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3
필자는 잡다하게 일을 하다 보니 모드를 바꿔야 할 때가 많다.
크게는 무대 위/무대 아래
세분화하면 무대 위에서 필자를 위한 경우와 타인과 공존 혹은 위하는 경우, 무대 아래에서 필자의 의견을 어디까지 낼 것인가 하는 판단.
가창 시에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의식하는데 어떻게 보면 필자만 잘하면 되므로 가장 쉽다.
문제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협업해서 실시간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 때가 가장 어려운데.
ep39에서도 언급했는데, 사회자(MC)는 여러 출연자들을 이끌어 전체를 책임지는 중책이다.
한국에서 온 가수의 이벤트에 사회자 겸 가수로 출연했는데 운이 없게도, 필자와 출연자의 상의의상 색깔이 같았다.
출연자 쪽 사장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눈치가 없던 필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출연자가 필자보다 후배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필자의 가창 시 반응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공연 후 필자의 음반도 상당히 팔려 주최 측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필자가 사회자라면 상의를 벗고라도 나가서 출연자보다 돋보이려 하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사회자활동 초기라 생각이 깊지 못했다.
이후 경험을 쌓으며 점점 더 조화를 생각하게 되었고 코로나 이후 첫 사회자 일을 맡았는데, 유명 아이돌의 팬미팅 진행이었다.
그는 경험이 많고 유머가 있어 진행은 매우 편했는데 고민할 것이 하나 있었다.
이벤트 중간에 10분 정도 의상을 바꾸는 시간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결해 달라는 제작진의 요구.
이건 상당히 난감했다.
잠깐도 아니고 10분이면 사회자 혼자 토크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어설프면 관객분들은 지루해지며 다음의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사실 이럴 경우 가장 간단한 것은 필자가 가수 모드가 되어 연속으로 2곡을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의 경험상 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수년만의 그를 보러 온 팬들에게 굳이 필자가 가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벤트 전체를 생각하면 다른 것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성대모사
필자의 개인기이자 취미 중 하나인데 처음으로 연속 메들리(?)를 하는 개인기로 땀을 흘렸다.
결과적으로는 관객 분들도 재밌어하는 분위기였고 주최 측에서는 전체 진행에 상당히 만족해서 다행이었지만 필자를 처음 본 분들은 개그맨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웃음)
지금은 모든 일에서, 어떤 모드로 일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방송 혹은 이벤트 전체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여러 일을 경험하고 프로로서 행동할 수 있게 됨에 따른 결과라 생각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눈치가 빨라진(?) 것인데, 예능활동은 눈치를 너무 봐서도 안되고 너무 보지 않아도 안 되는 어려운 선이 있다.
올 해도 다른 모드로 여러 재능인들과 만나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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