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전우 간부와 병사
“우리의 주적은 간부” 라는 오해
한 유명 만화가의 군 생활을 그린 웹툰 작품에서도 병장과 이등병의 대화 속에 "00아, 우리의 주적은 누굴까?", "간부입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웹툰에 묘사된 군 간부에 대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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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로서 이런 글을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더 큰 우려는 간부에 대한 불신이 보편화 된다면
장기적으로 대군 신뢰도를 악화시키고 더 나아가서 군의 사기와 전투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소중한 전우를 남보다 못한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도대체 우리의 적 말고 누구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응당 저런 잘못된 생각이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는 것을 견제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에 본 장에서는 이런 오해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 신분별 견해의 차이와 이를 해소하려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병사와 간부의 견해 차이
왜 군인이 되었는가? 간부에게는 가능한 질문이지만 병사에게는 묻기 어렵다. 제도적 측면에서 병사들이 위와 같은 물음에 답변은 단 하나다. “군대에 가야 하니까. “ 이 사안에 대한 해석의 핵심은 입대 간 `자유의지` 개입의 차이다. 모든 병사는 병역법에 의거 군에 징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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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 :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現役)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
병사는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였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형도 모두 징집으로 그들에게 부여된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그들이 병역의 의무를 완수하였기에 우리가 오늘날 사는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다.
반면에 필자들과 같이 장교 및 부(준)사관의 신분을 가진 군인들은 본인의 선택 때문에 소정의 양성과정을 수료 후 임관 선서를 통해 군인이 된다. 이렇듯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군인을 택한 사람들이 군 간부다.
간부(幹部) 줄기 간, 거느릴 부.
기관이나 조직체 따위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서 책임을 지거나 지도하는 사람.
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중심이 되고 책임을 지는 사람, 기업의 차원에서 보면 이사나, 임원급을 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최소 수십 년의 경력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획득할 수 있는 지위다. 그렇지만 군대에서는 이제 막 임관한 20대 초반의 신임 장교와 부사관부터 군 간부라고 칭한다. 그들을 간부라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며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간부는 책임지고 지도하는 사람이다. 일반 기업에서 간부의 역할을 떠올려 보자. 그들이 일반 사원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기업에 이익창출 과정에서 결심하며, 성패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 간부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기업의 역할 중 공익을 추구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필연적으로 기업은 사익 추구를 우선시한다.
전술하였듯 군대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군대는 태생적으로 공익을 추구하며 그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군 간부는 이러한 군대를 이끄는 리더를 말하며 그러기에 그들이 간부라고 불리는 이유다.
가려진 숲 속에 알 수 없는 미래와 안타까운 그 시간이
힘들게 느껴져 나는 두렵지 않아 더 많은 시련도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인데
- 탁재훈, `내가 선택한 길`가사 중(1995년)
위 가사에서 가수 탁재훈 씨가 두렵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선택한 길을 걷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걷는 병사들에게 군 복무가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입대 과정에서 자유의지의 개입 차이와 더불어 계급과 신분의 차이가 더해져서 의무복무 병사는 소극적, 피동적으로 군 복무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 스스로 군복을 입는 길을 택한 직업군인인 간부들은 병사와 비교해서 군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군 간부는 부여된 책임과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병사들을 선도해야 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자리에 자면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각 딴생각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
같은 전투복을 입는 간부와 병사가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 한다면?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라는 관용어가 있다. 이는 군대에서 굳이 열심히 하지 않고 대충 시간을 보내도 어차피 시간은 흘러서 전역 날짜는 다가온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병사들에게 군대는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군 간부에게 군대는 신념을 바탕으로 선택한 직업이자 자신의 꿈을 펼치는 무대다. 일반사회 직장에서 업무를 대충하면 어떻게 되는가? 사회인이 직장에서 열심히 업무에 임하는 것과 같이 군 간부는 부대에서 최선을 다한다. 회사원이 승진하는 것처럼 군 간부들에게도 보상으로 진급, 선발 등의 혜택이 따른다. 피라미드 구조로 편성된 군 조직의 특성상 소수의 인원만이 상위 계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진급을 위해서 열정은 기본값이며, 능력도 필수조건이다. 군 간부에게 군 복무는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며 결코 대충할 수 없다.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가슴 아픈 말이 생긴 근본적인 배경은 이러한 병사와 간부의 견해 차이에서 기인한다.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간부와 병사로 이분법적으로 나뉜 채 불신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인식이 팽배한 지금의 이 상황을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구조적인 측면에서 현상에 대해 바라봤고, 이제 미시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각 신분별 견해로 사안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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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양문고 짬1(솔직 담배 군대 이야기) (주호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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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법률 제17684호)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