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리더십
군 리더십과 사회에서의 리더십은 크게 다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군대와 사회의 조직은 서로 존재 목적과 구성원이 다르다. 당연히 요구되는 리더십의 모습도 다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창군 초기 우리 군은 일본군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군 리더십 교리는 미군 교리의 영향을 받았다.
4차산업혁명에 따라 근본적인 전쟁 수행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우리 군도 국방개혁 2.0에 발맞추어 군사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하는 군 조직에 따라 바람직한 리더 상이 무엇이고, 그러한 리더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가 당면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 군은 군 리더십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5년 육군 리더십센터를 창설하여 군 리더십 교리발전과 교육방법을 개선하는 등 우리 군 특성에 맞는 리더십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육군은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리더십이란 리더가 전 평시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구성원에게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영향력을 미치는 활동이다.
[2]
다른 국가의 군대는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할까? 미 육군의 리더십 정의는 다음과 같다.
the process of influencing. people by providing purpose, direction, and motivation while operating to. accomplish the mission and improve the organization.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원을 동기 부여함으로써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
FM_6_22 Leader Development 미 육군 교범 리더개발
이를 통해 살펴보면 양국의 군 리더십의 정의 서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군대도 저마다 군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만,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핵심 메시지는 비슷하다.
스토길(Stogdill)의 ‘리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의 일반사회의 리더십의 정의와 결을 같이하는 군의 리더십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는 군에서의 리더십이 민간 사회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군 리더십은 민간 사회의 그것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전시상황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리더, 지휘관(자)의 중요성은 승패를 가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부하들의 생과 사를 결정되는 치열한 전투에서 극명하게 리더십의 발현을 볼 수 있다.
다부동 전투는 1950년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며, 이 전투에서 대한민국 국군과 유엔군이 북한군의 공세를 저지시키고 적의 대구로의 진출 기세를 저지하였다.
다부동 전투에 참가한 주요 부대는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국군 제1사단이었는데 적 3개 사단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328고지~수암산~유학산~741고지의 방어선을 확보하고 다부동~대구 접근로를 방어해 대구 고수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당시 두 배가 넘는 적의 규모에 병력 열세에 시달리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 이때 백선엽 장군의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며 앞장서 전진한 일화는 대한민국 국군의 전투 역사상 리더십 발휘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좋은 사례다.
< 다부동전투, 백선엽 국군1사단장과 참모들의 작전회의>
[3]
군 리더와 리더십
군에서 리더십 발휘의 핵심 주체인 군 리더는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자이다.
위로는 국군조직법에 따라 구성된 각급 부대장부터 밑으로는 최하위 제대인 (부) 분대장까지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부) 분대장은 병사들이 임무 수행하는 때도 많으며, 전시상황에서 지휘자가 전사한 상황에서 병사가 간부의 임무를 대신하여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즉 군의 리더십은 간부와 병사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군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히 병력을 잘 관리하고 무사히 전역시키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 발휘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대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전·평시 명령으로 하달되는 작전계획, 구두로 하달되는 지시, 추정해서 수행하는 염출 과업 등 군에서 부여되는 임무는 다양하다.
군 리더는 이러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완수하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러면 군에서 리더십의 발휘 대상은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본인의 예하 제대에 있는 구성원들, 즉 부하들이 될 것이다. 1분대장이면 1분대원, 2소대장이면 2소대원이 그 대상이 된다.
조금 더 넓게 해석하면 임무를 달성하는데 관련되거나 필요한 모든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중대장이 하달한 전투 진지 공사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1소대장A가 2소대원 B를 통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1소대장 A는 B의 직속상관은 아니지만 준상관으로서
[4]
2소대원 B에게 리더십을 발휘하여 중대의 과업을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리더와 구성원은 임무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운명 공동체이다.
필자들 역시 변화한 인권존중의 문화, 입대장병의 의식변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군대 환경 속에서 ‘군 리더로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한가’라는 고민을 자주 했다. 특히 부하들을 동기 부여하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고민이 많았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동반될 때 리더십 발휘가 극대화 될 수 있다. 선장의 지시에 맞추어 노를 젓는 선원들이 있는 것처럼 팔로워들의 팔로우십이 있어야 리더가 이끌 수 있다.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려면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가치관에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군 리더에게 국가와 국민이 합법적으로 부여한 직책과 부여된 권한의 사용이 요구된다. 소대원이 소대장을 따르는 이유는 소대장이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그가 소대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대장이 직책과 권한 외에 카리스마, 강한 체력, 훌륭한 인성 등으로 대변되는 개인적인 능력을 갖추었다면 더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군 리더십의 지향점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한 번 이상은 리더가 된다. 회사에 취직해서 팀 내 부사수를 양성하고, 자영업을 하면 종업원을 두고 본인의 회사운영의 철학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부모도 아이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하여 부모가 원하는 훈육관을 달성하고자 한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더라도 인간사회가 지속하는 한 리더십은 필요한 덕목이다.
마찬가지로 군 복무 장병은 군 복무 중 대부분은 한 번 이상 리더의 임무를 수행한다. 분대장처럼 공식적인 직책은 아니더라도 또래상담병, 생활관 대표병, 동아리 대표 등 병영생활 내에서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험을 한다. 군대는 사회 초년생이 경험할 수 있는 리더십 학습의 장으로 매우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군 리더십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군대는 합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하여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그 과정에서 임무수행 중 부상과 때로는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군 리더라면 이런 조직의 목적과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군에서 리더십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안중근 장군은 뤼순 감옥에서 투옥되었을 때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유목을 남겼다. 해석하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는 뜻을 지닌다. 군인은 어렵고 힘든 임무가 있더라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여덟 자 글자 안에 군 리더가 지향해야 하는 리더십의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리더십의 다양한 정의와 군에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필자들이 걱정하고 경계하는 바는 리더십의 정의가 학자마다 다르고 주관적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한 군 리더의 권한 남용 및 오용이다.
군에서 정의하는 리더십의 정의를 상기하고 법령으로 주어진 권한의 범위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용장(勇壯) 밑에 약졸(弱卒) 없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떼가,
양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
- 아랍 속담
[1]
군 리더십 교리 변천과 전장리더십 사례 연구. (김재인, 임재욱, 2020)
[2]
군 리더십 이론과 사례를 중심으로,(최병순,2010) * 육군본부 자료를 인용
[3]
인천상륙작전을 만든 사투의 다부동전투 그리고 백선엽 (중앙일보, ’20.7.11.)
[4]
상관은 순정상관과 준상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순정상관이란 명령복종 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 명령권을 가진자를 말하며, 준상관이란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위계급자 및 상위서열자를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