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파티의 시절 11
비교적 데면데면 지내던 선배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우리 아파트 바로 옆 단지로 이사 왔다며, 동네 주민끼리 만나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
아파트 단지 사이 상가 건물에 편의점이 새로 들어왔다.그 앞에 테라스도 꾸며놓고 좌석을 늘어놓아 드물게 멋지게 꾸몄기에 언제 한 번 가봐야지 벼르던 곳이었다.
나는 새로 산 가죽점퍼를 입고 집을 나섰다. 미리 테라스 좌석에 앉아 있던 선배가 손을 흔들다가 나를 보고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오토바이 타러 가냐?” 나는 추울 거 같아서 입었다고 웅얼거렸다.
어쨌든 우리는 테라스를 신기해하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맥주와 오징어를 사가지고 나왔다. 아파트 단지 한복판이었지만 선배와 함께인 나는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셨다. 바람이 상쾌했고 우리는 기분 좋게 킬킬거렸다.
한 캔을 다 비운 후 두 번째 캔을 사러 들어갔을 때, 선배가 장난감 코너를 빤히 보더니 공룡 모양 피규어를 샀다. 나는 다소 부루퉁하게 물었다. “그건 왜 샀어요?” 선배는 피규어를 멍하니 보다가 벙긋 웃더니 대답했다. “응, 공룡 주려고... 웃기잖아.” 귀여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공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여자애가 있었다.
우리는 시시한 이야기를 좀 더 주고받다가 두 번째 캔을 비운 후 깔끔하게 돌아갔다. 다음날인가, 먼발치서 그와 그녀가 머리를 맞대고 웃으며 걷는 모습을 보았다. 공룡 피규어를 건네주었을까?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데… 술은 나를 사주고 피규어는 쟤를 주네? 누가 더 이득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