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ADE NOT BOR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재현 Jul 18. 2021

강한 전투력은 건강한 가정에서 온다. (1)


군인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군인의 삶을 논하려면 '군인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두 필자 각각 ‘16년 ‘20년에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군인가족이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많이 있기에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마 필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직업 군인들이 항상 가슴속에 품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군 조직에서 많이 쓰는 독특한 표현이 있는데, 배우자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사회에서는 와이프, 아내 (남편) 등의 말을 사용하나 군에서는 배우자를 ‘가족’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일례로 “제 가족은 가족과 5살 딸이 있습니다” 이라고 말하는 다소 이상한 상황도 발생한다. 배우자를 가족이라고 칭하는 유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군인은 직업 특성상 배우자와 자녀들 모두 관사시설물에서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사시설물은 군 부대에 인접하게 위치한다. 관사시설물은 가깝게는 부대와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멀게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관사시설물은 부대의 임무 특성상 도심지를 벗어나 위치하기에 생활 여건이 좋지 않다. 그렇기에 군인의 배우자는 군생활을 함께하는 제2의 군인이며 가족이다. 그래서 배우자를 ‘가족’이라고 칭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대한민국에서 ‘군인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안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특별하다고 해서 어떤 혜택이 주어지거나 특권을 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군인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때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많은 것을 낮춰야 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군인가족의 범위에는 주로 직계가족인 부모님과 자식 그리고 배우자를 의미한다. 

[1]

군인가족은 군인은 아니지만, 군인과 유사한 제약사항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군인가족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내 가정보다 군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언제든지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사랑하는 내 남편, 아내, 아들, 딸을 보내야 한다.  그렇기에 군인가족의 삶은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조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분명히 같은 하늘 아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와 경계선으로 드리워진 군 관사 생활의 공기는 사회의 그것과 결이 다르다. 

 

격오지 생활의 어려움 : 생활여건과 교육 

격오지 (隔奧地)란 도시나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깊숙하고 외진 지역을 말한다. 혹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군부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군 부대는 임무의 특성상 산악지대, 해안, 도심과 떨어져 격오지에서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군 관사는 부대 근처에 위치한다. 현역군인과 함께 거주하는 군인가족들은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과 주거생활, 소비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군 부대가 밀집한 강원도에서 병원에 가려면 기본적으로 차량으로 30분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혹시나 저녁에 자녀가 아프면 종합병원은 더 멀리 위치해있으므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욱이 전방지역에서 복무하면 교통 및 생활여건이 많이 불편하여 배우자가 장기간 훈련으로 부재하면 육아를 전담해야하는 가족들도 있다.

자녀교육에서도 고민이 많다. 격오지에서 교육환경은 도시와 전혀 다른 환경적 특징을 갖는다. 도시 지역에서 근무하는 군 간부의 자녀들의 교육 환경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전방 지역의 경우 교육 과정, 통학 등 여건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사할 때마다 전학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군인 자녀는 학업이 단절되고 교우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군인 자녀의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런 이유로 군 자녀들의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은 동일한 군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한 언론매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60∼70%가 직업 군인인 충남 계룡시의 용남중학교 3개년 평균 전입 비율은 12.5%였다. 또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장교 자녀는 평균 6회, 준사관과 부사관 자녀는 평균 3회 전학을 한다.

[2]

<군 부대 밀집 지역 중학교의 전입 비율[3] >

또한 취학자녀를 둔 군 간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읍・면 이하 지역에 거주하는 비율이 36.9%였다. 이처럼 군인 부모의 근무지에 따라 몇 번이고 이사를 반복 하기에 군 자녀들에게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희미해져 간다. 군인 자녀들은 깊은 교우관계를 만들기 어렵고 잦은 전학으로 인해서 성인이 되어도 동창회 모임에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 고향에 방문하는 것도 어렵다. 두 필자 모두 대위 지휘참모 교육을 받았던 기간을 제외하고 명절 연휴 간에 단 한 번도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물론 정식으로 휴가명령을 통해서 고향에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녹색 견장을 하고 있는 지휘관(자), 부대의 주무 참모로서 연휴 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 명절 연휴 기간은 공휴일로서 당직근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 '17년도 10일간의 황금 추석 연휴를 기억하는가. 당시에 참모장교로 근무했던 필자들은 수 회의 당직근무에 투입되었고, 추석 당일 부대 합동 차례 참석 및 업무 준비차 출근하다 보니 연휴가 끝나 있었다. 

배우자를 남겨두고 남겨진 가족이 자녀와 함께 격오지에서 홀로 고향을 방문하기 쉽지 않다. 가족들도 만나기 힘든데 친지들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만약 주변에 군인이나 군인가족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그들을 만난 것이 언제인지 떠올려 보라. 군인가족들은 가족 및 친지와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1]

 국군복지단 전국 영외마트 이용대상이 '가족'이란 배우자,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 존속비속을 포함하는 바를 근거로 함.




[2]

 뉴시스, 군인 자녀의 잦은 전학…학교 적응, 성적 문제 고충 커(2019.12.28.)




[3] 한국 교육 학술정보원, 학교알리미(

www.schoolinfo.go.kr

) 자료 종합



매거진의 이전글 군인, 수의를 입고 사는 사람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