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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재현 Jul 18. 2021

군대의 미래, 그리고 군인 (1)

군대의 미래그리고 군인 

10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오늘의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 속도의 충돌 때문임을 밝힌다. 경제 발전의 속도를 사회 제도나 정책 등이 보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나 군대와 같은 관료조직, 정책과 법 제도는 30마일도 안 되는 속도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시대를 풍미한 석학은 꼬집었다. 

<변화의 속도>

[1]

이런 속도의 차이는 결국 상호 충돌을 야기하고 변화, 발전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의 세계는 지금 이 시각에도 변하고 있다. 어릴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얻어서 은퇴 후 안락한 삶을 꾸미는 한국 사회의 경제 모형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통계청에서 공개하는 일자리 이동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 3명  중 1명은 1년 안에 자리를 옮긴다. 불안정할 수 밖에 없고, 1년뒤를 내다보며 일할 수 없다.

<주된 일자리 이동 규모>

[2]

이미 자본과 노동을 묶었던 고용이라는 고리는 해체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 (Airbnb)는 온라인 플랫폼 하나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숙박업체가 되었다. 2021년 기준 기업가치는 108조 원을 넘었으며 힐튼이나 하얏트 같은 기존 호텔업계 강자들을 제치고 세계 숙박업계를 이끈다. 하지만 직접 고용한 인력은 3천 명이 조금 넘을 뿐이다. 모두 본사의 관리 인력이며, 단 한 명의 숙소 서비스 직원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또한 단 한 채의 숙소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3]

 물론 에어비앤비 (Airbnb)의 사례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더이상 자본은 노동자를 가까이 두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21세기의 4차 산업혁명은 19세기 2차 산업혁명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기계 옆에 노동자가 늘 붙어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욱이 노동 뿐 아니라 이제 기업은 자산도 직접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군대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왜 군대는 장기복무 정규직을 선호할까?

앞서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 세계에 비해서 군대와 같은  관료제 조직은 비교적 느리게 변화함을 언급하였다. 한 조직의 미래와 흥망성쇠는 결국 어떤 인재를 선발하는가에 달려있다. 군대는 리더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군인사법 (법률 제8732호) 제6조에 따르면 장교와 부사관 군 간부들은 장기복무와 단기복무로 구분하여 복무하게 되어있다.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만 장기복무하는 장교로 근무할 수 있다. 변재현 대위는 1번, 최위진 대위는 3번의 경우에 해당한다.

1. 사관학교를 졸업한 자

2. 장기복무를 지원하여 임용된 군법무관

3. 단기복무장교 중 장기복무장교로 선발된 자

4. 공군의 조종병과장교로서 비행자격이 부여된 자 

반면 단기복무장교는 육군3사관학교 또는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한 자, 사관후보생 및 학생군사교육단 사관후보생 과정출신장교와 제2항의 장기복무장교에 속하지 아니하는 자로 한다. 부사관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장기복무자와 단기복무자를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군대에 청운의 꿈을 품고 입대한 청년들은 반드시 장기복무에 선발되어야만 꿈을 이어나갈 수 있다. 민간 사회의 고용 유동성 증가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그리고 장기복무를 향한 경쟁은 날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진다.   안정성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공공 부분에서는 더 나은 성과가 더 높은 소득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장기근속과 호봉제 임금제도는 이를 뒷받침 하는 제도였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실력 있는 사람들은 공공 부분보다는 경쟁해서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노동시장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런 믿음이 깨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1년 7급 공무원의 필기시험 경쟁률은 48:1을 기록했다. 왜 우리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질주하는가? 기술의 혁신이 가져온 일자리 불안, 1년 뒤 나의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혁신에 따른 고용 감소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던 중에 정년과 연금까지 보장된 공무원, 공공기관의 정규직이라는 이름의 직업적 이상향이 등장한 것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공무원이 지금처럼 인기가 높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IMF를겪은 후부터 다른 직장보다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점에서 공무원은 점차 인기를 몰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보수 등 처우도 민간 부분보다 낫다는 점이 알려졌다. 좀 더 지나고는 기술혁신 및 고용 변화와 경제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꿈의 직장으로 탈바꿈했다. 

[4]

 필자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변재현 대위는 육군사관학교, 최위진 대위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여 둘 다 서울에 위치한 4년제 대학교를 나왔다. 필자들이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2010년도 초에는 사실 지금보다 고용시장이 지금보다 덜 경쟁적이었다. 즉 만19세 청년의 관점에서 공공부문에 대한 유입 매력 요인이 2021년보다 높지 않았다. 일례로 육군사관학교 입학경쟁률은 2010년 평균 20.2:1 (여생도37.5:1)에서 2020년 44.4:1 (여생도 111.2:1)로 대폭 증가했다. 임관 동시에 장기복무 전환되는 부사관 모집의 경우 평균 8.5:1, 드론·무인기(UAV)운용 부분은 28.8대 1까지 치솟았다. 이런 수치는 군대에 유능한 인재들이 유입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물론 이는 군대의 변화하는 임금과 복지의 변화한 위상이 반영된 결과다. 2021년 연말정산에서 변재현 대위는 국세청에 총급여 54,927,120원을 제출하였다. 대한민국 일반직 공무원의 65.7%를 차지하는 9급 공채출신은 대학을 졸업 후, 평균 29세에 신규임용되었으며, 초봉으로 월 1,659,500원의 급여를 받았다.

[5]

 29세 변재현 대위는 평균 20대 직장인의 월 소득 206만 원, 연봉 2천 5백만 원보다 약 두 배를 더 벌었다.

[6]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에 비하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정년과 연금이 보장된 공공부문임을 참작하면 매우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을 확인할 수있다. 임금 보수 뿐 아니라 군인의 직급에 대한 예우도 좋다.

국가공무원법 제4조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은 1급부터 9급 까지의 계급으로 구분하며, 직군(職群)과 직렬(職列)별로 분류 한다. 한편 특정직 공무원은일반직에서 통용되는 계급 구분을 준용하지 않고 별도의 직위 체계 및 보수 체계를 적용을 받는다. 군인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일반직 공무원처럼 숫자에의한 분류가 아닌 계급으로 그 직급을 분류한다. 그래서 일반 공무원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임금 보수를 기준으로 보면 각종 수당을 제외한 순수 봉급을 놓고 봤을 때 소령 1호봉이 2,995,400 4급 1호봉이 2,870,000원으로 유사하다.

[7]

 소령과 일반직 4급 공무원 모두 승진 시 시간외 근무수당이 없어지며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 점이 똑같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급 공무원의 평균연령은56세였다. 장교의 경우 평균 만 34~36세에 소령으로 진급하며, 동 계급 정체 기간은 5~10년 정도 소요된다. 요약하면 군대의 임금 보수 측면과 직급체계 모두 공공부문에서도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필자가 입대를 결심한 시점에서 이와 같은 통계자료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며, 이런 물질적인 보상 외 앞장에서 언급한 필자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관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보상이 주어짐으로써 안정적인 소득수준이 유지되며 예측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어 국가와 국민에 더 충성할 수 있음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앞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를 통해 필자들의 입대와 맞바꾼 가보지 못한 진로에 대해 아쉬움을 언급했었다. 각종 지표로서 나타나는 삶을 보았을 때 2010년대 초반 두 청년의 선택은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본다. 유능한 인재들이 군에 더 들어오고자 하는 오늘의 상황 역시 같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1]

 [집중토론] 앨빈 토플러 신작 ‘부의미래’(매일경제, ’06.19.10)




[2]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9년 일자리이동통계」결과 (통계청, ’21.6.8.)




[3]

 소득의 미래, 4장 노동자 필요 없는 기업들 p.106 (이원재, 2020)




[4]

 소득의 미래, 5장 정규직 7.6퍼센트 진입을 위한 전쟁p.121 (이원재, 2020)




[5]

 2021년 인사혁신처 직종별 공무원 봉급표 (http://www.mpm.go.kr/mpm/)




[6]

 이는 동시에 직업군인이 임용 평균연령이 민간의 청년의 그것보다. 평균 5세 이상 빠른 근속 기간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7]

 소령1차 진급 시 만 34세 호봉은 소령 8호봉으로 봉급은 3,94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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