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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군인,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 (2)

군대와 종교활동

군대에서 종교를 하면 왠지 모르게 신병훈련소에서 갔던 종교시설에서 받아본 초코파이가 떠오를 것이다. 군에 입대 후 처음으로 종교행사에 참석해봤다는 사람도 여럿 봤다. 

군에서는 법률에 의해 종교생활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제15조(종교생활의 보장) 따르면, 지휘관은 부대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군인의 종교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 

군에서 종교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알기 위해서 군종 업무에 관한 규정(국방부 훈령 제822호)을 살펴보자. 훈령에 따르면 군에서의 ‘종교활동’은 장병의 신앙심 함양과 신앙전력화를 위하여 행하는 제반 활동이다. 

군종은 그런 종교, 교육 및 선도활동을 포괄하는 업무이며 장병의 정신무장을 강화하고 사기를 진작시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게 하기 위함을 목표로 한다. 군대에는 종교별 성직자가 부대규모에 따라 보직되어 있으며, 그들은 군 장병들과 그 가족들이 참가하는 종교행사를 주관한다. 이 외에도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종교활동을 통하여 장병의 사생관을 확립하고, 필승의 신념을 배양하는 것’이다. 종교활동은 군인에게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며, 군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앞서 다뤘던 사생관을 바라보는 첫 번째 관점이 종교적 관점 이었는데, 군에서도 각 종교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종교 의식 속에서 자연스레 사생관교육이 병행된다.

다음 표의 장병 종교현황은 살펴보면 많은 장병이 군내 종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내 종교인구 현황>[1]

이처럼 많은 군인이 종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개인의 신앙심을 배양하는 장은 물론이며, 장병들이게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 해줌으로써 신앙을 바탕으로 한 전력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종교활동의 긍정적인 영향

필자는 종교활동이 군인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사생관의 확립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준다.

‘발할라(valhall)’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사자(戰死者)의 큰 집’ 또는 ‘기쁨의 집’이라는 뜻으로, 북서유럽 신화에서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만이 갈 수 있는 천국을 지칭한다. 유럽 신화 속 전사들은 발할라에 가는 것을 최대 명예로 전쟁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했다고 전해진다. 신화 속 발할라는 ‘천국’으로 묘사된다. 용맹하게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에게 발할라는  확실한 믿음이며 구원이었다. 이런 믿음을 통해서 고대 유럽의 전사들은 용맹하게 싸웠다. 

앞서 제시한 사생관과 결을 같이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사생관은 전투의 현장과 전투를 준비에 있어 근본적인 원동력이 된다. 전시, 군인으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가운데, 삶과 죽음에 대한 개인의 성찰이 곧 종교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종교활동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군 복무는 역경과 극복, 보람의 지속적인 순환과정이다. 늘 보람찬 일 만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군 생활이겠지만, 군 복무 간 역경은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온다. 더욱이 역경 속 가족과 전우에게도 말 못할 힘든 일에 직면했을 때, 종교는 군인에게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준다.중대장으로 임무수행 간, 중대 병력의 비전투손실을 막고자 최선을 다했다. 각종 부대관리와 신상관리를 철저히 하고도 불안할 수 있는 것이 병력관리이다 보니, 중대장으로 가능한 모든 노력과 더불어 신앙심으로 기도를 더했다. 

<전투에 임하기 전 기도하는 군인들의 사진>[2] 

둘째, 종교활동을 통한 커뮤니티 활성화이다.

군부대의 종교시설물은 대부분 영내, 혹은 부대 인근에 위치 한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서 종교활동을 통해 만난 인연은 더 깊은 인간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종교시설에서 만난 개인적인 인연에 대한 사례를 소개한다. 과거 근무지였던 육군본부에서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임무수행을 하며 업무 협조 간, 관계를 맺게 된 군종장교가 있었다. 

당시 군 복무에 있어 선배이자, 신앙에 있어 선배로 신앙심에 경종을 울려주셨고, 성직자로서 사적인 일에도 많은 응원과 기도를 더해주어 신앙 자체를 넘어 장교 후배로 감사의 마음을 가진 적이 있다. 이는 단순 성직자와 신자의 관계일 수 있지만, 근무지에서 함께하는 전우 중 같은 종교를 갖고, 함께 신앙생활을 영위한다면 또 다른 하나의 공동체를 함께하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군내 종교활동은 선도활동을 포함한다. 격오지 근무 장병들을 위문하는 위문활동에서부터 병력관리의 일환으로 상담활동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그 예다.  군 성직자는 이와 같이 군 조직의 신앙 전력화를 위해 힘쓰며,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군의 전투력 극대화에 기여하고 있다. 

군인,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

필멸의 존재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 우리가 불사의 존재라면 생명이 지금처럼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하게 정립될 수 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군인에게 사생관은 국가와 동료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숭고한 희생의 발현의 필수조건이다. 

2016년도 온 국민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도 유시진 대위의 대사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한 시가 있다. 청은 시인의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이다. 전선의 참호 속에서 싸우는 군인에게 전투복은 수의로 비유한 아름다운 시다. 이 시에는 앞서 다룬 군인과 사생관에 대한 정수를 담고 있다. 이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 - 청은 -

군인은 언제나 군복을 입고 산다

청춘도 생명도 조국에 저당 잡히고

국비로 지급되는 생명수당으로

부모 봉양 자녀 양육하며 산다.


군인이 죽으면 안동포 수의 대신

깨끗한 군복에 계급장, 명찰, 휘장, 훈장

모두 달아 입히고 군화까지 신겨서

마지막 길로 보낸다.


이름 모를 전선의 참호 속에서

장렬하게 죽어가면 그 자리는 무덤이 되고

군복은 수의가 된다.

조국이 원할 때 지체 없이

죽음으로 뛰어들어야 하기에

군인은 늘 수의를 입고 산다.

당장 올지도 모를 죽음을 준비해놓고

군인은 언제나 수의를 걸치고 산다.


      

[1] 법보신문, 군내 종교인구 현황 (’21.3.22.) 




[2] 사진 출처 : https://line.17qq.com/articles/hdgbhjhz.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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