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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군인의 취미와 자기계발 (2)

취미인가? 자기개발인가?

앞선 사례에서 취미를 본인의 업무로 승화시켰던 군인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나의 직업에도 도움을 준다니 이 얼마나 생산성이 있는 활동인가. 재미와 보상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궁금점으로 이끈, 자기개발과 취미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하지 않는 시간에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이 행위를 취미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자기개발로 봐야 하는가. 둘의 사전적 의미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일

자기개발 : 본인의 기술이나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

사전적 의미의 취미와 자기개발은 내포한 의미가 다르다. 즐기기 위한 것이 취미라면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 자기개발이다. 시간은 인간이 가진 가장 한정적인 재화다. 퇴근 후 주어진 짧은 여가시간에 취미랑 자기 개발 둘 다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필자들의 대답은 Yes다. 특정한 활동이 취미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자기개발이 될 수도 있다.  필자 변재현 대위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취미이자 자기개발인 영어공부

육사를 가면 공부를 안 해도 되는지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영어공부는 나의 삶에 다양한 주기로 찾아왔다. 막상 영어를 공부할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왜 공부를 하는가 목적에 따라서 영어는 취미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자기개발이 되었다.

1. 육군사관학교 재학 중에는 졸업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했다. 수능시험 영어는 1등급이었으나 토익은 또 다른 세계였다. 육사 졸업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열심히 영어를 익히고 토익점수를 만들었다. (자기개발) 

2. 졸업 후에는 해외여행을 자주 갈 수 없는 것을 알았기에 생도 시절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여행을 경험하고자 노력했다. 여행의 목적인 견문을 넓히고 제대로 된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 언어 영어가 필수였다. 출국 전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여행 계획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했다. (취미) 

3. 임관 후 야전에서 복무하면서 업무 목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었다. 야전에서 초급간부가 부대에서 영어를 사용할 일은 많지 않다. 당시 문화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지역에서 근무하다 보니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 미국드라마 감상같이 제한적이었다. 기왕 보는 거 영어공부도 하자고 생각했다. 먼저 영어자막을 붙이고 감상하였고 두 번째는 자막을 제거하고 드라마를 다시 조금 더 잘 들리고 생활영어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취미) 

4. 몇 년 뒤 미국 군사교육 위탁교육에 지원하기 위해서 영어성적이 필요했다. 당시 스피킹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기회가 될 때마다 OPIc, TOEIC-Speaking, TEPS-Speaking 등의 시험을 응시했다. 합격 후 출국 준비 기간에는 아침 6시에 전화영어까지 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 달리 업무를 하려고 영어를 학습할 때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자기개발) 

5. 언어도 도구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기능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에 있어서 [읽기-듣기-말하기-쓰기] 네 가지 영역을 꾸준하게 단련해야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대학원에 입학하고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이전처럼 시험을 앞두고 있다든지 해외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아닌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어서 나의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에 임하고 있다. Back to the basic의 마음가짐으로 기본인 단어부터 다시 시작했다. 몇 년 전 구매한 영어단어장에 먼지가 쌓여가다가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취미) 

6. 요즘 차세대 SNS으로 손 꼽히는 클럽하우스 APP에 심취해있다. 관심 있는 인플로언서들이 개설한 방은 오로지 영어로만 대화가 진행되었다. 똑같은 단어를 영어로 구글에 검색하면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대학원 공부를 할 때 원서로 된 전공서적이나 논문을 자주 참고해야 한다. 다시 영어가 필요해진 순간이 온 것일까? (자기개발) 

필자 변재현 대위에게 영어공부는 취미이면서 자기개발이었다. 영어공부를 목적 그 자체 즐기면 그것은 취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영어공부를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대하면 그것은 자기개발이 되었다. 영어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의 많은 사안들에 해당하는 이치일 것이다. 어쩌면 취미냐 자기개발이냐라는 질문은 목적이냐 수단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아닐까. 

군대,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 

2006년부터 군 부대에도 주 40시간 근무제(토요 휴무)가 도입되어 여가시간이 주당 10~20시간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자연스럽게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자기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따라서 장병들의 자기개발 욕구를 해소시켜 주기 위해 우리 군은 자기개발 여건보장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학습여건을 마련 측면에서는, 중대급과 소규모·격오지 부대까지 사이버지식정보방에 PC를 설치하여 e-러닝 학습여건을 지원하고 있다. 원격강좌를 통한 학점취득 지원도 병행하고 있는데, 2020년 161개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개인정비 시간에 여가활동을 즐기는 군 장병들>[1]

또 군 복무경험도 학점으로 인정된다. 학점인정은 2020년 35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해서 참여대학을 확대 중이다. 이제 병사들은 학기당 6학점, 연간 12학점까지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개발 여건 확대를 위해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외국어, IT, 국가자격시험 등 선호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장병 어학교육 향상을 위해 전화영어 (영어,중국어 등), TOEIC, TEPS, OPIc 등 어학 시험 응시료를 할인하여 복무 중 어학능력 향상 여건이 지속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또한, 군은 국가기술자격법령에 따라 검정권한을 위탁받아 군 자체적으로 국가기술자격 검정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관련 자격취득 지원을 위해 각종 학습콘텐츠를 제공 하고 있다. (M-KISS, M-Mook 등)

군은 병사들의 자기개발을 위한 공식적인 지원금을 운용하고 있다. 다양한 자기개발 활동지원을 위해 신청일 기준으로 복무중인, 자기개발을 희망하는 병사를 대상으로 1인당 연간 최대 10만 원으로 국방부가 80%씩 부담한다. 

지원분야는 도서구입비(잡지/만화제외), 어학·자격취득(국가·민간) 등 능력검정 응시료, 온·오프라인 강좌수강료 등 자기개발 분야를 망라한다. 더욱 자세한 정보는 나라사랑포털에서 찾아볼 수 있다.[2] 이렇듯 군은 장병 개개인의 자기발전을 지원하여 생산적인 병영생활과 개인, 군 및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무엇이 당신을 몰입하게 하는가?

지금은 잠시 창고에 잠들어 있지만, 분명히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도 필자 변재현 대위가 강원도 생활을 잘 보내도록 한몫을 했을 것이다. 중국어 공부가 군 복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장교 A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좋으니까 했던 활동들이 어느 순간 군 복무에 도움을 준 것이다. 게임 취미도 군 입대 후 게임을 많이 못 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게임중독 병사를 면담할 때 도움이 되었다. “중대장도 젤다의 전설을 즐긴다.”라고 말하니 자연스럽게 그 병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나이, 고향 등 전혀 연관성이 없었던 그와 나의 유일한 공통점은 게임을 할 때 즐겁고 그 세상 속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취미냐 자기개발이냐는 사실은 별로 중요한 고민거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취미가 생산성을 띄는 활동인지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로 무엇인가 한다는 그 행위 자체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생계와 관련되어있지 않은 특정 활동이 유희를 위함이든지 개인의 발전을 위하든지 상관없다. 그 활동을 하는 배경에는 어떤 동기가 잠재되어있든지 당신은 그것을 하고 있다.  

퇴근 후,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지만 피곤함을 이겨내고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지니는 고유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선택이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비슷하지만, 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당신에게 여가시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넷플릭스를 보는 것일 수도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며, 당신은 어떤 행위를 할 때 가장 몰입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얻는가?” 그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가 아니면 수단으로써 취하는가? 

앞서 취미와 자기개발의 추상적 개념을 필자들의 기준으로 조작적 정의를 해보았다. 그 정의의 논지로 볼 때, 군 복무와 취미 및 자기개발이 긍정적으로 합쳐진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 할 수 있다. 건전한 취미활동과 자기개발을 통해 각개 전투원은 행복해진다면 이는 곧 우리 군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1] 국방일보, 장병 꿈과 희망이 꿈틀꿈틀 ('18.9.20.)




[2] 국방부 나라사랑 포털 http://www.narasar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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