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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군인의 취미와 자기개발 (1)

군인의 취미와 자기개발 


너는 취미가 무엇이니?” 

중대장이 전입 신병 면담 간 어김없이 묻는 질문이다. 신병 면담뿐 아니라 부대를 옮기거나, 새로운 지휘관이 예하 부하들과 초도 면담을 할 때도 빠지지 않는 주제다. 취미가 본래 여가시간에 하는 활동이라 타인을 이해하고자 할 때 쉽게 택할 수 있는 질문이라 그런가 보다.

신병들에게 취미를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앞서 기술한 질문의 배경을 고려해서인지 모범적인 답변들이 나온다. 독서, 영화감상, 음악 감상, 게임, 구기운동, 여행 등... 

나는 예상했던 답변을 듣고 초도 면담 기록을 남긴다.

[이병 000  - 취미 : 독서]


군인에게 취미가 갖는 의미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취미를 이야기할 때 [취미 = 생산성 있는 활동]이라는 것이 전제된다. 내가 하는 활동이 특정 의미를 가진 활동이라는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일종의 심리도 작용한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활동이라면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본디 생산성이란 단어는 기계나 장비에게 사용했었는데, 우리는 어느새 인간에게서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바쁜 현대인이 시간적 여유를 내서 하는 활동이니 그 안에서 일종의 보상으로 생산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인은 어떤 취미를 가질까? 군인이라면 왠지 역동적인 활동을 즐겨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필자들도 취미를 무엇으로 가져야 할까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퇴근하고 뭐하냐는 동료의 질문에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을 하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무엇이든 해보려고 도전을 했었다. 군인은 몸이 좋아야 하니 근력운동과 헬스, 크로스핏 체육관도 다녀봤다. 

생활여건이 좋지 않았던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는 퇴근하고 나오면 주변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 시절에는 평생 안 하던 게임도 도전해봤다. 어렸을 적에는 부의 상징이었던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을 플렉스를 하기도 하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키덜트 오락문화의 대표주자인 콘솔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두 게임머신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그 그룹 안에 포함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만큼 무엇인가로 나의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미가 지속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재미와 열정이 뒷받침돼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활동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나의 애정도 시들해졌다.

동시에 다른 군인들은 어떤 취미를 가졌을까 궁금했다. 주변을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을 살펴보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퇴근 후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새롭게 도전하기 어렵다. 반면 자신만의 취미를 찾아서 꾸준하게 실천하는 군인들도 꽤 있다. 군 복무 간 개인의 취미를 찾아 꾸준히 실천 중인 이들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자신만의 취미활동을 즐기는 군인들

1. 달리기를 사랑하는 필자 ‘최위진 대위’

필자 최위진 대위는 매일 최소 5km 달리기를 한다. 그 이유느 달리기는 개인의 건강증진을 달성할 수 있고 동시에 매년 직업군인으로서 측정을 받는 체력검정 상 3km 뜀걸음을 자연스레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위진 대위는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체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직업과 관련된 취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최위진 대위의 체력은 상당 수준이다. 마라톤 완주만 이미 5차례가 넘는다니 달리기를 사랑하는 수준이다. 

이런 취미 덕분에 최위진 대위는 힘든 미군 교육과정에서 미군 동기에게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는 강인함을 얻을 수 있었다. 근력이 강한 것과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근육이 빵빵한 미군들도 장거리 달리기는 취약한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들은 최위진 대위를 캡틴 코리아라고 불렀다. 최위진 대위는 달리기라는 취미 덕분에 타국에서 국위선양을 할 수 있었다.


2. 중국어 공부를 하는 장교 A

인접 동료의 취미 중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사례는 외국어 학습이다. 장교 A는 중국어 학습이 취미다. 군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전화 중국어는 물론, 사비를 들여 중국어 관련 학습자료를 구매하여 여가시간에 꾸준히 중국어 학습을 했다. 이렇게 일과 외 시간에 중국어 학습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실력이 많이 늘었고 운이 좋게도 업무에도 활용할 기회가 찾아왔다. 

장교 A는 취미로 배웠던 중국어를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십분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COVID-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에 군은 대민지원의 목적으로 각종 외국어에 능통한 인원을 선발하여 인천공항에 외국인 입국자들에 대한 통역 활동을 지원하였다.


장교 A는 중국어 어학능력을 인정받아 군 검역지원단 활동 간 중국어 통역 지원 임무에 임하였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는 개인의 자기 계발과 더불어 군인으로 국가와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적극적으로 일조한 점에서 개인의 발전과 군인으로서의 임무수행 모든 것을 달성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취미다. 이렇게 대민지원 활동까지 원활히 수행했으니, 그의 어학 능력은 입증됐다고 본다.

또한, 장교 A는 군 내 어학 인적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진행되는 국방어학원의 중국어 교육과정까지 수료했다. 군내 교육으로 제공되는 중국어 교육과정을 통해 장교 A 개인 측면에서는 취미활동인 외국어 학습 기회의 장을 누릴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군 조직 측면에서는 군내 필요한 어학 인재를 육성하는 상호 호혜적인 결과가 도출된 모범적 사례이다.


3. 철인 3종에 도전하는 부사관 B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부대에서 지낸 부사관 B는 철인 3종 경기를 즐겼다. 군대의 교육훈련에서 체력단련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깨달은 B는 어느 순간에 체력을 본인의 무기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가운데 군인의 기본 자질인 체력을 부지런히 연마했고 지금까지 철인 3종 경기가 취미로 삼고 있다. 

사실 민간사회에는 군인들보다 더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대회에 나간다고 B가 항상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한 그 자체에 B가 철인 3종을 나가는 목적이 있다. 그 활동이 개인의 만족과 더불어 부대발전의 이익을 가져오는 선순환의 관계를 갖는다. 이는 개인의 취미가 전투력 창출에 도움이 됨과 더불어, 본인의 여가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다.


4. 프라모델을 제작을 즐기는 병사 C

C 병사는 입대 전부터 프라모델 제작을 즐겼다. 전입 초반에는 임무숙달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전보다 자주 즐길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흘러 상병이 되었을 때, C는 다시 본인이 좋아하는 프라모델 조립을 시작했다. 

개인정비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보다 우선하여 새로운 프라모델을 구매, 조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인접 인원들도 C의 프라모델 조립을 처음에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주변 동료들도 프라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져 함께 조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C 병사는 프라모델을 조립함으로써 개인의 성취감 달성과 더불어 바쁜 군대 일과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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