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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Jan 20. 2021

소개팅할 때 무슨 취미를 말하면 좋을까?

나는 글을 씁니다.

두근두근 소개팅.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나서는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대화하면서 느껴지는 상대방과의 티키타카도 중요해졌다.

소개팅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말하는 순서는 대충 비슷하다.

인사를 하고,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고, 어디 사는지 어디를 다니는지 등등 물어보며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다.

기본정보를 알고 나면 상대방과 내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시작한다.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부터 "퇴근하고 뭐하세요." "주말에 뭐하세요."까지.

그리고 공통된 소재를 발견하면 이야기가 편안하게 이어진다.


나의 소개팅 경험을 봤을 때, 같은 업계 사람이면 업무적인 얘기로 빠질 때가 많았고, 다른 업계 사람이면 주로 취미생활을 얘기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성향을 좀 더 쉽게 파악했다.

취미는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책 읽기, 어떤 사람은 자전거 타기, 어떤 사람은 주식, 어떤 사람은 골프, 어떤 사람은 요리, 어떤 사람은 공부, 어떤 사람은 출근 등등.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으면 그의 취미생활에 '관심과 공감'을 해주며 뭔가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었다. 동일한 취미면 이야기 소재가 더 많았었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취미를 듣고 '아~ 이 분이랑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본인의 취미생활에 너무나도 심취하여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배려만 원하는 사람들은 별로였다.

주말에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탄다거나, 주말출근을 이유 없이 밥먹듯이 한다거나, 주식에 너무 몰빵 하는 사람이던가, 이틀 내내 골프에 빠진 사람이라던가.



예전엔 회사에 치여 살 때는 소개팅남이 "주말에 뭐하세요?"라고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할지 난감했다.

당시엔 주말에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목표였고, 그래서 침대에서 뒹굴다가 때 되면 밥 먹고 자는 게 주말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엔 내가 너무나도 없어 보여서 뭔가 예쁘게 포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음악 들으면서 책 읽어요."라고 내 진짜 취미와는 동떨어진 고상한 취미를 얘기했다.

어쩌면 내 있는 그대로를 얘기했으면 좀 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특별한 취미생활이 아닌 이상 직장인이라면 이틀에 하루는 TV 보면서 침대에서 뒹구는 동일한 여가를 보냈을 테니까. 직장인 공감대 형성.



회사에 올인하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진짜 취미가 생겼다.

글을 쓴다.

내 마음을 털어놓는 글. 정말 솔직한 글.


사회생활을 하면서 분노에 차올랐을 때 느낀 감정과 상대방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말을 쓰기도 하고,

나만 알고 싶은 이불 킥 하고 싶었던 상황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하고,

과거 속상했던 일이 떠오르면 그에 대한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 누구한테도 보여줄 수 없는 글이지만 나는 이 '솔직한 글'을 쓰고 난 뒤부터는 나와 더 친해졌다.

내 감정들을 가슴속 깊이 박아두는 게 아니라 꺼내놓았기에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덜어 놓기도 했고,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던 상황을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시야도 조금씩 갖게 되었다.

내 삶을 변화시켜 준 너무나도 소중한 취미다.



작년 가을쯤 소개팅을 했었다. 상대방이 물어왔다.

"취미가 뭐예요? 퇴근 후나 주말에 뭐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물론 주로 쓰는 글은 내 개인 노트에 쓰는'솔직한 글'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브런치'를 언급했다.

"글쓰기요. 브런치 아세요? 얼마 전에 브런치 작가 됐거든요. 글 쓰는 취미를 갖게 되었는데 앞으로 여기에 글 올려서 좋은 기회에 책도 내는 게 제 목표예요."

예전처럼 포장된 취미생활이 아닌 진짜 내 취미생활과 그와 연관된 목표를 얘기하니 뭔가 나도 뿌듯하고 당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
사람들과 공동으로 책을 내는 좋은 기회를 얻었고, 나는 이렇게 책에 담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
공동저자 '유별'이 나올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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