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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군인,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 (1)

군인,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구국의 성웅이신 이순신 장군께서 명량해전을 앞두고 휘하 장수들에게 목숨을 거는 각오로 전투에 임할 것을 강조하실 때 하셨던 말씀이다. (난중일기 정유년 9월 15일) 역대 국내 상영흥행 1위에 (1,700만 명) 빛나는 ‘명량’의 이 장면을 기억하는가?  

“아직도 살고자 하는 자가 있다니,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정녕 싸움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냐? 육지라고 무사할 듯싶으냐? 똑똑히 봐라! 나는 바다에서 죽고자 이곳을 불태운다. 더 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병법에 이르기를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떨게 할 수 있다 하였다.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형국을 두고 하는 말 아니더냐?”

- 영화 ‘명량' 중 이순신 장군의 대사 

결국, 이순신 장군을 믿고 전장에 나간 조선 수군은 13척의 배로 300여 척이 넘는 왜군의 함대를 격퇴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지형 연구, 전략 등이 뒷받침되었겠지만, 명량해전이 승리 한 전투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의 조선 수군에게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하는 임전무퇴의 기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에게 생존은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본능일 텐데, 도대체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상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은 아마도 굳건한 사생관이 각개 병사들에게까지 신념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생관이란

사생관死生観)의 사전적 의미는 ‘죽음을 통한 삶의 견해’이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 영혼이 있다면 어디에 가는가?” “사는 것은 무엇인가? 또 죽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삶과 죽음을 떠올릴 때 던지는 의문들이다. 일반적으로 사생관을 바라볼 때 종교적 또는 철학적 관점을 택한다. 종교적 관점으로는 도교의 불로장생, 힌두교의 윤회전생, 불교의 극락 사상, 기독교의 내세관이 있다. 철학적 관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담론부터 근대의 니체의 ‘신은 죽었다.’로 대표되는 허무주의 그리고 현대철학에는 논리와 이성으로 삶과 죽음을 고찰하는 셀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앞서 제시한 철학자들처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참인 명제에서 결국은 죽을 것이니 대충 살겠다는 허무주의적 태도를 도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끝이 있으니 더 소중하고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깊은 사색을 하지 않는다. 그런 고민을 하기엔 삶이 바쁘고 고달파서 일 수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죽음은 임박하지 않은 먼 미래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생관이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특히 전시에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해야 하는 군인들에게 명확한 사생관의 확립은 중요하다. 

군인과 사생관

군인에게 사생관이 중요한 이유는 군인의 사고와 행동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장이라는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는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에게 사생관의 유무는 그 사고 · 행동 · 리더십에 영향을 줄 것이다. 만약 이 순간 전쟁이 발발한다면 군인은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상호 의지의 마찰을 수반하기에 피·아에 큰 피해를 가져오며, 그 과정에서 많은 전·사상자가 발생한다. 군인에게 올바른 사생관을 확립하는 것은 위기의 순간에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위한 필수적이다. 전장에서 군인들은 열악한 지형과 기상, 생명 위협, 지속되는 긴장과 불안 예측의 어려움 인접 동료의 죽음 등 수많은 스트레스 유발요인에 노출된다. 이는 전투원들에게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신체적·정신적·행동적 반응을 보이는 다음 표에 제시된 차이점과 그에 따른 전투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전투상황과 비전투 상황의 차이점>

[1]

이런 순간에 직면한다면 이성을 통한 육체의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만약 이 상황이 집단적인 규모로 악화되면 상관살해, 전투 이탈(탈영), 이적행위 등이 군 기강 와해의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극한의 전투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 군도 전투 스트레스를 [예방-식별-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 장병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종교활동일 것이다.


      

[1]

 박호순, “전투상황에서 지휘행동과 조직유효성에 관한 연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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