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별 Jun 06. 2021

후배 들어오면 일이 줄어들 줄 알았지

괜찮은 선배가 되는 과정

이 일 내가 아니면 안 될 거 같은데..


중간관리자가 되고나서부터 후배에게 업무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넘겨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항상 내 손에서 시작하고 내 손에서 마무리를 했기에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았다. 


처음엔 후배가 들어오면 일손이 늘어나니 편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나 역시 선배가 되기 위한 혹독한 과정이 필요했다. 

후배에게 일을 시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에 리뷰하는 시간이 추가되었고, 거기에 피드백까지 줘야 했기에 오히려 더 바쁘고 힘들었다. 

특히 일 욕심이 많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인 나는 일을 온전히 맡기고 내려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후배 시키느니 내가 그냥 빠르게 처리하는 게 낫겠어.'

아마도 처음 후배를 받거나 일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초반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아 더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10분이면 끝나는데 후배한테 시키면 가르치는 거 10분, 리뷰 5분, 피드백 5분, 재정리 5분으로 배가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후배한테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고 할 수도 없다.

후배 역시 본인이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속으로 외치며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괜찮은 선배가 되는 건 어렵다.

내 것도 챙기면서 후배 녀석의 업무와 멘털도 함께 챙겨줘야 한다.


물론 처음엔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과정을 겪고 나면 어느 순간 내 몸과 머릿속이 조금씩 편해짐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 역시도 일 년 정도 지나고 나니 후배에게 '이거 보내주세요. 저거 작성해주세요.'라며 지시를 하기 시작했고 후배는 그간 배워 온 것들을 바탕으로 눈치껏 만들어 온다.

나는 거기에 빨간펜으로 첨삭 정도만 해주면 된다.


나도 많은 시행착오와 과정을 보내며 괜찮은 선배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아니면 업무의 마무리를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던 성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위해 마음을 다독였다. 

칭찬받을 수 있는 쉬운 일을 뺏긴다는 생각을 밀쳐내며,  업무를 하나씩 내려놓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 일을 내려놓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의 업무를 내려놓고 후배에게 물려주니 또 다른 상위의 업무가 나에게 넘어오면서 더 넓게 업무를 보는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해가 안 되는 선배가 있었다. 

일을 할 때 좀 답답하게 처리했었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됐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내가 그 위치에 올라와보니 그때 그 선배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답답한 선배가 아니라 상황을 판단할 줄 알았던 선배였다.


역시 사람은 성장할수록 시야가 더 넓혀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선배와 후배 사이에 낀 중간관리자 직장인들 힘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 잘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