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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함께하는 전우 간부와 병사 (2)

병사들의 입장

군대 하면 떠오르는 인식은 무엇일까? 군대는 힘든 곳!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른 기상 시간, 외부와의 단절, 출타의 제한, 이성 문제 등의 많은 이유로 우리는 군을 힘들게 여긴다. 필자들이 지휘관(자) 임무수행을 하며 면담 등을 통해 병사들의 병영생활 가까이서 살펴볼 때, 그들이 가장 많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은 ‘외부와의 단절’이었다. 

단절감은 이성 친구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민간인 시절의 자유분방함 (= 통제받지 않는 시간) 등 입대 후 더는 느낄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종종 주변 어른들로부터 과거 더 힘들었던 시절의 “라떼는” 으로 시작하는 “요즘 군대 편하다.”는 말을 접하곤 한다. 하지만 실상은 과거보다 복무 여건은 좋아져도 병사들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훈련, 내무생활, 작업 등등 군대에서 병사들은 마음 편히 쉬기 어렵다. 군대 와서 답답해서 미치겠는데 또 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다. 이런 이유가 병사들이 군대를 힘들게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병사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군 구조개편에 따라 국방인력 중 간부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4월 기준 현역 군인의 약 36%가 간부로 구성되어있다.

<국방개혁2.0에 따른 국방인력 조정(안)>

[1]

필자들이 임관하였던 ‘14년 당시에 소대의 소속 간부가 2~3명이었는데, 중대장을 했던 ‘19~20년도에는 소대 간부가 많게는 5명까지 있었다.

국방인력 구조상 간부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60% 이상이 병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병사의 비율이 높다. 단순 산술계산으로만 따져도1:2의 비율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병사가 근무하는 창끝전투력을 발휘하는 중대급 이하 전투부대를 살펴보면 간부 1명당 대략 병사 15명 정도를 지휘해야 한다. 

병영문화혁신을 통해서 매년 병영 내 사고 발생의 위험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한다.

<군 사고 현황 통계 도표>

[2]

간부는 전투력의 유지 및 건설의 역할도 중요하만 동시에 비전투력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훈련을 계획 및 준비하는 것과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병력관리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퇴근이 없고 24시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간부들은 부대로 향한다. 주말에도 자연스럽게 전투복을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렇듯 병사들이 힘든 만큼 간부들도 힘들다.

이러한 모든 역경 속에도 군인, 그리고 간부는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완수하는가 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병사들은 병역법에 따라 의무복무를 한다. 간부들은 어떤 방법으로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을 고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간부들에게 병사들보다 많은 봉급과 계급을 부여하는 이유다. 간부들이 군 복무를 하는 각자의 이유가 있듯이 병사들에게도 동기유발을 하면 된다. 인간을 동기 부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센티브(incentive) : 돈, 인사상 이익, 칭찬, 포상휴가 등

페널티(penalty) : 봉급 삭감, 징계, 해고, 휴가 통제 등

`자극을 주어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뜻의 동기부여는 내부의 동인(動因)과 외부의 유발인(誘發因)으로 구성된다. 군 간부는 병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과 직책을 가지기에 상과 벌을 통해서 병사를 대하면 지휘가 쉬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의무복무로 군에 입대한 병사들에게 군대는 18개월이 지나면 떠나는 곳이지 그들의 평생의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현역 간부가 있다.

"병사들을 동기 부여하기 위해서 간부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병사들에게 가장 큰 유인책은 주로 휴가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인데, 규정을 준수하며 휴가증 발부하고, 일과 시간을 지키며 병사들이 만족할 만한 휴식 여건을 보장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인센티브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 그러면 페널티를 강화하면 어떻습니까? 라고 되물어 본다.

"그것도 어렵습니다. 간부 임의로 병사의 휴가를 삭감할 수 없고 무엇보다 페널티는 어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병사의 복무 간의 적극성과 능동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옛날처럼 `까라면 까!`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오늘의 대한민국 군대에서 부하들과 소통 없이 오직 권위로만 지휘하는 간부는 단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오직 계급과 권위를 통한 지휘는 악수(惡手)다. "아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는 간부의 리더십의 발휘를 강조하고 싶다. 권위와 힘으로 지휘하는 리더십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군 간부는 병사들의 보스인가 아니다. 간부는 리더가 돼야 한다. 군 리더십 발휘에 대한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 다룰 예정이다.

<보스와 리더의 차이>

[3]

지금까지 병사의 입장과 간부의 관점에서 겪는 상호 계층의 어려움을 살펴봤다. 간부와 병사가 겪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군인이기에 단결의 힘을 통해서 임무를 달성해야 한다. 

단결 ( 團結)

전쟁의 승리는 오직 단결된 힘으로 얻을 수 있다. 단결의 요체는 전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준법정신, 희생정신, 공사 (公私)의 명확한 구분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역량을 통합ᆞ집중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모든 부대는 군기가 상징하는 부대의 전통과 명예를 위하여 지휘관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여야 한다. 

–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中

그리고 승리하는 군대에는 전우와 전우애가 있었다. 

함께하는 전우, 간부와 용사

필자들은 임관 후 전후방 각지에서 지휘관(자) 및 참모로 근무하였다. 참모장교로 근무할 때보다 녹색 견장을 차고 있을 때는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4]

. 우리가 리더로서 병사들을 지휘하며 얻었던 간부와 병사의 견해 차이에서 기인하는 딜레마적 간극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것은 바로 ‘병사를 관리대상이 아닌 전우로 대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일반적으로 군 간부들은 병사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관리자와 관리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법을 통해서 부대를 지휘한다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 군 인적자원의 2/3 이상을 구성하는 병사들을 단지 관리대상으로 여기면, 어떻게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겠는가?

간부들은 학교 선생님이 아니며, 계급과 신분의 차이 이전에 병사들도 같은 전투원이다. 

전시에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적진을 감시하거나 정찰하는 임무는 소수 정예병력을 운용하면 효과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물론 경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간부들로만 팀을 구성하여 운용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인적자원은 한정되어 있어 해결해야 하는 많은 과업이 있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러한 제한상황 하 병사들로만 구성된 팀을 보내야 한다면 그때도"병사들만 있으면 불안하니 간부가 같이 가야 한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전시상황 하 각개 병사들은 전투원 그 자체이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평소에 이런 사고를 견지한 채 병사들을 지휘한다면 그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다. 구성원 모두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부대는 당연히 더 잘 싸우기 마련이다. 간부들이 병사를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면 병사들이 모를 리가 없다. 나는 보호받고 통제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순간 피동적이고 나약한 군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 속에 입대 병사들의 숫자는 급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소수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 300속의 스파르타군과 같은 강한 전사들이 필요하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스파르탄,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와 그의 100만 군대 간의 테르모필레 전투를 그린 영화300에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병사들은 관리자와 관리대상이 아니었으며 전우였다.

이번 장에서 다룬 `간부와 병사`의 이야기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가장 결속력이 강해야 하는 집단인 군대에서 아군끼리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은 오로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다.  

현존하는 병역법을 하루아침에 개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당분간 우리 군에서 간부와 병사의 입대과정에서 오는 본질적인 견해차는 단숨에 좁히기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결속을 다질 수 있다. 간부는 병사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전우이자 전투원으로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존중과 대우를 해줘야 한다. 병사는 간부를 주적으로 여기면 안 된다. 병사들에게 간부는 군 생활을 이끌어 주는 멘토이자 전투에서 따라야 하는 리더이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이 된다면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전우로 거듭날 수 있다.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서 전쟁의 승리를 예상하는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바라는 것이 같은 군대가 승리한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한 최고의 병법서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타당한 보편적 원리를 다루기 때문이다. 승리하는 군대의 제일 우선하는 조건이니 모든 군인은 이를 따라야 한다. 

명심하자. 병사와 간부 모두 같은 군인이며 전우다.


      

[1]

 국방부, 국방개혁2.0 소개자료 e-book p.6 (2019년 2월) 




[2]

 2020 국방통계 연보, 4-4 군 사망사고 현황




[3]

 구글이미지 검색 : https://www.google.co.kr/search?+leader&prmd




[4]

 보병 소총 중대장 기준 간부 20명, 병사 60~80명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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