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선배
떡 하나 더 주기 싫다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 좀 해라. 남의 공 가져가면 좋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진짜 얄미운 종류의 사람이 하나씩 나타난다.
일 안 하고 넘기기만 하는 사람, 남이 해온 업무를 홀랑 자기가 한 것처럼 하는 사람, 정보 공유 안 하고 혼자 쥐고 있는 사람, 윗사람들한테 아부 떠는 사람, 아는 체 오지게 하는 사람 등등.
나는 그중에 '남이 해 온 업무를 홀랑 자기가 한 것처럼 낚아채는 상사'가 가장 얄미웠다.
밤을 새 가면서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자료를 만든 사람은 나인데, 모든 인정과 칭찬은 상사가 가져간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내 공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면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거린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얄미움 종합세트를 탑재한 상사가 한 명 있었다.
업무를 손에 쥐고 있다가 Dead Line이 닥치면 그때서야 업무를 넘겼고, 본인만이 알고 있는 정보도 한정적으로만 오픈했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열심히 준비해 결과물을 가져가면 본인이 최종 메일을 보내며 마치 혼자 다 한 것처럼 티를 냈고, 대표들 앞에서는 일이 너무 많다며 새벽에 퇴근한다며 앓는 소리를 해댔다.
그 상사의 얄미움 종합세트로 직원 중 1명은 그 사람의 영향이 60% 이상이라며 이직을 할 정도였다.
몇 년이 지나 나는 그 선배가 여전히 얄미움 종합세트를 탑재하고 있는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참 다행스럽게 그 선배도 나이를 먹고, 더 많은 후배를 받고, 본인도 얄미운 상사를 겪으면서 많이 변했단다.
주변의 추측으로는 예전엔 회사 안에서 본인의 위치가 위태로워 본인도 모르게 그런 악행(?)이 나왔을 텐데, 지금은 회사에서 자리도 잡고, 인정도 받다 보니 사람이 여유가 생기고 예전에 비해 너그러워졌을 거란다.
생각해보면 인정 욕구가 과할수록 욕심이 생기게 되고, 결국 누군가를 눌러서 내가 올라가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내가 튀기 위해 다른 사람을 누르는 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결국엔 그 상처를 돌려받게 된다.
내 욕심이 과해서 누군가를 누르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나를 따르는 후배는 내가 누른 후배가 아니라 내가 이끈 후배라는 걸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