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복무’
부대관리 훈령에서 복무는 병영생활 행동강령, 보고 및 통보, 신고, 용모 및 두발, 호칭, 군인의 언어, 면회 외출 외박, 군기순찰, 화재예방, 교육평가, 비상소집, 고충심사 등등 군대의 많은 분야를 아우른다. 현역과 예비역은 위 내용을 언제 교육받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업시간 같은 느낌이라기보다 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배우고 암기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책으로 배웠어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군 생활을 통해서 체득하였다. 이런 과정을 표현하는 학술적 개념이 있다. SECI-PROCESS는 사회화 외부화 결합 및 내면화의 약자로, 한국에서는 지식창조 프로세스라고 잘 알려진 개념이다.
[1]
이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지식은 암묵적인 지식과 형식적인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표출화와 내면화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인류의 지식은 발전해왔다.
암묵지 :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體化)되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
형식지 : 문서나 매뉴얼처럼 외부로 표출되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
< SECI model of knowledge dimensions>
[2]
우리가 부대관리를 사전적인 정의로 학습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체득하였던 원리가 위 과정을 자연스럽게 겪은 결과다. 그래서 복무에 해당하는 많은 부분이 암묵지로서 우리에게 전수되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부대관리 훈령에 형식지로서 존재한다.
군인은 전투전문가다. 전문가는 하드스킬과 소프트스킬을 겸비해야 한다. 육체적 강인함을 기르는 것과 동시에 교리적 지식과 관련 규정을 잘 알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의 접근법으로 저자들은 부대관리 훈령에 명시된 개념들을 강조하는 것이다.
복무에 관한 내용은 군 생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은 ‘저런 것까지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었어?’라고 놀랄 만한 부분도 있다. 그만큼 부대관리규정이 병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방증이다. 군 생활 중 불침번 근무를 나갔던 경험이 있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불침번은 당직사관의 지시를 받아 근무하며, 생활관 출입자 감시, 화재·도난의 예방 및 위생 관찰을 그 목적으로 한다. (제86조 불침번 근무)
군인은 거수경례로 상호 간의 예를 표한다. 사람들은 군인이 경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경례처럼 당연한 것 역시 규정으로 명시되어있다. 경례는 엄정한 군기를 상징하는 군대 예절의 기본으로 항상 엄숙·단정하게 해야 하며, 거수경례를 원칙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목례로 대신할 수 있다. (제23조 경례) 이처럼 부대관리규정은 우리의 모든 군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세 번째 ‘사고예방’
전쟁의 본질 중인 하나인 마찰 때문에 전투 중에 사상자가 발생한다. 군인은 승리를 위해서 전투 중 임무완수를 위한 불가피 사상자도 최소화 해야 한다. 하물며 평시에 비전투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대군신뢰도와 사기를 저하한다.
“사고”란 정상을 이탈함으로써 문제가 되거나 관심을 끄는 사안으로 그 결과 인적·물적 피해를 초래한 경우와 「군형법」,「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 각종 법규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하여 군 기강을 문란케 하거나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골절 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제일 먼저 상처를 입은 전투원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고, 심리적으로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부상을 직접 목격한 인접 전투원들에게 심리적 위축이 적용될 수 있고, 부상자 가족들의 걱정과 우려가 동반될 수 있다. 부상의 정도가 심해 병원 후송 치료가 필요할 때는 추가적인 노력이 부가될 것이다. 이처럼 훈련 중 발생한 사고에 따른 병력의 부상이 부대에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다.
다음의 예로 병영생활 내 자살사고이다. 자살사고의 발생은 해당 제대에 큰 영향을 준다. 다양한 이유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인원에 대한 인접 전우들의 상실감과, 발생할 수 있는 죄책감, 그리움 등 부대원들의 심리적인 부분에서부터 병력관리 측면에서 사고자에 대한 관리 적합성 문제부터, 자살사고 발생 직후 부대 내부와 부대원의 분위기,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조치, 사고에 대한 후속조치 등 자살사고 발생은 부대와 부대를 구성하는, 더 나아가 많은 이들에게 큰 파급력을 주는 사고임에 틀림없다. 다행히도 군 내 사망사고는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군 사망사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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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처럼 군 내 자살사고는 2010년의 82건에 비해서 2019년은 62건으로 약 75%로 감소했다. 군 내 사망사고 원인별로는 안전사고의 경우 익사사고가 다수이며, 군기 사고의 경우 자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로 바라보았을 때 아직도 군 내의 자살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20대 국민(20~29세)의 자살률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로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비전투 손실의 zero-化를 위하여 우리 군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10만 명당 일반 국민(20대남자)과의 군 내 자살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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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군 사망사고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살사고 예방을 위해 '자살예방종합시스템'을 도입하여 [식별 - 관리 – 분리]의 단계별 예방조치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병영생활전문상담관, 국방 헬프콜 센터 운용 등)
사고예방 노하우
필자들은 예규 등으로 명문화된 각종 사고예방법 및 개인적인 사견을 바탕으로 한 몇 가지 노하우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고예방은 필시 전 부대원이 한마음으로 이루어 나가는 과업이지만 이 장에서는 군 간부들의 관점에서 기술하였다.
첫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
육군은 2018년부터 시행 중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일정 부분 안전사고 예방의 성과를 거두었다. 보다 체계적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육군 전투준비안전단에서는 인트라넷에 기반을 둔 ‘육군 위험성 평가 지원체계(ARAS: Army Risk Assessment System)’를 개발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전면적으로 모든 육군의 부대가 ARAS를 활용하고 있다. 이로써 기존의 부대별로 달랐던 위험성 평가를 일원화하였고 추가로 수기문서로 작성 등의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였다.
ARAS를 통해서 발생 가능한 사고유형들을 체크리스트화하여 그 빈도와 위험에 따른 위험도를 산출하고 현장 지휘자와 관리자가 상호 확인, 사고를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ARAS 통해 사고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위험도로 수치화하여 객관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커서 육군 ARAS체계 사용을 규정화하였다. 이는 육군의 사례이며, 타 군 역시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군에서의 활동은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에 모든 군인은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군대의 모든 행위의 주체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반복과 주기를 띄는 업무에서는 경각심을 소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사고에 있어서 이다. 그래서 예산을 투자하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규정으로 정착화하였다. 그렇기에 모든 군 에서의 과업은 위험성평가체계가 선행이 되어야 한다.
둘째, 다각적인 병력 관리
다각적인 관리는 부하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본래 가정에서의 역할, 사회에서의 역할 등과 연계하여 입체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다. 다각적 관리의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만약 부대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병사 A가 있다고 하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령 병영생활 내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으로는 생활관을 변경해주거나, 주변 인접 병사와의 상담 등을 통해서 A 병사가 지닌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할 수 있다. 이 역시 타당한 접근법일 수 있다. 하지만 다각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A 병사의 가족과 지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최근 A 병사의 어려움을 알리며, 병영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유의미한 원인이나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조금 더 실질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1,2번 모두 해당 용사의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병력관리의 책임이 있는 지휘자와 지휘관으로서 많은 노력을 하는 예이다. 이는 예하 병력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군인이라는 신분이기에, 병력을 군인의 시각에서만 바라봐서는 아니 됨을 강조하는 관리방법이다. 즉 군에서의 상하관계보다 더 친밀한 사회의 인간관계로부터,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셋째, 부대관리를 시간과 노력의 투자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시도와 그에 따른 결과를 경험한다.
때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병력관리에서
만큼은 시간과 노력이라는 독립변수가 사고예방이라는 종속
수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믿는다.
중대원들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모든 부하가 ‘내 가족이다’라는 마음으로, 중대원 전원이 불편함이 없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하면 최고의 중대장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100여 명의 중대원 전원의 니즈(needs)를 100% 모두 충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하들도 사람이며, 당연히 상급자가 본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방법론에 따라서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본인에게 호의를 가진 다른 이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자신을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굳이 못되게 행동을 하려는 이가 많을까 아니면 보답은 못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만은 안 끼치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을까. 당연히 답은 후자이다.
예를 들어 명절 연휴 기간에, 심신의 피로 해소를 위해 병력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숙소에서 휴식만 취하고 있는 간부 A와, 부하들에게 작은 단결활동을 주관해주는 간부 B, 누가 더 간부로서 부대관리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인가?
마찬가지로 답은 후자일 것이다. 하지만 간부로서 부대관리에 대한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부재하면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간부는, 결국 책임을 지게 된다. 부대관리에 더 효과적인 노하우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 결국, 자신의 부하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최고의 부대관리 방법이라 단언한다.
결국, 부대관리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부대관리는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알 수 있다. 추상적인 부대관리의 개념만을 가지고 부대를 지휘하는 것보다 규정과 방침을 기반으로 한 신념이 바탕이 되었을 때 ‘강한 전사,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올바른 지휘와 복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고예방을 위한 부단한 노력의 삼박자가 필수적이다. 이제 독자들은 결국 부대관리가 핵심이다.’라고강조를 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부대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후에 다룰 교육훈련과 전투준비도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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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 프로세스는은 암묵적이고 명시적인 지식이 조직적인 지식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설명하는 지식 생성 모델이다.
[2]
SECI model of knowledge dimensions (위키피디아 검색일 : ’21.7.5.)
[3]
2020 국방통계연보 4-4 군 사망사고 현황
[4]
국가지표체계, 군 사망사고 현황 (http://index.go.kr/smart/m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