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중인 군대
앞서 군대의 주요 고용 형태가 장기복무를 기본 전제로 이루어짐을 살펴보았다. 플랫폼 노동을 기반으로 한 N잡러가 출현하고 국민 3명중 1명은 1년 뒤에 현재 하고 직업을 영속하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과 많이 다르다. 기업은 100마일 속도로 변하는데 정부조직은 30마일의 속도로 변한다는 앨빈 토플러의 예언이 적중한 것인가? 군대라는 조직이 공룡처럼 거대하여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일까? 필자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혁신과 함께하지 않고 이를 배척하는 군대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
육군은 지난 2019년부터 '인공지능(AI) 면접관'을 간부선발에 도입했다. 나아가 2022년부터 간부선발 전(全) 과정에 AI 면접체계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위탁교육 선발 및 부사관 장기복무 선발 과정에 이를 도입하고 있다. 타당도(Validity)는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측정했는가의 기준이 된다. 그중에서도 예측 타당도를 통해 어떠한 행위가 일어나리라 예측한 것과 실제 대상자 또는 집단이 나타난 행위 간의 관계를 측정한다. 주로 채용, 선발, 배치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며, 적성 및 면접 검사 결과가 좋은 사람이 실제 업무도 잘한다면 이는 높은 예측 타당도를 갖는다고 본다.
과거 전문 인사면접관의 능력에 100% 의지하여 인재를 뽑아왔던 군도 이미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예측한 훌륭한 군인의 자질을 지닌 사람에 관한 판단이 실제로 선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국방부 차원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4차 산업혁명 과학 기술을 국방 전 분야에 적용하는 국방혁신을 통해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을 구현하고자2019년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구성하여 각 군과 함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초연결 · 초지능 · 초융합의 국방인프라 조성을 위한 기술· 기반 혁신 분야,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방운영 구현을 위한 국방운영 혁신 분야, 무기체계 지능화 · 고도화를 통해 미래전을 대비하는 전력 체계혁신 분야 등3대 혁신 분야에 관련 과제 및 사업을 선정하여 예산을 반영하고 체계적 사업 관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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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부대 무인 지뢰탐지 로봇활용 하 폭발물 제거 훈련>
[2]또한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의 변화는 군대의 입대 자원에도 영향을 직접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많은 정치인들이 여성 징병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3] "여성과 남성 모두가 함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도 당당한 국방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에 남성과 여성이 모두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에 관한 정치권의 주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 남성인구 추계와 병력충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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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와 관련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남성만 징병해야 하는지, 여성도 징병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47%는 ‘남성만 징병’, 46%는 ‘남녀 모두 징병’이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 징병제 도입에 관한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에서는 징병대상인 20대에서 찬성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징병’ 이라는 응답이 51%로 ‘남성만 징병(37%)’ 이라는 응답을 10% 포인트 이상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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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성 징병제는 아직은 정책 제안 수준이며,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헌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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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여성도 의무로 군에 입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를 정리해보면 우리 군도 기술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인력구조의 변화에 따른 입대 자원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고용 형태 측면에서는 최근의 유동성과 자율성에 기반을 둔 흐름보다는 전통주의적 관료제 사회의 그것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의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군대의 고용형태가 장기복무 간부 중심으로 유지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민간 사회의 경우 개인의 이익 추구에 따른 자연스러운 이직으로 경력직 신입의 유입과 공개채용을 통한 인력 충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군대는 대체재가 없다. 군인과 유사 직종인 경찰관이나 해외 용병 경험이 있는 자를 현역 군인으로 채용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고용 체계를 도입하면 계급 체계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군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각종 군사기밀에 대한 보안 유지의 어려움은 더 언급할 것도 없다.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군대를 둘러싼 사회의 환경은 변화 하였지만 (기술 및 제도의 변화) 군대의 존재 목적은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영국의 공학자 프레데릭 란체스터는 상대방의 힘의 관계를 보여주는 미분방정식을 고안하였다. 이 방정식 중에서 많이 알려진 방정식은란체스터의 제곱 법칙Lanchester's Square Law은 소화기(小火器) 같이 장거리의 무기를 사용하는 현대전을 묘사하기 위한 방정식이었다. 란체스터의 아이디어의 핵심은 “승리를 위해 전투력의 운용을 집중하라.” 였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란체스터방정식은 군용 M&S체계 및 전투효과 판단에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으며 전투력 집중의 원칙은 한국군의 교리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물론 여기서 제시한 전투력의 집중이 과거처럼 물리적인 공간에 전투원이 모여서 발생하는 집중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전투력 발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가용한 수단을 (인원, 장비, 물자 등) 시간 · 목적 · 공간 면에서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작금(昨今)의 인구절벽의 시대에 병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상군인 육군을 대폭 감소하고 대신에 최첨단 무기체계로 무장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첨단 무기체계의 등장에도 인적자원을 기본으로 하는 지상작전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이 이를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가 된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병사 2명을 납치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당시 이스라엘은 지상작전 없이 고정밀 · 고위력의 무기로만 적의 지도부를 공격하여 작전을 종결하고자 하였으나 군사적 목적을 이루지못했다. 즉 레바논에 진입하여 헤즈볼라의 지도부를 무력화 및 무장해제하는 것이 전쟁의 궁극적 목적이었으나 실패하였다. 해당 전사의 패인은 지상작전을 통한 지속적 지역통제의 부족이다. 당시 적대세력의 위협은 지상을 기반으로 했었으나, 이스라엘군은 전장인 지상을 지속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고, 결국 지상작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인적자원이 기반이되는 지상작전을 경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군대는 사회의 기업처럼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협 상황을 가정하여 전투력을 육성하고 배양하는 조직이다. 이것이 군대가 장기복무제도를 기반으로 한 인력구조를 지속 유지하는 이유다.
기업은 더이상 노동자가 한 공간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지만, 군대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인적자원은 군대를 구성하는 핵심이며 미래 그 자체다.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으로 구성된 미래의 군대를 엿보곤 한다. 언젠가는 실현이 가능한 기술과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영화 속처럼 100% 군인을 대체할 수 없으며, 실현 가능한 미래가 언제일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1]
국방백서 2020 제4장 4차산업혁명 기반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 구현
[2]
4차 산업혁명 걸맞게 로봇·무인체계 계속 진화 (국방일보 '20.11.23)
[3]
글을 작성중인 2021년 7월기준 여야 3명의 대선후보 유력 정치인들이 남녀공동복무제, 징모병혼합제 등의 정책제안을 국민에게 주장하고 있다.
[4]
20대 남성 인구 추계와 병력충원 전망 (중앙일보, '21.2.12.)
[5]
여자도 의무로 군대 가는 세상이 올 수 있는가? (서울경제, ’21.6.19.)
[6]
병역법(법률 제17684호)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