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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1)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 푸블리우스 베게티우스 (고대 로마의 전략가) 

농경 이전의 생활 양식인 수렵, 채집하던 시대의 사망자 가운데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비율은 60%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세기 유럽으로 오면 1% 수준으로 낮아진다. 국가와 정부 등 합법적 폭력(처벌)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와 상업의 발달로 폭력의 동기가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1]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4세기 로마의 군사저술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이 말은 21세기 오늘날에도 유효한 말이다. 앞서 오늘날을 평화의 시대라고 칭했지만, 아직도 전 세계에서는 많은 테러의 위협이나 유혈사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력이나 국가권력의 통치가 부족한 나라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와 대비되게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방위를 헌신하고 있는 많은 군 장병들이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방위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육훈련이다.

훈련이라는 말을 군대보다 자주 접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군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훈련을 떠올려보자. 혹자는 육군훈련소나 각 사단의 신병교육대대에서 처음으로 받았던 신병훈련, 또는 자대에서 받았던 혹한기와 유격훈련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군대에는 다양한 훈련들이 있다. 군인이 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이를 수행하는 군인으로서는 부담인 것도 사실이다. 

"군대에 훈련 뭐 대충 하는 거 아니야?"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지, 나 때는 더 힘든 훈련도 했는데"

필자도 가끔 주변인들에게 이런 말들을 듣는다. 가장 힘든 부대는 자기가 나온 부대라는 말이 있다. 안 힘든 부대나 훈련이 어디에 있겠는가? 훈련을 계획 및 준비하는 단계에서 우선 고려사항은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인가다. 하지만 부여된 임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훈련은 통상 힘들기 마련이다. 이는 군대에서의 훈련은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라는 극한의 상황을 기본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다. 부하들을 힘들게 하려고 훈련을 시키는 지휘관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다. 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에 하는 것이다. 

모든 훈련에는 많은 예산과 인력 그리고 장비가 동원된다. 이런 훈련을 대충 할 수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훈련에는 평가가 뒤따르며, 지휘관과 참모의 인사고과(人事考課)에 반영이 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대충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군에서는 어떻게 훈련을 계획하고 시행하는가. 군대에서 훈련을 이야기하려면 빠질 수 없는 개념이 있다. 바로 교육훈련이다. 

교육훈련이란

먼저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중 일반교육은 사회 구성원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 내용을 다룬다. 가령 국가의 의무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제반 지식 따위가 해당한다. 반면 전문교육은 특정한 일과 직업을 가지려고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교육훈련은 군대에서의 전문교육에 해당한다. 그리고 훈련은 일정한 목표나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제적 교육 활동을 말한다.

교육훈련은 전투력 배양의 필수요소로서 그 목적은 적과 싸워이길 수 있는 개인과 부대를 육성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군인은 투철한 국가관과 확고한 사상무장을 바탕으로 군인정신을 기르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히며 필승의 전기전술(戰技戰術)을 연마하고 강인한 체력을 단련하며, 부대 훈련에 힘써야 한다.

-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中 교육훈련 

교육이 배우는 것이면, 훈련은 행동으로 숙달하는 것이다. 군에서 받았던 훈련과 군에서 지식의 습득 과정은 이런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면 군에서의 교육훈련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를 알아보려면 앞 장의 군의 존재 목적을 상기해야 한다. 

군은 국가를 방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은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 하는가. ‘How’의 핵심은 전투력의 육성과 운용에 있다. 전투력은 쉽게 말하면 싸워서 이기기 위한 능력을 말하며, 국가 권력이 연성 권력과 경성 권력으로 구분되는것 처럼 전투력도 유형전투력과 무형전투력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적 전투력 : 무기체계, 병력, 부대, 장비 등  

무형적 전투력 : 교육훈련, 리더십, 정신교육 등    

앞선 [보불전쟁]의 사례와 같이 좋은 무기를 가져도 그것을 적재적소에 운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전투력의 강약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군 구성원인 각개 군인들에 대한 교육훈련이다. 교육훈련은 유·무형의 전투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교육훈련의 목표는 적과 싸워 이기는 전투원과 부대를 육성하는 것이다. 신분에 따른 중점은 아래와 같다. 

병 : 강인한 체력과 숙련된 전투기술을 갖춘 전사 

간부 : 문제를 해결하고 리더십을 갖춘 전투전문가   

이렇게 설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군은 다양한 수행개념을 제시한다.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임무에 기초한 교육훈련`이다. 임무에 기초한 훈련이란, 부대와 개인에게 부여된 현재의 임무와 장차 예상되는 임무를 분석하여 필수적인 훈련을 위주로 시행하여 전투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급 부대는 평소에 과업 목록을 작성하고 전, 평시의 임무를 고려하여 작전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훈련 과업 및 과제를 선정한다. 위 과정에서 선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훈련이 이루어진다. 이렇듯 임무에 기초한 교육훈련을 통해서 군은 `싸우는 방법대로 평가하고, 평가하는 방법대로 훈련`하는 교육훈련 체계를 갖췄다. 이 개념을 적용한 좋은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육군의 경우 부대전투력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임무필수과업목록(METL·Mission Essential Task List)을 적용한 평가체계를 정립했다. 이로서 상급부대가 예하부대 훈련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METL에 기반해 임무와 특성에 맞는 과제와 상황을 부여하고 평가하며 사후검토까지 할 수 있는 체계를 정립했다. 

육군 3공병여단은 최근 전술훈련 평가간 METL을 적용한 평가체계 구축사례를 살펴보자. METL을 통한 평가체계 구축은 공병중대 임무 수행 특성을감안할 때 실질적인 전투력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병중대는 유사시 장애물을 제거하고 교량 등을 설치하며 최단시간 내 진지 및방호시설을 구축하고 급수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임무를 공병중대 단독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에 중대장이 주도해 훈련하는체계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각 중대는 임무필수과업을 중심으로 분기·반기·연간 훈련을 계획하고 중대장은 단계별 훈련목표를 설정해 훈련함으로써전투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평가 후 부족한 과제는 향후 교육훈련에 집중적으로 반영해 임무 수행 능력을 보완토록 하고 있다.

[2] 

<교육훈련의 순환을 나타낸 환류도>


      

[1]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Steven Pinker, 2014)




[2]

 공병중대 전투력 평가체계 도입(국방일보, ’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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