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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가깝고도 먼 군대(1)


군대 가면 철 든다?

"전역자 A : 00아 너 군대 가면 철든다."

"입대 예정자 B : 에이, 제 나이가 몇 인대요. 다 컸어요!"

"전역자 A : 아니 군대 가면 '철' 든다고."

<육군 6공병여단 혹한기훈련 교량자재 운반모습>

[1]

위 대화는 사리분별하는 힘이 생긴다는 ‘철들다’와 고철 따위를 드는 ‘철 든다’의 음운의 유사성을 통한 언어유희다. 이는 입대 전 기대하는 군대의 모습과입대 후 현실의 간극에서 기인한 일종의 블랙 유머다. 

그렇다면, 이런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 대부분은 의무복무를 하지만 정작 군대가 무엇을 하는지잘 모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군대란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가지고 조직된 군인의 집단.'이다. 더 면밀하게 알아보려면 우리는 헌법과 법률을 살펴봐야 한다.군대가 어떤 규율과 질서를 통해 조직되었는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5조 ②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헌법 제74조 ②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 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헌법은 한 국가의 실정법 체계 속에서 최고의 단계에위치하는 규범이라는 점에서 최고 규범성을 가진다. 그런 헌법에서 국군의 사명을 성문화하였다. 그것도 무려 제5조, 신성하다는 표현과 함께 다른가치들보다 앞서 기술되었다. 

헌법에서 국군의 운용에 관련한 세부사항을 모두 다룰 수 없어서 국가는 '국군조직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하였다. 국군조직법은 국군의 조직과 편성의대강(大綱)을 규정한 법률이다. (법률 제10821호) 위 법률에 의거 대한민국의 국군은 육군, 해군과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 마찬가지로법률로써 군 운용에 관한 세부적인 모든 사항을 전부 기술할 수 없기에, 각 군은 규정을 제정하고, 또 예하 부대는 (군단, 사단급) 부대 예규를 작성한다.헌법에서부터 예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규율과 질서를 통해 조직된 집단이 바로 군대다.

 

가깝고도 먼 군대

주요 신문사를 포함한 각종 언론 매체에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무엇이 있을까? 정치, 사회, 문화, 외교 등이 주요 토픽이라면 군대는 그 모든 분야에 포함되는 포괄적인 주제다. 그만큼 우리는 군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러면 우리는 군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의무복무를 하는 병의 처지에서도 군대의 조직과 편성에 대해 모두 아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필수 지식은 아니다. 게다가 병은 대부분을 대대급 이하제대에서 근무하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군 생활 기간 동안 군대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없다. 하물며 군 경험이 없는 대다수 국민들은 더더욱 군에 대한 지식을 접하기 어렵다. 국방 분야가 중요하고 자주 접하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오히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군대 가면 '철' 드는 경우가 더밀접하게 와 닿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군인은 직책에 맞는 화기를(火器) 부여받는다. 군대 가면 '철' 든다는 말은 꼭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철' 드는 것과동시에 군 복무를 통해서 '철들기'를 바라지 않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군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하게 알고 입대한다면 복무하는 동안 더보람되고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비단 의무 복무하는 병 뿐 아니라 장교와 부사관 모든 신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국력의 지표DIME과 국방기구

국가가 지니는 권력의 도구는 외교· 정보 · 군사 · 경제 (Diplomacy, Information, Military, and Economic : DIME)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외교 및 정보는 연성 권력 (Soft-Power) 에 군사 및 경제는 경성 권력 (Hard-Power)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

 국제관계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국제분쟁의 이해」를 저술한 조지프 나이 교수는 국가의 영향력은 연성 권력과 (Soft-Power) 경성 권력 (Hard-Power)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스마트파워로 발휘될 때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

<국가권력의 구성요소>

[4]

군대는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력의 한 축을 담당하며 그 중심에 국방부가 존재한다. 국방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통수지침과 정부의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강한 안보와 책임 국방 구현에 노력하고 있다.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헌법에서 명시한 국군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국방부는 국방정책기조로  아래의 세 가지 사항을 정했다.

1.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 보위

2. 평화통일을 뒷받침

3. 지역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방업무와 군사업무를 담당하며 모든 국방조직을 예하에 두고 있다. 소관하는 업무가 워낙 방대하며,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군령과 군정에 관한 권한을 일부를 합동참모본부와 각 군 본부에 위임하였다. 

<통수지침과 국방분야 국정과제>

[5]

합참에서는 3군 합동 군사전략 및 작전계획 수립, 군사작전 지휘 및 통제와 같은 군령 위임받았다. 한편, 각 군 본부에서는 부대의 편성 및 교육훈련, 각 군에 대한 지휘와 군사력의 유지 발전과 같은 군정을 위임받아 운영한다. 국방부는 이들의 군령과 군정을 통합 관장하며, 국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국방기구 편제 현황>

[6]

그리고 국방기구의 한 구성요소이며 지상작전을 책임지는 육군은 위 국방정책기조를 수행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사항을 목표로 삼았다. 대한민국 육군은국가방위 중심군으로서   

1. 전쟁 억제에 기여한다.

2. 지상전에서 승리한다.

3. 국민 편익을 지원한다.

4. 정예 강군을 육성한다.  

마찬가지로 육군의 각 예하 부대들은 상급부대의 임무수행과 본인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각 제대별 목표를 세우고 수행하는 절차를 가진다. 해당 절차 내에는 각급 부대에서 생성한 비밀과 전, 평시 임무수행을 위해 부대와 개인의 임무를 기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군대에서 군인이 하는 모든 일은 부대와 개인에게 부여된 국방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군대는 전시 상황에 대비해 교육훈련을 통해서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본 임무다. 하지만 국민의 편익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각종 위기 상황에서 군은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에 COVID-19의 확산 세가 한창이던 ‘20년 3월 초 국군 간호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임 간호장교 75명은 임관과 동시에 코로나 19 최전선 대구로 투입되었다. 막 임관한 신임 장교는 각군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보수교육을 받고 본인의 발령지로 향한다. 그런데 전염병의 위험이 증가하는국가위기 상황 속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최일선의 현장으로 투입되었다는 것은 국민에게 군대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임관식을 마친 후 곧바로 대구로 달려가는 간호장교>

[7]

이뿐만 아니라 태풍, 제설, 수해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거나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 질병이 창궐해도 군은 국가를 위해 언제든지 쓰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군복무기간 동안 위와 같이 군대의 존재 목적과 운영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면 모든 일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고 했다. 1분이 10년 같은 군인들에게 친구들이 '위로차' 으레 하는 말이다. 소중한 인생의 황금기에 자신이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허비한다면, 이는 개인 및 국가 차원의 큰 손해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30개월, 소대장 시절 소대원들은 21개월 그리고 중대장 시절중대원들은 18개월 동안 의무복무를 하였다.이처럼 다양한 시대적 배경에 의해서 군 복무기간의 조정이 있었다. 하지만 군대가 수호하고 추구해야 할 헌법적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군대는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숭고한 임무를 완수하는 집단이다. 이런 생각을 가슴 깊게 새기고 군 복무를 한다면 정말로'철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철든 자신과 마주하고 건장한 나라의 청년으로 거듭나는 교육의 장은 군대의 대표적인 순기능이다. 이와 반대로 군이 맡은 바 책무를 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더욱 더 큰 과오를 범하는 사례도 있다.


      

[1]

 “동장군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육군 공식블로그 ‘아미누리’ (’15.2.12)  




[2]

 DIME, An effects modeling system (NCCCS, 2012) 




[3]

 The Futurer of Power (Joseph Nye, 2011) p.112 - 125




[4]

 The Instruments of National Power (https://www.thelightningpress.com)




[5]

 2021년 대한민국 국방부 업무보고 1. 4년 추진성과 및 현황 (’21.1.21.)




[6]

  2020년도 국방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1. 국방부 현황




[7]

 "간호사관생도, 코로나 19 차단 전선으로" (국방일보 '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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