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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n 25. 2022

남들이 사는 것을 훔쳐보는 재미

소중한 당신

 언제부턴가 남들이 사는 것을 훔쳐보는 것이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재미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티브이든 SNS든 유명인 보통에 삶을 3인칭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바쁘다. 마치 카메라가 있든 없든 항상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삶 본연에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훔쳐보고 싶지 않아도 몰래 훔쳐볼 수밖에 없는 전지적 프레임 시점을 시전 한다.


 예전에 보던 티브이 프로그램들은 각본대로 담아낸 대사와 행동에서 정제된 미원에 재미가 있었다면, 요즘은 자연스러움에 묻어나는 천연 조미료에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도 일상적인 삶 속에는 실수투성이에 바보 같은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냥 우리네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평범함 속에서도 본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냥 멋있어 보이고, 세련돼 보인다. 실화인데 반전이 있는 드라마가 따로 없다.


이쯤이면 이런 상상도 해볼 만하다. 저런 실화 같은 드라마 속에 내가 나온다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 말이다. 티브이를 보면서도 혼자만에 행복 회로를 돌려 보곤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진심 소원 중에 하나였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가수, 배우, 요리사,,, 표면에 보이는 멋짐과 화려함을 뺀 나머지 삶마저 화려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이면에는 우리와 같거나 더 못할 수도 있음에 놀라곤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양면성이 우리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오나 보다.


어렸을 적 나에 꿈을 장래희망이란 글씨 옆 빈칸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던 그때가 기억난다. 짝꿍이 볼까 싶어 손으로 가려가면서 적었던 그 꿈 말이다. 당시에는 그런 꿈을 생각하는 것 마저도 귀가 붉어질 정도로 간절함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더라. 지금은 그때 그 꿈들을 검색창에 내려놓기만 하면 상상 속 모습이 그대로 펼쳐진다.  모습, 주변 환경, 나를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까지도, 뉴런 하나 통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아픔, 고통, 슬픔을 딛고 깨끔발로 봐야지만 겨우 모습을 내어놓던 희망이 너무나도 쉽게 펼쳐질 수 있음이 이제는 조금 두렵기까지 하다. 나는 단지 볼뿐인데, 훔쳐보고 있고, 희망이 현실이 된 듯 쾌감마저 느껴진다.


오늘도 악마에 알고리즘은 얼마 남지 않은 나의 하루조차 앗아간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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