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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더 넓은 무대로, 미군 위탁교육 (2)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인 이유

독자들은 천조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국이 매년 국방예산으로 약 한화 천조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그런 신조어가 생겼다. (2020년 기준 미국의 국방비는 한 해 7,500억 달러)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모든 군사력을 다 합한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는 미국의 군대! 

사람들은 왜 그들은 그렇게도 강할까 궁금해한다. 단순히 국방비에 많은 지출을 통해 좋은 장비를 사고 훌륭한 보급체계를 갖춰서일까.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필자들이 느낀 이유는 조금 달랐다. 바로 인적자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였다. 미군들은 훌륭한 교육체계를 통해 강한 리더를 양성하고 그 리더들은 다시 야전에서 조직원을 강하게 훈련해 전투원들을 만든다.

다음 사례들은 그 강함의 아주 작은 일부를 경험하고 온 필자들의 주관적인 소견이다.  

#1. 체력단련에 진심이다.

매일 새벽 5시. 포트베닝의 아침은 분주하다. 아침에 체력측정이나(APFT), 군장 뜀걸음(Ruckmarch), 뜀걸음(8~10 mile run)이 계획되어 있는 날이면 새벽4시에 집합하는 일도 흔하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았지만, 육군 체육복을 맞춰 입은 군인들이 체력단련을 위해 집합하는 것이다.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모두 똑같은 체육복을 입고 체력단련에 임한다. 그렇게 1시간 30분에서 많게는 2시간까지 아침 체력단련이 끝나면 약 1시간 정도 아침 식사 및 샤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고 다시 8시까지 집합이다.

이들은 교육 기간에 최소 2~3회 체력검정 즉 APFT (Army Physical Fitness Test)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군도 마찬 가지도 비슷한 체력검정 시스템이 있지만, 차이가 있다면 한국군이 등급제(특급~3급)인 반면 미군은 300점 만점 점수제로 운용된다. 미군들은 앞서 언급한 새벽 체력단련 외에도 오후에 한 번  더 체력단련 시간을 가진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절대로 일과 중 공식적인 체력단련 시간에는 유희를 위한 구기 종목을 하는 법이 없다. 미군은 전 세계 다양한 우방국 또는 분쟁지역에 병력을 파병을 보내 자국의 군인들을 주둔시킨다. 그렇기에 그들은 언제든지 전투원으로써 싸울 수 있도록 체력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필자들이 수료한 I.B.O.L.C & A.R.C 과정에 만난 미군 장교 중에는 병사나 부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군도 재임용을 통해서 신분을 전환할 기회가 있지만 드문 경우다. 하지만 체감상 거의 30% 육박하는 인원이 병이나 부사관으로서 복무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노련하면서 동시에 나이가 많았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동기는 당시 23살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던 40살 소위 동기가 있었다. 무려 부시 대통령 때부터 군에 복무했다고 하니...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체력단련에 열외는 없다. 오히려 더 열심히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언론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장군이든 이등병이든 같은 시간에 같은 체육복을 입고 있으며, 체력단련 시간에는 주변에 학교장이나(2성 장군) 상급 지휘관이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운동이 전념한다. 

< 제36대 미 해병대 사령관 Joseph Dunford의 체력검정 모습>

[1]

#2. 냉정한 평가시스템

이렇게 많은 체력단련을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정해진 체력기준 및 훈련 수준을 달성하지 못한 인원들은 퇴교를 당한다. 필자의 같은 반class에는 36명의 동기생  중 4명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중도 퇴교를 당했다. 물론 퇴교를 당한다고 바로 군문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약 한 달의 시간을 갖고 다음 기수에 입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이를 리싸이클 (Recycle)이라고 표현하는데 한 미군 동기생은 최위진 대위의 기수로 입교해 변재현 대위의 동기생이 되었고, 후에 한 번 더 재활용을(?) 당하여 그다음 기수로 졸업했다.

그들이 주로 탈락하는 과정은 완전군장 뜀걸음인 12마일 럭마치이다. 약 70파운드 (27~30kg)  완전군장을 착용하고 약 20km를 3시간 안에 주파해야 한다. 코스도 기본적으로 산악지형을 포함하고 측정 전 한 번, 측정 후 다시 한번 휴대한 장비 및 생수의 무게까지 재측정한다. 12마일 럭마치처럼 장기간 쉬지 않고 실시하는 급속행군은 체력과 정신력까지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시작하면 3마일부터 럭마치를 연습하다가 5, 7, 10 점점 거리를 늘려나간다. 그리고 대망의 12마일 럭마치 평가 당일이 되면 새벽 04시 30분에 평가를 출발한다. 

캄캄한 어둠이 감싸는 시간, 교육생들은 머리에 헤드랜턴을 하나씩 장착하고 3시간의 대장정이 시작한다. 쉽게 생각해보면 장편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내내 30kg 무게의 군장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빠른 걸음과 뜀걸음을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럭마치 평가를 받는 미군 교육생의 모습>

[2]

필자들이 속한 교육 기수에는 약 150명 내외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휘슬소리와 함께 출발선을 통과하고 완주할 때까지 느꼈던 그 고독함을 잊지 못한다. 생각해보라 그 누구도 당신을 도와줄 수 없고 오직 나의 근력과 정신력으로만 목표까지 도달해야 한다. 나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도 주변에 없다. 그들은 리싸이클되면 다시 입교할 수 있지만 나는 탈락하면 귀국행 비행기 티켓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체적·정신적 부담감을 느끼지만 누구도 우리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고독감이 더 크게 했다. 새벽부터 아침해가 뜨도록 이어지는 장시간의 럭마치를 완주했을 때 느꼈던 그 환희의 순간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럭마치 평가가 끝나고 몇 명의 동기생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필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으로 한국군에도 이런 리싸이클 (Recycle)과 같은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예산 및 군 복무제도 등의 차이로 인한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군은 3월 초 합동 임관식을 통해 많은 장교가 동시에 임관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중간에 재입교시키는 체계를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더욱이 단기복무 장교의 의무복무 기간이 임관 후 약 3년 이내 임을 고려했을 때 시간적으로도 부족하다.  

#3. 결코 대충 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매사에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교육이 끝나면 그들은 소대장으로서 임무수행을 할 예정이었다. 수료 후 바로 파병을 가서 약 36명의 직업군인들을 지휘해야 하는 동기도 있었다. 그러니 지금 배울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하나라도 더 배워야겠는가. 일례로 상급부대로부터 명령을 수령해서 본인의 제대에 맞게 다시 해석하고 이를 부하들에게 재하달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를 약 1주일에 걸쳐서 1대 1로 담당 교관이 붙어서 해당 인원이 실질적으로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 했다. 

평가는 무려 1인당 1시간씩 교관 앞에서 본인의 명령에 대해서 브리핑을 해야 했다. 1시간을 타인에게 브리핑하기 위해서 얼마나 세부적인 사항까지 준비해야 하겠는가. 

자세한 사항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작전지역 기상을 분석할 때 습도가 몇 퍼센트니 이것이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아군과 적군에게 영향을 줄 것인지도 분석해야 한다. 또한 민가지역을 기동 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 및 아군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등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브리핑에 반영한다.

포트베닝은 특수요원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일반 보병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이다. 미군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반 보병이 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전술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한국군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어 병역의 의무를 위해 장교로 복무하는 인원도 많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모병제의 특성상 자원입대한 군인으로서의 삶이기에 더욱 마음을 다해 매 순간 임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훈련 일화로 5일 동안 수면시간을 부여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야외기동훈련을 했다. 정말로 계획표상에 쉬는 시간 없이 계속 훈련상황이 부여되었다. 교관들도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면서 극한의 상황 속에 교육생들이 임무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이때 힘들면 대충 하는 인원도 있을 줄 알았는데 단 한 명도 대충 하는 동기생이 없었고, 전시상황을 상정함에 몰입하여 훈련에 임했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만약 우리가 교육기관의 울타리를 벗어나 즉각 파병지와 같은 전투지에 투입되는 상황에 놓인 소위라고 생각해보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고 교육기관 내 집중의 집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흘려보낼 시간이 없다. 

왜냐면 그들의 조직원들이 리더를 평가할 것이기에. 한국군은 병사들의 평균 복무 기간이 약 18개월로 비교적 짧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평균 복무기간이 5~10년 이상인 병사들이 많고, 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 계급의 이전 복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한국군 체계와는 다르게 부사관으로 바로 임관하는 제도가 아니라 야전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야 부사관의 신분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노련한 군 경험을 가진 소대원들이 이제 막 교육을 수료하고 온 소대장을 기다린다고 생각해봐라. 결코 대충할 수 없을 것이다. 

#4. 실전 위주의 교육훈련

미국의 교육훈련은 실전 준비에 특화되어있다고 느꼈다. 그 중에서 크게 인상 깊었던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100% 실전 전투경험이 있는 교관들

교육훈련을 통제하고 담당하는 교관들은 실제 전투경험을 (혹은 파병경험) 가진 인원들이 교관으로 보직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육훈련 전반 과정 속에서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치밀한 지도가 이루어졌다. 특히 비전술적인 행동들에 대해 지도가 남달랐다. 

한 사례로, 다수의 교육생 중 단 한 명의 교육생이라도 총기의 조정간이, 탄알집이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단발’에 위치하면, 언성을 높여 지적하였다. 

그리고 훈련 간 기동 시 즉각 사격이 가능하도록 방아쇠에 손가락을 위치하는 습관을 강조하였다. 또한 훈련 중 쉬는시간이면 본인의 실제 전투경험의 전훈을 교육생들에게 공유하여 우리로 하여금 어떤 좋은 군사서적을 읽는 것보다 더 실제적인 교훈과 깨달음을 느끼게 했다. 

단순 주입식 교육방법이 아닌, ‘비전술적으로 행동하면 아군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한다’라는 식의 경험에 기반을 둔 교육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교육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간접경험을 쌓아 전장 환경을 더욱 현실적으로 상상하게 하였다.

둘째, 몰입가능한 훈련 여건 조성

도시지역작전 교육주간은 필자들이 I.B.O.L.C 교육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미군의 시가지 훈련장에서 실제 기동훈련을 참여할 수 있다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약 182,000에이커 규모의(약 2억 3천 평) 포트베닝에는 다양한 훈련장이 있지만, 그중에서 도시지역작전 훈련장은 상상 이상의 규모였다.

<도시지역작전 훈련중인 교육생들의 모습 : 목표지역 공격>[3]

주로 미군이 전투를 수행하는 중동지역의 건물을 실제와 유사하게 건축했고, 건물 입구에 아랍어로 표기된 안내판까지 실 파병지역 현실에 대한 묘사가 완벽했다. 또한 조금 더 실전적인 전투를 묘사하기 위하여 방송시스템을 통한 중동의 현지 음악 및 공영방송이 끊임없이 전파되었다. RPG게임의 NPC처럼 교관들까지 현지인 복장을 하는 등 훈련을 위한 모든 것들이 준비되었다. 그래서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교육생들에게 실전감을 더해주고, 대충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편, 도시지역작전간 사용했던 교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예비군훈련이나 CQB 훈련에서 사용되는 페인트 탄은 전투원의 개인화기와 직접 호환되지 않아서 별도의 화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미군의 교탄중에는 M4 개인화기 소총에 바로 사용 가능한 실제로 발사되는 교탄이 있다. 5.56mm SRTA교탄은 외형은 실탄과 거의 흡사하며, 사격감은 실탄 사격과 동일하다. 피격 시의 충격력은 방탄조끼를 입었음에도 멍이 크게 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교육생들은 훈련 중 피격의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전술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실전감각을 익힐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다.

<SRTA교탄이 남긴 상처들 : 좌 - 변재현 대위 & 우 - 최위진 대위> 

미군 위탁교육이 남긴 것 

우리는 위탁교육의 경쟁자로 만났으나 머나먼 타국에서 고락을 함께하며 동지가 되었다. 국가와 군이 부여한 소중한 기회를 통해서 내적 그리고 외적으로 많이 더 강한 군인이 될 자양분을 마련하는 시간이었다. 세계 최강의 군대에서의 교육경험은 우리를 더 큰 세상을 보게 해주었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군에 기여해야 할 것인가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앞서 언급한 사항 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으나 군사보안의 이유로 더 자세한 사항을 기술할 수 없어서 아쉬운 필자들의 마음을 다음 일화로 갈음한다.

미군은 군사에 관한 많은 부분을 민간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몇 분만 투자하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현재 운용 중인 미군의 최신 교범과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군은 군사보안의 목적으로 군사에 관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가 제한적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필자는 이에 대해서 미군 동기에 의견을 물었다. 그의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다. 

필자 : 너네 이렇게 중요한 군사정보를 막 공개해도 되는 거야? 군사기지를 구글맵에 검색하면 나오잖아! 적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미군 동기 : So What?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봐서 어떻게 할 건데? 어차피 아무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는데!



      

[1]

  국민일보 혹독한 미군의 체력검정, 주인공이 4성 장군 (’15.7.1.)




[2]

 사진출처 : https://www.dvidshub.net/




[3] 출처 :포트베닝 공식홈페이지 https://www.benning.army.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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