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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쨌든 Jan 02. 2023

노상 음주의 사건사고와  코로나

술과 파티의 시절 8

얼마전 한강에 나갔다가 애끓는 부정을 보았다. 한강변에서 심야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죽은 청년 사건 말이다. 그의 아버지가 사건이 일어난 한강 공원 한켠에 현수막을 걸고 그 아래 꽃다발과 사건 개요를 적은 게시판, 아들 사진 액자, 분향대, 서명판  같은 것들을 잔뜩 모아 놓았다. 분향소 같기도 하고 시위 장소 같기도 한 그 신원의 제단이 섬뜩하고 애처러웠다. 


거기 적인 주장들과 자료들을 한 동안 살펴보았는데, 대체로, 그때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인 듯했다. 하지만 솔직한 내 느낌은 ‘이건 그냥 사고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사건 같은 것이 교통 사고와 마찬가지라는 일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 한강 음주 변사 사건의 아버지가 얼마나 억울할지 이해가 가지 않는 바도 아니었다. 사실 관계를 밝히고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어느 정도는 동의는 한다.


하지만 때로 비극적 사고는 그냥 우연히 일어나기도 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혹은 사회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 한강 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아예 음주를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재발 방지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문제도 아닐 수 있다. 보아하니 그 사건의 아버지도 그런 주장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원한을 풀 곳이 필요할 뿐.


사실 이런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주변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더 그 신원의 제단 앞에서 선뜻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면 그녀들도 홀린 듯 그쪽으로 가서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냥 지나가자는 내 타박을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돌아서면 하나같이 씁쓸한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다들 비슷한 일들을 보아왔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어쩔 수 없다는.


술자리에서는 자주 사고가 생긴다. 특히나 젊은이들이 노상에서 마시는 경우는 더하다. 나도 대학 때 캠퍼스 안이나 여행을 가서 캠프파이어 같은 것을 하며 야외에서 술을 마시다가 자잘한 사건들을 겪었다. 몸싸움, 물사고, 불사고, 유리병 사고, 그리고 배변 사고. 종류별로 적어놓으니 한숨이 나온다. 다들 짐작하는 상황일 것이다. 음.. 성폭력이나 성적인 문제들도 ‘몸싸움’ 종류에 넣어야 하나 모르겠다.


술집 내에서도 사고는 일어나지만 야외에서 술을 마실 때는 더 풀어지는 정신과, 관리해주는 사람 없음과, 주변의 위험 요소들이 강도를 더하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거다. 그래서인지 미국 같은 나라는 아예 야외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한다. 예전에 한강의 푸드 트럭에서 어느 백인 여자가 맥주를 사면서 검은 비닐 봉지나 종이백 같은 걸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영어도 잘하고 사연도 아는 듯한 상인이 ‘한국에서는 괜찮다’는 말을 하자, 그 백인 여자는 ‘나도 안다. 그냥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다’라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야외 음주가 자유이지만, 요즘에는 많이 삼가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는 거리에서든, 공원에서든, 야외에서 막걸리, 소주, 맥주를 까는 젊은이들이나 아저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도 캠퍼스 안에서 술판을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요즘도 없지는 않지만 많이 드물어졌고 또 그럴 경우 눈총을 받는 것 같다. 본인들도 꽤 눈치를 보며 먹게 되고 말이다. 


그러다가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황당해져 버렸다. 작년 여름에 광화문에 갔다가 평일 밤 대로변 벤치에 정장 입은 직장인들이 삼사오오 모여 맥주캔을 까는 걸 보고 놀랐는데, 연트럴파크(경의선 공원 연남동 지역)에 가봤더니 거기는 아예 아수라장이었다. 실내 모임 제한 조치에 편법 아닌 편법으로 대응하는 모습. 올해는 어떠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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