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에서 혼자 즐기는 파티

술과 파티의 시절 13

by 어쨌든

나에게 사춘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집이 아파트가 되었다. 새로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라서 동 간격이 꽤 널찍한 곳의 5층이었다. 그래도 건너편 동과 마주보는 배치니까, 서로서로 창문이 다 들여다보였지만, 내 방 창문 아래쪽은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였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면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가로수 묘목들의 우듬지가 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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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처음 가지게 된 나만의 방이었다. 이전에 좁은 주택에 살 때도 동생과 같이 쓰던 방을 떠나, 작은 내 한 몸 누우면 꽉 차는 골방으로 숨어들었던 적이 있지만, 그 방은 가뜩이나 좁은 방 한쪽에 부엌 짐들도 빼곡해서 나만의 방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아파트로 이사가 새로 생긴 내 방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전망도 있는 데다가 처음으로 방문도 잠글 수 있게 된 공간이어서 난 처음으로 자기만의 방을 가지는 만족감과 자유를 만끽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더 본격적으로 자유를 획책했다. 방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이다. 술이야 그렇게 문제될 일은 아니었는데, 담배는 문제긴 했다. 난 대담하게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건너편 동의 불 켜진 창문들을 빤히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댔다. 볼 테면 보라지, 나 같은 사람이 저쪽 동에서도 나오는 거 아닐까? 의외로 한 번도 나처럼 창문을 열고 담배 피는 사람과 마주친 적은 없었다.


추운 겨울에도 창을 열고 담배를 피노라면,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잠가둔 방문이 덜컹거릴 때가 있었다. 그러면 잠시 후 엄마가 방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창문 연 거야? 난방비 비싸, 얼른 닫아!” 그런 때만 잠시 흠칫했을 뿐, 대체로 난 방 안에서 안전하게 나 혼자만의 파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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