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n 26. 2022

미녀와 야수에 빌런은 요정?

소중한 당신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이기도 하면서 내가 어렸을 적 가장 좋아하는 만화이기도 하다. 얼마 전 딸아이와 같이 앉아서 어렸을 적 쉽게 볼 수 없었던 만화들을 보다가 우연히 미녀와 야수를 보게 되었다. 서두에 배경 줄거리로 나오는 내레이션을 듣다가 알 수 없는 의구심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야기에 시작은 이러하다. 못난 노파로 변장한 요정이 어느 왕자에 성을 찾아가 하루 밤 묵을 것을 요청하지만 왕자는 단칼에 거절하게 된다. 요정은 외모가 다가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는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며 본디 모습인 예쁜 요정으로 변하게 된다. 왕자는 자신에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넙죽 엎드렸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왕자에 모습은 무섭고 못생긴 야수에 모습으로, 성안에 다른 무고한 스텝들은 다른 어떤 물건들에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요정이 가져온 마법에 장미는 조건부 인생을 선고한다. 꽃잎이 떨어지기 전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면 영원이 그렇게 살아야 한단다. 이렇듯 이야기가 시작도 하기 전 단 몇 분에 이런 무지막지한 내용이 단지 배경으로 설명될 뿐이다.


못난 노파로 변장한 요정은 당시 왕자에게 당한 무시와 홀대가 어지간히도 섭섭했나 보다. 자신이 당한 것보다 수백 배 더 큰 고통으로 왕자에게 빚을 갚게 했으니 말이다. 애초에 요정은 그냥 본모습으로 나타났으면 될 것을 변신은 왜 해가지고 왕자에 뒤통수를 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왕자가 너무 잘 나가서? 금수저라서? 혹시 전 남친? 본디 이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본래 내면에 모습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였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이런 희한한 반감이 드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어렸을 적 외모가 출중한 친구만 사귀려고 쫓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 반에 잘생긴 친구나 예쁜 친구들이 있으면 쫓아다니며,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런 외모라도 된 듯 신분상승에 기쁨을 누리려 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물론 어린 마음에 했던 행동에 맞다 그르다는 잣대를 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은 사회란 곳을 모르고, 때 묻지 않았으며,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았음에도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 동물, 생물에 욕구에는 보기 좋은 것을 일단 좋아하고 보는 유전자가 심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 3초, 성격뿐 아니라 얼굴과 몸매도 착해야 하는 세상, 외모 지상주의 등 내면도 중요하지만 외면 또한 충분히 중요한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태어날 당시 유전자 형질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외모에 전부는 아니니깐 너무 낙담하지는 말자. 동화에 나오는 야수에 모습처럼 얼굴 노출 후 3초 이내 비명을 지르게 할 정도에 위압적인 외모만 아니라면 실망할 필요까지는 없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새어 나오는 새하얀 치아, 정갈하게 잘 차려입은 옷,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 군더더기 없는 몸매까지, 깎아지른듯한 반듯한 외모가 아니라도 3초 이내 충분히 좋은 이미지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 태어난 유전자를 탓하지 말고, 못났다고 깔아 놓고 낙담하지는 말자. 자존감만 바닥에 깔릴 뿐이니,,,


딸과 함께 앉아 미녀와 야수를 보며 황홀감에 젖어있는 딸아이, 요정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던 나는 그렇게 OST를 듣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진정한 빌런은 개스톤이 아니라 요정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무고한 시민을 물건 취급하는 거나, 배려를 하지 않음이 십수 년간 야수로 살아야 할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미녀와 야수 애니메이션을 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몇 자 끄적여 봤다.



작가의 이전글 남들이 사는 것을 훔쳐보는 재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