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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n 29. 2022

혼자 야근하며 느끼는 것들

소중한 당신

 모두가 퇴근한 느즈막한 저녁, 어둠은 언제 몰려왔던 것인지 시커먼 벽으로 변해있다. 오늘은 혼자 마우스를 부여잡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과 키보드 소리가 이렇게나 컸던 것인지 새삼 놀라기도 다. 이따금씩 바람에 놀란 나뭇가지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퇴근할 시간임을 언급할 뿐이었다.


나와 나에 가족을 있게 해 주는 회사, 일터, 직장이라는 곳은 한때는 넘칠듯한 생기로 말미암아 삶에 대한 이유를 묻는 것조차 잊게끔 되더라. 야근이란 것을 하며 삶에 고단함을 실감하게 되면서도 생기가 넘치던 곳에 맴도는 정적은 묘한 매력을 남긴다. 세차게 흘러 모든 것을 내칠 듯 떨어지는 폭포가 사실은 바위만 무성한 곳임을 알게 되었을 때에 느낄 수 있는 허무함과 경이로움에 몸서리치는 듯하다.


이런 적막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일하다 보면 별에 별 생각들이 다 떠돈다. 알 수 없는 싸늘함과 무서움에 괜히 뒤돌아 보며 안도를 하기도 하고, 글감을 생각하며 몇  끄적여도 본다. 나만 남겨졌다는 생각에 배신감도 들었다가,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라는 생각에 책임감도 든다. 일을 못해 나머지 일이라는 것을 하는 주제에, 집중은 개나 줘버리고, 이렇게 앉아 있다. 내일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자 나라는 존재는 공중에 떠버리고 만다. 안도감과 불안감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이런 나에 상황을 반영한다.


미칠 듯이 사무치는 외로움에 일을 그만둘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집에 가면 반겨줄 가족들이 있다는 것, 동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셔보는 소주에는 울분이 있다가도 목 넘김에 또 다른 희열이 있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버텨본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퇴근 준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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