성해질 때마다 우리 가족의 행복도 조금씩 더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