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6
최근 한국에서는 뮤지컬이 상당한 인기로 해외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것 이외에도 순수창작 작품도 많은데, 연기의 발전과 함께 가창력이 뛰어난 이들이 많은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인 중에서도 뮤지컬을 제작하는 이들이 늘었고, 일본에서도 한국 뮤지컬 배우분과 협연한 경우도 있다.
그러던 중 활동 초기에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필자가 일본에서 연기활동을 시작해서 당시까지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데 바로.
긴 연습기간
보통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정도의 기간을 소비하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출연료도 발생하지 않고 모든 활동이 출연활동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출연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회사의 입장에서는 활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한 번은 경험해야 한다는 것으로 추친했고 필자도 경력을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
단장과 면접을 하는데 필자가 춤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사와 가창 중심인 역을 맡았고 활동 초기에는 일본어도 어질어질했기 때문에 대사가 적은 역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연습에 들어갔는데 필자는 작품 중간부터 들어가게 되어 상당히 애매한 입장이었다.
뮤지컬에서는 초짜였지만 가수활동으로서는 경력이 짧지 않았기에 출연자들이 필자의 대응에 난처한 상황이었는데, 상대역과 주변 출연자들이 친근하게 대해 주었고 필자도 하나부터 열까지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다.
몇 가지 알게 된 것은
라이브하우스의 표값이 2500엔 정도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뮤지컬의 경우는 보통 5000엔부터 시작한다. 보통 20~30장 정도 노르마를 안게 되는데, 금액으로만 따지면 15만 엔이 넘는다.
연습기간 동안 출연료가 발생하지 않고 할당량을 넘지 않으면 출연자가 자기 돈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라 만만하지가 않다.
연습기간에 출연자들이 먹을 수 있는 간식(사시이레(差し入れ)라 부른다)을 어느 정도 지위에 있는 이들이라면 다량으로 넣는데, 이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첫 출연이라 팬분들이 넣어 주셨는데, 이로 인해 각 출연자들이 필자에 대한 대우가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규모나 지명도에 따라 다르지만, 자신의 팬관리가 철저하다.
입장 시에 ’~를 보러 왔다 ‘ 고 관객이 밝히고 각 팬들이 몇 명이 보러 왔는지를 관리하는데 감사의 마음으로 공연 후에는 출연자들이 입구에 모여 자신을 보러 온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고 처음 보는 관객들과도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필자는 당시 이것이 상당히 불편했는데, 본인의 공연이라면 상관없지만 수많은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에서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서로 친하거나 얘기하는 소위 파벌이 존재하는데, 필자가 출연했던 작품의 경우 춤을 위주로 하는 출연자들과 대사를 위주로 하는 출연자들로 나뉘어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우연히 춤을 위주로 하는 출연자와 얘기할 기회가 있어 솔직하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상당히 곤란해하는 분위기였다.(쓴웃음)
필자는 외국인에 첫 출연이라 무서운 게 별로 없었지만 작품을 경험하고 이유와 분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긴 기간 동안 연습(케이코(稽古)라 부른다)을 통해 필자 자신의 예능능력도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연습이 끝나면 같이 그에 대해 토론하는 멤버도 생겨 작품 기간에는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자주 할 일은 아니라 느꼈고(웃음) 친해진 출연자들은 필자를 속물이라고 불렀지만 예능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필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대본을 읽는 능력이 극적으로 발전했고 각본을 쓰기까지 이르었다.
새로운 예능의 경험.
쓸데없는 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