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경제를 배우게 된 청년의 이야기 - 동대문을 떠나며 -
20대를 고스란히 바쳤던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장사를 하고 싶은, 창업을 꿈꾸는, 회사가 성격에 맞지 않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제가 경험했던 사회의 냉혹함에 대해 수다를 떨고 싶었습니다.
변변치 않은 학력과 가진 거 없는 청년은 빨리 성공하고 싶은 욕심에 시장이 가진 냉정함 보다 휘황찬란한 조명에 마음을 빼앗겨 호기롭게 장사를 시작했었습니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사업은 자금이나 경험, 지식 등 많은 조건을 갖추고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힘든 분야입니다. 적은 자본으로 성공신화를 쓰는 주인공이 내가 될 거라는 희망찬 꿈은 실패했을 때 일어날 일은 생각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주인공이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중에 한 명이기에 신화라는 이름이 붙은걸 왜 몰랐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사업은 내게 맞춤옷 같은 직장을 찾는 일보다 더 가능성이 희박한 도전이 아녔을까 생각됩니다.
후일 쫄딱 망하는 경험을 하고도 사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이것저것 알아보려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청년창업지원센터라는 곳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창업지원금으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정부지원이 있다고 해서 갔었는데 교육을 조금 듣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그곳에서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워갑니다. 그 청년들이 교육을 이수하고 받는 창업대출의 한도가 3천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들 대부분이 돈이 부족하기에 둘셋 모여 동업을 생각하고 있고 교육에서는 이제 곧 여기 있는 청년들이 3천만 원짜리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의 빚쟁이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 3천만 원으로 무슨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작 몇천만 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서 연매출 10억 100억을 찍었다던 성공신화는 여기 모인 수십 명의 청년들에겐 가능성이 0.01% 라는 걸 말해주지 않습니다.
성공창업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에 돈 없이 성공하는 사업에 대한 글이 있었는데 남들보다 빠르게 신사업을 선점을 하거나 투자를 유치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다른 사람의 돈으로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G마켓, 쿠팡,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등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회사들이 모두 벤처에서 시작해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대규모 투자 등을 유치해 자력으로 대기업이 된 시대를 읽고 시장을 선점한 사업들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돈으로 규모를 늘릴 수 있는 것인데 대표적인 사업이 프랜차이즈입니다. 수많은 영업점을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지 않아도 아이템만 좋다면 점주를 모집해서 그 규모를 빠르게 늘려가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성공신화에는 3천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3천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 아니라 장사라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물론 장사로 시작해 사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 장사를 사업으로 만들려는 다른 사람의 개입이 있어야 합니다. 창업자가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장사를 해보니 장사꾼은 먹고사는 것만 해도 정말 미친 듯이 바빠서 어느 정도 안정권이 되면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휴식을 생각하거나 안정권에 도달하지 못하면 생존에 대한 문제가 생기므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잘돼도 안돼도 항상 여유가 없습니다.
장사를 발전시킬 계획을 생각하려면 오너는 노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사람은 몸이 힘들면 머리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건 부지런함이나 이런 걸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쉬게 하려고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모든 사람이 어떤 일을 처음 할 때 정말 힘든 이유가 그 일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생각하며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조직에 제일 도움 안되는데 제일 힘든 시기입니다. 그 일이 익숙해져서 생각하지 않아도 다음 행동이 이어지고 반사적으로 행동을 하기 시작해야 덜 힘들게 되고 실수가 적어집니다. 또 다른 예로 일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라도 개인사에 문제가 생겨서 머리가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일에 실수가 생기게 됩니다. 이 얘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그 일에 능숙하다고 해도 노동을 하면서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 주체가 나라면 사업이 아니라 장사입니다. 이 노동의 고리를 끊고자 우리는 직원을 뽑고 내가 해야 하는 능률을 올리고 노동의 강도를 낮추려 합니다. 여기서 비롯된 문제가 첫 번째로 창업자에게 여유가 생기면 대부분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전보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을 위해 그 여유를 사용합니다. 두 번째로 당연하지만 직원에게 노동을 맡기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직원은 내 마음과 같지 않아 근속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하는 장사가 사업으로 발전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모든 일에 예외라는 게 있지만 지금껏 경험했던 적지 않은 시간에 비춰 봤을 때 예외라고 불릴만한 사례는 그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이 감추고 있는 진실은 창업에도 등급이 있고 시작에서 정해진 등급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생계유지를 넘어 성공창업이라 불릴만한 창업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자본금이 빵빵해서 시작부터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장사이거나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의 창업을 하는 것입니다. 나라에서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1억 미만의 창업자금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경주를 시작하고 있거나 사장이라는 명찰을 달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턱걸이 창업이라는 사실입니다.
30대 후반이 돼서야 시작한 경제 공부를 하면서 어렴풋이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돈은 모두가 함께 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손실 또는 소비가 있어야 누군가의 이익이 발생하거나 이익이 더 커지게 됩니다. 가게가 망하고 비어있는 점포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면 인테리어를 새로 하게 됩니다. 점포 인테리어는 망하는 가게와 창업하는 사람이 많아야 일이 많아집니다. 이처럼 세상은 누군가의 실패와 누군가의 희망을 에너지로 끊임없이 반복되며 무너지지 않고 돌아가고 그게 경제라는 이름이 가진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나라들의 정치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가 실업률입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공약이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정부가 기업들을 압박해서 채용을 늘린다 해도 실업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유는 기업에서 원하는 사람의 스펙의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장님은 지불한 월급만큼 값어치를 하는 좋은 직원을 뽑고 싶은 게 당연한 겁니다. 일을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대사회는 직원을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도 힘든 세상입니다. 그러니 단편적으로 학력, 스펙을 보고 선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겠죠 그럼 실업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뭘까요?
고학력, 고스펙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창업이 활발해야 실업률이 효과적으로 줄어듭니다. 창업이 활발해지려면 대출시장이 함께 움직여 줘야 합니다. 조건을 만들고 나면 세상에 돈이 돌기 시작합니다. 단편적인 예로 창업이 활발해지면 인테리어를 공사를 하는 기술 노동자들도 일이 많아집니다. 요식업 창업이 늘면 식자재를 운반하는 배송 노동자들이 늘어납니다. 누군가의 창업비용이 대출을 받은 돈이든 퇴직으로 받은 돈이든 간에 그 돈으로 창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벌이가 늘어납니다.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가정에서 지출되는 돈이 커집니다. 원래 돈을 잘 쓰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안 쓰던 사람도 돈을 쓰게 되니 경제가 팍팍 돌아갑니다. 사람들이 돈을 써도 다시 금방 채워지니까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낍니다.
살만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갈까요? 돈이 팍팍 돌기 시작하면 문제가 물가가 함께 상승한다는 겁니다. 물가와 평균임금은 한번 상승하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200만 원을 벌던 사람이 250만 원을 벌게 되면 50만 원만큼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그 여유로움을 얼마 안 가서 체감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많이 벌면 씀씀이도 그만큼 커져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경제가 활발히 돌면 수입이 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물가가 그만큼 따라 오르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를까 봐 정책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제한하게 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창업자들은 상승한 대출금리에 허덕입니다.
나라와 은행과 기업들은 창업을 하고 망하는 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마치 동물이 식물을 먹고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먹고 동물들의 배설물과 사체는 거름이 되는 생태계의 순환처럼 말입니다. 거대한 기업들마저 그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고래와 같습니다. 물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자리를 이동하지 않으면 그 역시도 죽어 가라앉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정책 결정자들은 소상공인들이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생태계의 가장 기초적인 존재임을 알고 있습니다. 퇴직금으로 시작한 장사가 망해서 한강물을 바라보고 있어도 대출받아 시작한 장사가 망해서 처참한 심정으로 소주병을 기울여도 또다시 태어날 걸 알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상공인이 힘든 이유를 정책이나 나라 탓, 남 탓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장사를 하는 그 삶이 가치가 없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장사를 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성격이나 삶의 목표에 잘 부합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장사로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어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창업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바다에 가고 싶다고 산속 저수지에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물이 바다로 이어진다는 말이 물속에 있다고 모든 이가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생태계가 충분히 돌아갈 정도로 창업에 도전하지 않을 걸 염려하고 결국에 경제는 무너지고 모두가 공멸할 거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헬조선의 실체를 알아서 출산율이 점점 줄어드는 거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그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저출산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이후로 정치가들의 공약에 빠지지 않는 사안이 된 거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 불행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외면해도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이 추구하는 방향을 정확히 알면 직장생활을 해도, 장사를 해도, 사업을 해도 모두 더 나은 행복을 갖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 성인이 되어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을 때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정말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행복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이라 한다면 내 인생에 수백억을 버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을 때 나에게 남겨진 삶의 의미가 사라져 버립니다. 스님이나 신부님처럼 영적인 행복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행복에는 절대적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속물은 정말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10년이 넘게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아직도 행복에 대해 고민 중이지만 지금은 직장을 다니거나 노동을 하지 않음에도 좀 더 많은 시간적 여유와 적당한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개인적 경험을 수다 떨듯이 말하고 싶어서 브런치에 도전하게 됐고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이 이제 첫 번째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부족해서 재미없는 글인데도 불구하고 새 글을 올리면 매번 읽고 하트를 눌러주시는 점점 익숙해져 가는 아이디의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리며 다음 주에 30대가 돼서야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