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손으로 쓰는 것은 신뢰가?

ep54

by 유 시안

디지털 시대.

ctrl+C / V로 간단히 복사하여 쓸 수 있다.


종이에서 컴퓨터로.

손으로 서류를 찾던 시기에서 검색창이나 인덱스로 파일을 검색 관리하는 시대가 된 지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종이’와 ‘펜’을 선호하는 곳이 많다.

또한 서명이 아닌 ‘인감’ 이 필요한 곳이 많아 디지털 시대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대두된 것은 코로나 시기에 국가 보조금 지원 신청이었다.

신청서작성, 계자등록, 인감서명까지 전부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 서류를 구청에서 공무원들이 일일이 확인하고 등록하는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본 인구 약 1억 5천만 명


마이 넘버라는 한국의 주민등록 번호와 비슷한 제도를 시작했고 외국인은 의무가입이라 필자도 등록했다.

이 등록을 하면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오류가 지속되어 필자도 결국은 전 서류를 손으로 써서 등록해야만 했고 이후 일본에서도 디지털화의 필요성에 관해 심각하게 논의가 시작되었다.


일본에서 손으로 써야만 하는 대표적인 서류는 ‘이력서’가 있다.

필자도 유학시절에 써 본 적이 있지만 글자 한자도 틀리면 안 되고 열을 맞춰 깨끗하게 채워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력서 수필작성용 도구가 존재할 정도인데,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는 상황이상의 경우 아직도 손으로 일일이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ctrl+C로 간단히 작성해서 지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에 지원할 때 여기서부터 ‘의욕’을 요구한다. 간단하게 작성한다는 것은 의욕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데 필자는 이 이유를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2. 타사에 같은 서류로 지원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같은 서류로 타사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 있는데 필자는 이 점도 쓸데없는 짓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여러 회사에 지원할 때 결국 한 서류를 완성해서 비슷하게 쓰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한 장을 글자 한자 틀리지 않고 작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드는데 채용자 입장에서 어차피 읽고 버리는 지원서를 이런 시간을 들이게 할 필요가 있다면 지원동기를 자세히 적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3. 필력, 국어능력확인

일본인이라고 해서 모두 한자에 익숙하거나 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력서를 쓰게 함으로 국어능력을 확인한다는 취지인데 필자는 유일하게 이 점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결국 면접에서 이 부분은 거의 드러나기 때문에 이 점도 굳이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4.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을 위한 배려

요즘은 거의 불가능한 사고방식이지만 일부 이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일인당 컴퓨터 보급률과 사용율은 한국과 비교하면 높지 않다.

하지만 이는 전부 수필작성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워드작성/수필작성 선택을 두면 되는 일이라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수필작성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펜으로 쓰는 것으로 인해 실제로 글자를 잘 쓰게 되고 한자도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되는 효과가 크고, 본인이 작성한 서류는 복사본이 없는 완전 오리지널의 세상에 한 장 밖에 없는 서류로서의 가치가 있다.

또한 서버가 다운돼서 데이터가 사라진다든지 하는 일이나 해킹등의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모 사이트나 은행이 해킹당해 필자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 검색되는 스릴감 넘치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개인정보의 디지털화를 꺼리는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런 대규모의 일은 정말 드물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필작성을 선호하는 일본사회도 코로나화를 겪으며 대면이나 수필의 가능성을 줄여하는 필요성에 대해 처음으로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전자인감이라는 시스템이나 시작목적은 전혀 다르지만 전 국민의 마이넘버 발행을 추진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고 진행 중이다.


디지털화가 전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해킹의 위험과 함께 이전 카카오서버가 문제가 생겼던 경우처럼 엄청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완전 디지털화에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수동작업이나 수필작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성의를 보인다든지 비합리적인 이유로 수필작업이 필요한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연말에 수필로 연하장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통을 중요시하고 지속하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 있는 부분에 국한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서류 한 장을 떼기 위해 직접 기관을 방문해서 서류를 작성한다든지.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 장문의 주소와 내용을 프린트한 자료를 보면서 베끼고 있을 때면 귀중한 시간이 쓸데없이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컴퓨터를 사용한 디지털화로 아주 간단히 해결되는 일을.

일본 사회 전반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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