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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Feb 02. 2021

한겨울 시작된 나의 강남 입성기는 혹한기 훈련과 같았다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

2015년 12월.
나는 강남 여자가 되었다.


독립 후 첫 번째 살던 집의 전세 만기가 다가와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신사동 을지병원 사거리 쪽이었다.

만기 한 달 전 나는 발품을 팔면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강남구청역 근처에 교통, 주변 문화시설, 가격, 평수 모두 만족스러운 오피스텔을 발견했다.

회사와도 가까웠고 무엇보다 버스, 지하철 모두 3분 내에 접근성이 좋았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바로 전세계약을 했고 12월에 이사를 했다.

이사 한 당일 나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 있는 주소를 모두 변경했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강남에 입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강남 입성기는 혹한기 훈련과 같았다.



이 집은 추웠다. 웃풍이 심했다.
밥을 먹다 보면 코가 시렸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온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실내화는 필수였고, 전기장판 없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북향과 서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차!

나는 집을 알아볼 때 집 주변 환경만 신경 썼지 막상 집 안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체크하지 않았다.

당시 빈 집이었기에 보일러를 안 틀어서 추운 거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이곳은 보일러를 틀어도 추운 집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첫 번째 겨울을 보냈다.

봄이 왔고 나는 5월쯤 돼서 친구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집에 놀러 온 친구 曰,

"발 시리다 야~"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이 집은 최적의 집이 되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허허~



나는 4년 반 동안 이 곳에서 혹한기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냈고, 작년 5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집을 알아볼 때 내가 우선순위로 둔 기준은 얼마나 따뜻한가 였다.


지금 집은 따뜻하다.

아침에 햇빛이 쫘~악 비추는 동향의 따뜻한 집이다.

집에 들어오면 포근한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전에 살던 집의 첫 2년 만기가 됐을 때부터 이사를 계획했었다.

그런데  집이 나가질 않아 2년을 더 살게 된 배경이 있었다.

참 지긋지긋하게도 집이 안 나갔었다.


나는 지칠 때쯤 돼서 소원을 적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6개월 전부터였던 거 같다.

나는 따뜻한 집으로 이사한다.


이 소원은 아시다시피 정말 이루어졌다.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다 충족하는 곳으로.

추운 겨울.
나는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포근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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